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이러니까 갑질' 국회의원 특권, 20대에도?


입력 2016.05.06 10:13 수정 2016.05.06 10:13        이슬기 기자

회의 '출석체크'만 하고 나가도 수당, 회기 내 무책임한 막말도 여전

지난달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퇴장 속에 테러방지법안에 대한 수정안이 가결 처리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지난달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퇴장 속에 테러방지법안에 대한 수정안이 가결 처리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정치권 내 ‘국회의원 특권 폐지’ 움직임이 또 다시 일고 있다. 그간 국회의원은 거액의 세비를 비롯해 일반 국민과 달리 과도한 특권을 누린다는 지적을 받아왔음에도 특권 축소 시도가 실천으로 이어진 것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4.13 총선으로 여소야대 정국이 현실화 되는 등 민심의 준엄한 심판이 뒤따르면서, 정치권의 이 같은 움직임이 한층 힘을 받는 모습이다.

먼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건 집권여당이다. 새누리당은 최근 국회의원 세비를 삭감해 정책 비서를 추가로 채용하고, 본회의나 상임위원회 회의에 절반 이상 착석하지 않는 의원에게는 회의 수당을 지급하지 않도록 하는 등의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간 정치권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목돼 온 부분들은 대부분 국회의원 특권과 관련된 문제들인 만큼, 국회의 자정 움직임에 여론의 관심도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20대 국회에서 선출된 국회의원은 지역구 253명, 비례대표 47명으로 총 300명이다. 이들의 월급인 세비는 일반수당 646만원을 비롯해 입법활동비 313만원, 일종의 상여금인 정근수당 646만원, 명절휴가비 775만원 등으로 연 최소 1억3700여만원에 달한다. 특히 국회 회기 중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거나 ‘출석 체크’만 하고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는 경우, 임기 4년 간 단 한 건의 법안을 발의하지 않은 경우에도 세비는 무조건 받는다.

국회 의원회관 내 최대 163㎡ 크기의 사무실 이용도 무료다. 일반 국민들의 경우 가계 소득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통신비 부담이 크지만, 국회의원이 의정활동을 위해 지출한 통신요금은 정치자금법으로 보장된다. 그 외 차량 유지비와 각종 소모품 등도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정치자금법 제2조 3항에 따라 “정치활동을 위해 소요되는 경비로만 지출”해야 하지만, 구체적인 내역을 일일이 기재하지 않아도 무관한 것이 현실이다.

또한 국회의원은 국가의 주요 업무를 수행하는 대상으로 분류돼 사실상 민방위와 예비군 훈련도 면제된다. 아울러 연초에 수립한 ‘의회외교 활동계획’에 따라 상임위 등 관련 사안을 고려해 국고 지원으로 연 2회 해외시찰이 가능하다. 공항 이용 시에는 귀빈실과 VIP 주차장을 자유로이 쓸 수 있으며, 해외 출장 때는 해당 공관원의 영접을 받는다.

가장 대표적인 권한은 역시 면책 특권과 불체포 특권이다. 전자는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며, 후자는 현행범이 아닌 이상 회기 중에는 국회 동의 없이 체포되지 않는 권리다. 이는 정부를 감시하는 국회의원의 직무를 고려한 의도지만, 그간 국회는 불체포 특권을 악용해 비리 혐의가 있는 동료 의원을 감싸는 ‘방탄 국회’ 선례를 남기거나, 자유로운 면책 특권 뒤에 숨어 ‘막말’ 문제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다만 국회의원 특권에 대한 오해도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국회의원을 단 하루만 해도 65세 이후부터 매달 120만원이 꼬박꼬박 통장에 들어온다는 내용은 실제와 차이가 있다. 앞서 19대 국회 들어 여야는 특권 축소 차원에서 관련법을 개정해 의원연금제를 폐지한 바 있다. 그러나 소급 적용이 되지 않아 18대 국회의원 이전에는 개정법을 적용하지 못한다. 즉 18대 국회에서 의원을 역임한 경우엔 의원연금을 받되, 19대 국회의원부터는 해당 사항이 없다.

국회의원의 철도·선박·항공기 무료 이용이 법적으로 보장된다는 것 역시 사실과 다르다. 당초 국회법 제31조는 “의원은 국유의 철도·선박과 항공기에 무료로 승용할 수 있다. 다만, 폐회중에는 공무의 경우에 한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지난 2005년 철도청이 한국철도공사로 전환된 이후 국유의 교통수단은 없어졌다. 또한 사문화되어 있던 해당 규정 자체도 2014년 3월 삭제됐다. 대신 국회의원의 공무수행에 소요되는 교통비는 별도의 예산으로 지원된다.

한편 새누리당은 지난 2일 국회 사무처와 협의를 거쳐 세기 삭감 등의 내용을 담은 관련 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개정안은 월 900여만원의 세비 중 약 250만원을 감축하되, 이 재원으로 개별 의원의 입법 활동 및 정책 연구를 도울 정책 비서를 두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현재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7·9급 비서 각 1명으로 규정된 국회의원 보좌직원에 8급 비서를 추가하는 내용이다.

특히 세비만큼이나 국민의 비판을 받았던 ‘무노동 유임금’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수당 관련 규정에도 손을 댔다. 이 역시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포함되는 것으로, 의원이 회의시간의 절반을 채우지 않고 퇴장할 경우, 회의 수당을 아예 지급하지 않는 것이다. 실제 19대 국회에선 개회 시에만 잠시 얼굴을 비췄다가 지역 일정을 이유로 이내 회의장을 나가버리는 예가 대다수였다.

이와 함께 ‘국회 캘린더’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즉 매월 셋째주와 넷째주 목요일에 본회의를 열도록 지정하고,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무쟁점 민생법안은 상임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절차를 제도화함으로써 국회 운영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여기에 ‘외유’라는 비난이 거셌던 국회의원 해외출장의 비용과 일정을 전면 공개하고, 국회 의사 중계시스템처럼 국회 회의록도 실시간으로 공개해 책임성을 높이자는 내용도 담겼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은 원내 제1당으로 부상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간 '3당 체제'를 고려해 매월 여야 원내지도부와 정부 부처가 정례적으로 회동하는 여야협의기구의 상설화를 제안했다. ‘역대 최악의 국회’, ‘식물 국회’라는 오명을 쓴 19대 국회 회기가 오는 29일로 끝나는 가운데, 정치권이 의원 특권 축소 시도를 어떤 식으로 해결해나갈지 주목된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슬기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