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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탈북'은 납치극"이라 주장하는 북, 이유가 있다


입력 2016.05.07 07:09 수정 2016.05.07 07:16        데스크 (desk@dailian.co.kr)

<특별기고>충성분자들 탈북? 인정하는 순간 북 체제는 멸망

가족들은 간부거나 돈있는 주류 보위부에 책임 돌려 '골치'

해외식당에서 근무한 북한 종업원 13명이 국내에 입국하는 모습. 통일부 제공. 해외식당에서 근무한 북한 종업원 13명이 국내에 입국하는 모습. 통일부 제공.

지난 4월 7일, 중국에서 북한식당을 운영하던 종업원 13명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믿기조차 어려운 사건이 일어났다. 당황망조한 북한당국은 "국정원 깡패들이 중국 현지의 거간꾼들과 공모하여 백주에 자기 공민들을 가장 비열하고 야만적인 수법으로 귀측 지역으로 납치해갔다"고 주장하며 그 가족들을 서울에 보내겠으니 만나게 해달다고 떼를 쓰고 있다.

북한당국의 주장은 한 마디로 13명의 북한주민을 집단납치 해 남한으로 끌고 갔다는 것이다. 한두 명도 아닌 13명을 그것도 자기 혈맹이라고 자처하던 중국에서 납치해 왔다는 말이 통할 리도 없는데 왜 이렇게 우겨대는 걸까? 내가 보기에도 참 어처구니없는 상황인 건 맞다.

그러나 보통 사람이 듣기에 어떻게 저런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마구잡이로 주장하냐고 웃을 수도 있겠지만 북한당국이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걸 이해할 필요가 있다. 또 북한당국의 막가파식 우겨대기가 아니라 고도로 계산된 계략과 꼼수가 숨어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13명이 집단탈북 해 남한으로 넘어갔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 북한 체제는 순식간에 멸망을 자초할 수가 있다. 강력한 통제수단에 의해서 존재하는 현 북한체제가 붕괴되고 있다는 걸 저들 스스로가 인정하는 꼴이 된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남한에 살고 있는 2만8000여 명의 탈북자들에 의해 북한체제라는 강력한 ‘둑’에 구멍이 생겼는데 13명의 집단탈북으로 무너져 내릴 징조가 보이니 어떻게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북한당국이 가족들을 서울에 보내 13명을 만나게 해달라고 떼를 쓰는 데도 저들 나름대로의 얄팍한 꼼수가 숨어 있다. 10여 년 넘게 남한에서 살아 온 나조차도 정작 북한에서 공식적으로 파견한 가족을 서울에서 만난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 생각만 하는 것만으로도 아찔하다. 나 스스로에게 조여 오는 심리적 압박을 견딜 수 없을 것 같다는 말이다.

더욱이 이번에 집단탈북 해 온 13명 중 1명의 남성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 20대 처녀들이다. 북한당국의 엄밀한 조사를 거쳐 뽑힌 '충성분자'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이기에 그 가족들 역시 일반계층이 아닌 간부거나 아니면 뇌물을 주고 자식을 해외에 내보낸 돈이 꽤 있다는 사람들이다. 가족에 닥쳐 올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오히려 납치를 막지 못한 보위부에 책임이 있다며 항의하고 있다는 걸 보면 북한당국으로서도 참 골치 아픈 상황이 아닐 수 없다.

13명이 집단탈북 해 한국에 온 보도를 놓고 제각각 시각차를 드러내는 한국 사회를 보면 더 착잡한 생각이 든다. 물론 한국은 민주주의 사회이다 보니 다양한 눈으로 해석하고 나름대로의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건 당연하다. 정부의 발표에 대해 전적으로 신뢰하기보다 의혹을 품고 바라보는 시각도 이해는 된다.

그러나 ‘평화’, ‘통일’ 이름은 번듯하게 달아놓고 북한 당국을 옹호하는 활동을 하는 단체들을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공공연하게 북한당국이 하는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하면서 자기네 정부발표는 애초에 믿으려 조차 하지 않는 걸 어떻게 이해하란 말인가.

이번 집단 탈북 사건도 마찬가지다. 덮어놓고 남한정부를 공격하며 이상한 논리로 목청을 돋우는 단체도 있고 언론도 있다.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민권연대)가 대표적이다. 이 단체는 2일 ‘총선용 기획탈북 의혹 진상공개 촉구 기자회견’을 국가정보원 앞에서 열고 13명 집단탈북 사건과 관련한 의혹들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고 남북 간 주장이 엇갈리면서 남북 관계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탈북사건과 관련해 국가 정보기관의 관여가 있었는지도 밝혀져야 한다며 “국가정보원은 총선용 북풍 기획탈북 의혹 관련 진상을 공개하라”는 것이다.

10년 넘게 한국사회를 살아 온 나로서는 이와 같은 주장을 하는 단체나 사람들에 대해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다. 처음 한국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는 어떤 때는 북한 땅에 있다는 착각까지 들 정도로 무서웠고 또 이런 게 ‘민주주의’라면 난 ‘민주주의’가 싫다고까지 하던 나였으니 말이다.

물론 200여년 역사를 가진 서방의 민주주의를 짧은 기간 동안에 이루다보니 그 후유증이라고 내심 위로해보긴 하지만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북한당국의 선전이나 교육을 받지 않고 살아왔는데 어떻게 북한에서 세뇌교육을 받고 산 나보다 더 따르는 행동을 보여주고 있는 걸까?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또 제 자식들은 모두 미국에 유학 보내지 못해 안달이라니 더 기가 막힌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참에 하나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 내가 여기 와서 꾸준히 얘기했던 바다. 위에 언급한 통일단체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정수분자들을 한국 정부차원에서 돈을 대주고서라도 북한으로 1년 이상 유학, 혹은 연수를 보내라는 것이다. 북한당국으로부터 주체사상을 교육받고 더욱 철저히 무장되어 오라는 것이다.

왜 이런 제안을 하느냐고? 북한이란 사회를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고 살아보면서 겪어보라는 것이다. 한두 번 아니 몇 천 번, 평양을 방문해도 보지 못하고 겪어보지 못했던 훌륭한 체험을 하게 될 것이라는 걸 의심치 않는다. 북한당국에서 해주는 최고 대접의 생활이 어떨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처럼 북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맹종맹동 하는 늪에서는 빠져나올 것은 틀림없으니 말이다.

대신 100명이 북한으로 갈 때 5명 정도는 한국에 유학 보내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떨까?

글/북한 평성 출신 탈북자 최철민 씨(가명)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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