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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옥시 불매운동 이번엔 제대로 하자


입력 2016.05.04 15:17 수정 2016.05.04 21:34        김영진 기자

이번 만큼 '한국인 냄비근성' 보이지 말아야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한 공식입장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연대가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한 공식입장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연대가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가습기 살균제' 최대 가해업체로 꼽히는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소비자를 넘어 유통업체로 확산되는 추세다.

시민·환경 단체들에서 옥시 제품 불매 운동에 나선데 이어 소비자들 역시 SNS상에 옥시 제품 리스트를 공유하며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유통업체들도 나서 옥시 제품 판매를 줄이거나 중단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옥시 제품에 대한 신규 발주를 중단하고 현재 보유하고 있는 제품 재고분은 일반 매대에서 단계별로 최소 운영한다고 밝혔다. 비어있는 매대는 대체품으로 채워지며 옥시 제품 관련 판촉 행사도 전면 중단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역시 행사 매대에서 옥시 제품을 철수시켰고 제품 진열 면적도 50% 가량 줄인 상태다. 소셜커머스기업 위메프와 티몬, 쿠팡 등에서도 옥시 관련 제품들을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형마트에서 옥시 관련 매출은 거의 반토막이 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옥시 제품 불매운동이 일시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한국인 특유의 '냄비근성'을 지적하는 말이다.

이를 부정할 수 없는 게 과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갑질논란'을 비롯해 '포스코 라면 상무', '이케아의 독도 일본해 표기', '정우현 MPK그룹 회장 폭행 논란' 등 여러 이슈들로 여론이 들끓고 불매운동이 일어났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특히 이케아는 독도 일본해 표기로 그렇게 시끄러웠지만 오픈 당일 전세계 최대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해당 기업들이 언론사에 전면 광고를 풀면 여론도 잠잠해지고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 듯 인터넷은 잠잠해졌다. 한국인들의 냄비근성을 지적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특성은 외국계 기업들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옥시 측이 가습기 살균제 관련해 뒤늦게 사과를 발표한 것도 여론이 곧 잠잠해지길 것이라고 봤을 가능성이 크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방안의 세월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판매를 허가한 정부, 뒤늦게 수사에 나선 검찰, PHMG 원료 생산 기업인 SK케미칼 등 여러 복잡한 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기업은 옥시 이외에도 롯데마트, 홈플러스, 이마트, 애경 등 많다. 하지만 국민들은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로 가장 큰 피해자가 양산된 만큼 옥시에 가장 큰 책임 및 반감을 가지고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판매하고 있는 옥시 제품들 중 대체재가 없는 것도 아니고 굳이 옥시 제품이 없어도 큰 영향은 없다.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사과와 보상을 할 때까지 불매 운동은 지속됐으면 한다.

유통업체들도 일시적인 판매 중단에 그쳐서도 안되며 언론 방송사들도 옥시의 광고를 중단하면 어떨가. 이번 만큼은 불매 운동을 제대로 했으면 한다.

김영진 기자 (yj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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