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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950억? 레스터시티가 퍼부은 쩐의 품격


입력 2016.05.03 08:04 수정 2016.05.03 09:35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창단 132년 만에 기적 같은 1부 리그 우승

적절한 투자로 빅클럽 제치고 당당히 1위 자리

132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레스터 시티. ⓒ 게티이미지 132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레스터 시티. ⓒ 게티이미지

세계 최고의 돈이 오가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 균열이 생겼다. 레스터 시티가 창단 132년 만에 1부 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레스터 시티는 3일(이하 한국시각), 우승을 경쟁을 펼치던 2위 토트넘이 첼시와 2-2로 비기며 잔여 경기에 상관없이 리그 1위 자리를 확정했다. 이제 레스터 시티는 오는 8일 에버턴과의 홈경기서 팬들의 축하를 받으며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게 된다.

아무도 점치지 않았던 레스터 시티의 우승이다. 빅클럽과는 거리가 멀었던 레스터 시티는 지난 시즌 1부 리그에 올라와 겨우 강등을 면했을 정도로 고전을 거듭했다. 올 시즌에는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을 선임했지만, 당초 그들의 목표는 1부 리그 잔류에 가까워 보였다.

기적을 연출한 레스터 시티의 우승 요인은 손에 꼽기도 어려울 정도다. 제이미 바디, 리야드 마레즈, 은골로 캉테 등 주축 선수 대부분이 훌륭하게 시즌을 보냈다. 과감하게 4-4-2 포메이션을 선택한 라니에리 감독의 리더십도 칭찬받을 대목이다. 또한 시즌 내내 변함없는 응원을 펼친 충성스러운 팬들도 빼놓을 수 없다.

이 가운데 레스터 시티가 투자한 액수도 관심대상이다. 중소 클럽이라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지난 2년간 이적시장에 퍼부은 금액이 예상보다 많기 때문이다. 물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등 빅클럽과 비교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레스터 시티는 1부 리그로 승격했던 지난 시즌 약 2288만 유로(약 299억 원)를 지출했다. 레오나르도 울로아, 안드레이 크라마리치, 대니 심슨 등이 레스터 유니폼을 입었다. 영입의 성공과 실패를 논하기에는 양과 질, 모든 면에서 부족했다.

올 시즌에는 좀 더 과감하게 5016만 유로(655억 원)가 투입됐다. 오카자키 신지, 은골로 캉테, 괴칸 인러, 요한 베나루앙느, 로베르트 후스 등 대부분이 중앙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들이었다. 4-4-2 포메이션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라니에리 감독의 요청에 의한 영입이었다.

라니에리 감독은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4-4-2 포메이션으로 강팀들을 격파해 나갔다. 중앙 수비수들은 발이 느리지만 견고한 대인방어를 자랑한다. 따라서 수비 라인을 밑으로 내리는 작업이 필요했다. 중앙 미드필더들은 정교한 패스보다는 많은 활동량으로 상대를 괴롭히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바디와 마레즈 등 빠른 발을 지닌 공격수들의 역습 한 방이 승부를 결정지었다. 빤한 패턴이 매 라운드 이어졌지만, 레스터 시티의 발목을 아무도 잡지 못했다.

최근 2년간 빅클럽 및 레스터 시티 이적시장 현황. ⓒ 데일리안 스포츠 최근 2년간 빅클럽 및 레스터 시티 이적시장 현황. ⓒ 데일리안 스포츠

레스터 시티는 지난 2년간 7304만 유로(954억 원)를 이적시장에 쏟아 부었다. 천문학적인 금액이 오가는 최근 추세를 감안하면 딱 평균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영입은 감독과의 협의에 의해 알짜배기 선수들로만 이뤄졌다. 감독 전술에 부합하는, 꼭 필요한 선수들 만이 레스터에 입성했다는 뜻이다.

지난 2년간 EPL에서 가장 많은 돈을 퍼부은 팀은 맨유로 3억 4165만 유로(약 4465억 원)에 달한다. 레스터 시티에 비해 5배나 더 많은 돈을 쓴 셈이다. 그럼에도 맨유의 최근 2년간 성적은 4위, 5위로 우승과 거리가 멀었다.

맨유 못지않게 돈을 썼던 맨시티와 리버풀도 성적 면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히려 지난 시즌 이적시장에서 흑자를 냈던 첼시가 우승을 차지하고, 토트넘 역시 올 시즌 우승에 근접했던 사례가 있다. 올해 아스날은 레스터 시티보다 돈을 덜 쓴 팀이다. 돈 많은 구단주도 좋지만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가 우승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임이 부각된 올 시즌 EPL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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