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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5년 만에 사과해놓고...진정성은 글쎄?


입력 2016.05.02 16:14 수정 2016.05.02 16:35        김영진 기자

<기자의눈>보상액 및 패널 구성 구체성 없어...충분한 질의응답 시간도 없어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한 공식입장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연대가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한 공식입장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연대가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가습기 살균제'의 가장 큰 가해자로 꼽힌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2일 공식 사과했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발생 이후 처음이다.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프달 대표는 질병관리본부 및 환경부로부터 1, 2 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들을 위해 '포괄적 보상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100억원의 기금을 내놓겠다는 '인도적 보상'에서 진일보한 것이다.

이를 위해 옥시는 7월까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전문가 패널을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기자회견을 접한 취재진들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들은 '진정성'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도적 보상'이라고 밝힌 금액이 어느 정도냐고 묻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사프달 대표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패널 및 피해자들과 협의 하에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서 밝히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가장 많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양산했음에도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보다 사과가 늦어진 배경에 대해서도 "충분하고 완전한 보상안 마련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변명했다.

이 같은 언행에 화가 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단상에 올라가 사프달 대표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난동을 부려 회견이 한때 중단되기도 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정말 미안하다면 언론을 이용한 검찰 수사 면피용 형식적인 사과가 아닌 피해자 한 사람 한 사람씩을 찾아가 '죄송하다, 명백한 우리 잘못'이라며 한 맺힌 유족들이 납득할 때까지 진심으로 사과를 하라"고 주장했다.

사프달 대표는 유가족들의 폭언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미안하다는 말을 번복했지만 '형식적인 사과'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옥시는 기자회견에 앞서 피해유족들의 소란에 대비, 동선을 짜는 등 사전 연습도 했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실제 기자회견장에는 '사과를 3번 할 것이고 10분 정도 사과문을 발표할 것"이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피해자 및 피해 유족들의 거센 항의를 미리 예측한 것으로 볼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또 샤프달 대표는 자신이 한국에 부임한지 2년 정도 밖에 안됐다는 말을 반복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냐는 의혹도 샀다. 취재진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충실히 답하지 않았다는 점도 빈축을 샀다. 옥시가 그동안 언론 대응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충분히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어야 하지 않을까.

심지어 최근 옥시 직원들이 해외 포상 여행을 다녀온 것도 유가족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샤프달 대표는 자신도 자식을 키우고 있는 입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 보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한국을 떠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며 진정성을 나타내려 했다.

하지만 포괄적 보상에 대한 구체적인 금액 및 패널 구성도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점, 피해자들을 먼저 만나지도 않았고 쏟아지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미안하다는 말만 번복했다는 점 등에서 옥시의 진정성을 찾기는 어려웠다.

김영진 기자 (yj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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