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조양호 회장 '통한'의 결단 "대의 위해 모든 것 던졌다"


입력 2016.05.04 05:32 수정 2016.05.04 16:45        이강미 기자

<이강미의 재계산책>한진해운 이어 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

두 마리 토끼 잡기엔 '무리' 판단...긴급한 그룹현안 집중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3일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조 회장은 긴급한 그룹현안을 챙기기 위해 사퇴하게 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대회 정례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조 회장. ⓒ연합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3일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조 회장은 긴급한 그룹현안을 챙기기 위해 사퇴하게 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대회 정례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조 회장. ⓒ연합뉴스
조양호 한진그룹회장이 또다시 ‘각골지통(刻骨之痛)’의 결단을 내렸다. 대의를 위해 모든 것을 던졌다. 아니 희생했다.

최근 한진해운 경영권 포기에 이어 3일‘2018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직까지 내려놨다. 한진해운과 평창동계동림픽은 평소 조 회장이 애착을 갖고 심혈을 기울여왔던 분야다.

조 회장은 그동안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으로서 국민의 염원인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하고, 이후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조직위원장으로서 헌신해 왔다.

그런 조 회장이 조직위원회 위원장직을 전격 사퇴한 것은 국가적으로 큰 행사를 준비하면서 동시에 한진해운 경영정상화를 이루기에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판단, 그룹의 산적한 현안을 조기에 수습하고자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은 글로벌 경기침체 및 운임하락 등 해운 경기 악화 여파로 어려움을 겪다 결국 지난달 말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채권단은 4일 한진해운의 조건부 자율협약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채권단의 동의를 얻게 되면 한진해운은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는다.

조 회장은 경영권 포기 각서를 제출했고 한진해운은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안으로 석태수 사장은 급여의 절반을, 임원들은 20~50%씩을 반납했다. 또한 직원들의 구내식당도 폐쇄하는 등 전사적으로 회생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 회장이 2014년 4월 한진해운 구원투수로 나서게 된 것은 채권단과 제수인 최은영 회장의 요청때문이었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 대표이사로 부임 이후 “경영정상화될 때까지 보수를 한 푼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약 1조원을 직 간접적으로 긴급수혈하는 등 한진해운 회생을 위해 전력투구했다.

그 결과 한진해운이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 상황이 나아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해운업 불황 지속으로 부채 규모 5조6000억원, 부채 비율 847% 등 어려움은 계속됐다. 향후 2년간 1조2000억원가량 유동성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로인해 주력계열사인 대한항공 마저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등 자칫 한진그룹 전체로 위기가 번져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졌다.

이강미 산업부장.ⓒ데일리안DB 이강미 산업부장.ⓒ데일리안DB
공교롭게도 조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게 된 것도 한진해운 대표이사를 맡은지 4개월 뒤인 2014년 8월이다.

이 시기는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항공과 해운부문의 업황이 좋지 않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조 회장은 처음에는 당시 ‘한진해운 살리기’등 산적한 그룹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자리를 고사했다.

하지만 두 차례의 실패 끝에 사실상 한계에 다다랐던 평창올림픽 유치를 이뤄낸 유치위원장으로서 성공적 올림픽개최를 위한 국가적 사명감과 성공적으로 올림픽개최를 이뤄내겠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중책을 맡게 됐다.

조직위원장직을 수락한 조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으면서 물심양면으로 위원회를 지원해왔다. 대한항공 서소문빌딩에 조직위 사무실을 제공하고, 핵심 간부급 임원 수십명을 위원회에 파견해 관련 업무를 챙기게 했다. 바쁜 일정에도 짬을 내 서소문 빌딩에 들러 위원회 현안을 보고 받고 직접 업무를 챙겼다.

특히 조 회장은 지난 2년간 조직위원장을 맡아 개폐회식장 이전, 분산개최 논란 등 숱한 난관을 극복하고 개폐회식장을 비롯한 경기장 건설을 본 궤도에 올려 놓았다. 국내외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자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을 직접 찾아 프리젠테이션까지 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기업 후원을 이끌어냈다. 특히 지난 2월에는 강원도 정선과 보광의 테스트 이벤트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등 본격적인 대회 운영 준비를 위한 기틀을 다져왔다.

하지만 한진해운 살리기와 평창동계올림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전 세계적인 저상장 기조가 심화되면서 한진해운은 점점 기울어갔다. 결국 한진해운 경영정상화를 위한 경영권 포기에 이어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직도 내려놓게 됐다.

조 회장은 앞으로 자율협약을 앞둔 한진해운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특히 자율협약에 따른 지원을 근간으로 용선료의 조정 및 선박 금융, 금융기관 차입금, 공모 회사채 상환유예 등 채무조정 방안과, 사옥 및 보유 지분 매각, 터미널 등 자산 유동화 등 고강도 자구안 통해 경영정상화를 위해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 회장은 조직위원장 사퇴 후에도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의(大義)'를 위해 소중하게 생각했던 모든 중책을 스스로 내려놓을 줄 아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만큼 뼈를 깎는 아픔과 희생이 수반된다. 조 회장이 ‘한진해운 회생’과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을 위해 쏟아부은 정성과 노력, 그리고 각골지통의 희생이 밑거름이 되어 아름다운 결실을 맺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한다.

이강미 기자 (kmlee502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강미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