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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초위기' 해운업, 국가경쟁력 차원서 회생의지 절실


입력 2016.05.01 16:26 수정 2016.05.02 06:42        이강미 기자

[이강미의 재계산책]골든타임 놓치면 연관산업도 와르르

'업종현실 무시한' 선박펀드 완화해야

한진해운 직원들이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 로비에 설치된 대형선박조형물 앞을 지나고 있다. 한진해운 채권단은 오는 4일 한진해운이 신청한 자율협약 여부를 의결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한진해운 직원들이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 로비에 설치된 대형선박조형물 앞을 지나고 있다. 한진해운 채권단은 오는 4일 한진해운이 신청한 자율협약 여부를 의결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국내 기간산업인 해운과 조선업이 침몰위기에 빠졌다. 국내 양대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은 채권단에 조건부 자율협약을 신청했고, 한진해운은 자율협약 신청절차를 밟고 있다. 마치 침몰하는 세월호를 바라보는 듯하다. 500여명의 인명을 앗아간 세월호 대참사는 결국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쳤기 때문이다.

▲구멍정책에 그쳤던 이유는?
그동안 이들 해운선사들을 회생시키위해 정부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결같이 실효성 없는 ‘구멍정책’에 그쳤던 것은 지원책의 방향이 잘못 설정됐기 때문이다. 때문에 신속하고 적절한 구제책이 되질 못했다.

실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정부는 해운선사들에게 유동성 대책만 내놓으라고 강조했다. 이로인해 양대 선사들은 채권단의 요구로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벌크선 사업부를 매각했다. 일본의 3대 해운사인 MOL, NYK, K라인 등이 컨테이너선의 손실을 벌크선으로 만회해온 것과는 정반대로 간 것이다. 따라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채권단 도움을 받기 시작한 2011년부터 신규선박 발주를 중단해 영업을 위한 투자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따라서 시장논리에만 따져 유동성확보에만 초점을 맞출게 아니라 업의 특수성과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이번 해운사들의 구조조정문제를 다뤄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해운업은 국내 수출입 화물운송의 99%, 국가 전략물자 수입의 100%를 담당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또한 국내 항만산업을 비롯해 연관 산업들의 고용 창출에도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경쟁력 제고차원에서 정부가 적극 나서 해운산업을 살려야 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만 지금까지 정부, 채권단 모두 해운산업 지원에 대한 뚜렷한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지금이라도 국가차원에서 해운업을 살리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국내 해운사들이 해운동맹(Alliance)에 들어갈 티켓을 놓치게 되면 국제 경쟁력을 상실하는 것은 물론, 생존 기반 자체가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해운사들은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업체가 동맹을 맺고 한 회사처럼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 동맹에서 빠지게 되면 영업력 자체를 잃게 된다. 또한 해운동맹에 가입하지 못하면 해외 해운사들도 우리나라 항구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해운 인프라, 영업적 기반이 함께 무너져 해운산업의 기반자체가 붕괴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국가기반의 몰락은 국가경쟁력이 흔들리는 결정타가 될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구체적이고 적절한 지원이 필수적이다.

또하나 큰 문제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 경우 동반산업까지 몰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해운산업과 연계돼 있는 산업은 크게 조선업과 항만산업이다.

조선업의 경우 해운선사가 안정적인 수요처가 돼주고 있다.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선박의 발주가 필수적이고, 이를위해 선박을 제조할 수 있는 조선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항만사업도 마찬가지다. 선박들이 항만에 들어와 하역하고 수송하는 모든 것들 것 일자리다. 즉, 항만사업의 고용창출에는 해운산업이 중심에 있다는 것. 뿐만 아니라 항만이 위치해 있는 지역의 경제 활성화 여부도 해운업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만약 국내 유수의 해운선사가 무너지면 그렇지 않아도 구조조정에 직면해 있는 해운업에는 카운터펀치가 되는 것은 물론, 항만의 경우 일시적으로 물량이 대폭 빠져나가게 돼 관련 산업 붕괴는 물론 수만 개의 일자리가 위협받게 될지도 모른다.

▲해외, 국가경쟁력 차원서 해운산업 지원
해외 주요 국가들은 이 같은 해운산업의 중요성과 경쟁력 강화 필요성 때문에 저금리 지원 등 해운선사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덴마크는 세계 1위 해운업체 머스크에 수출입은행이 5억2000만 달러를, 정책금융기관이 62억 달러를 대출해줬다. 독일 함부르크시는 2012년 2월 세계 3위 선사인 하팍-로이드사(社)의 지분 20.2%를 7억5000만유로에 매입해주는 한편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 회사 채무 18억 달러에 대한 지급보증도 섰다. 프랑스는 부도위기에 빠진 자국선사 CMA-CGM에 금융권과 함께 1조원이 넘는 금융지원을 펼쳤다.

중국의 경우 중국은행을 통해 중국원양운수(COSCO)에 108억달러를 신용 지원하고, 추가로 중국초상은행이 대출 49억달러를 제공했다. 일본도 해운업계에 이자율 1%로 10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안정적인 금융지원을 제공하는 등 선사 재무구조 개선에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해운선사들에게는 이 같은 지원책은 꿈 같은 이야기다. 각개 전투를 벌일 수 밖에 없는 국내 선사들은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해외 주요 선사들과 경쟁 아닌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선박펀드 완화 등 선박금융 다각적 지원
따라서 이같은 이유로 국가제고 차원에서 해운업의 부활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장 먼저 현재 선박펀드에 대한 재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해운산업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게 되면 원가 등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대형 경제선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선박펀드 참여 조건인 부채비율 400% 이하, 선사부담 10% 등의 조건은 국내 현실을 감안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해운업계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이보다 앞서 정부차원에서 강력한 정상화 지원의지를 표명함으로써 해운 동맹체에 확신을 줘야 한다. 이와함께 대형 화주 등 거래처들과의 계약해지 위험 요소들을 사전에 제거하는 등의 노력을 펼쳐야 할 것이다.

아울러 채권단 등 금융권 또한 각종 채권차환 지원 및 선박금융에 대한 다각적인 지원책을 통해 일시적인 해운업 유동성 위기 극복 지원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앞으로 해운산업을 회생시킬 수 있을 때까지 남은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조속하고도 필수적인 조치를 통해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산업을 부활시켜, 한 때 세계 해운산업을 호령했던 한국 해운산업의 위상이 재건되기를 기대한다.

이강미 기자 (kmlee50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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