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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떠나도 끝까지 남을 '호위무사' 친박들은 누구?


입력 2016.05.01 09:52 수정 2016.05.01 09:53        문대현 기자

이학재 한선교 쓴소리 유기준 항명 친박 와해?

단순한 소동일뿐 와해되는 건 아니라는 의견도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당선자 워크숍에서 '친박 좌장' 서청원 의원과 정운천 당선인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당선자 워크숍에서 '친박 좌장' 서청원 의원과 정운천 당선인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당선자 워크숍에서 '친박 핵심'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당선인들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당선자 워크숍에서 '친박 핵심'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당선인들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4.13 총선에서 참패한 새누리당이 분화가 심상치 않다. 특히 차기 원내대표 선출을 두고 당 주류인 친박계(친박근혜계)가 와해되는 모양새다. 정권 임기가 끝을 향해 가면서 끝까지 남는 친박 중의 친박은 얼마나 될까.

친박계는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후보를 도왔던 주요 인사들로부터 시작됐다. 원조 친박계는 김무성·유승민·한선교 의원과 이혜훈 당선자 등이었다. 이명박 후보계에 패한 박 후보는 2012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맡아 승리로 이끌었고 그 해 대선에 나서 승리하며 친박계의 세를 불렸다.

그러나 이후 여러 과정에서 일부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과 사이를 멀리하며 '탈박(탈박근혜)', '멀박(멀어진 박근혜)'라는 용어가 등장했고 대통령 임기가 끝을 향해 가는 최근에는 남은 친박 중 일부가 탈박을 선언하며 더욱 분리되는 모양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비서실장을 맡았던 이학재 의원은 총선 이후 꾸려진 새누리당 혁신모임에 합류했다. 혁신모임은 총선 참패를 친박계의 부당한 공천 과정에 있었다고 비판했고 '친박' 원유철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추대를 강력히 반대했다. 이 의원의 움직임은 친박 분열의 예고편에 불과했다.

특히 최근까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던 유기준 의원 역시 독자행보를 걷고 있다. 그는 원내대표 선거에 나서기 위해 움직였다. 유 의원은 홍문종 의원과 친박 후보 단일화를 이뤘다고 선언했으나 친박 핵심 최경환 의원이 이에 반하는 의견을 내 갈등 양상을 보였다.

최 의원은 "친박으로 분류된 분들은 자숙하는 의미에서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 안 나가는 게 맞다"며 "유 의원은 친박에서 내세운 단일 후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유 의원을 직접 만나 원내대표에 나서지 말라고 설득했지만 유 의원이 28일 원내대표 출마를 공식화하며 내분하는 모양새다.

이 과정에서 한선교 의원은 "10년 넘게 박근혜를 팔아 호가호위하던 자들이 이제는 박근혜를 팔아 넘겨 한 자리 하려 한다"고 유 의원을 비판했고 최 의원을 향해서도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비난했다. 수직적이고 상명하복의 문화가 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했던 여당, 친박계에게서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그림이었다.

명 거역하는 친박, 박근혜 레임덕?

전문가들은 친박계의 이같은 분열은 시기를 생각하면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의견을 냈다. 박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반 가량 남은 상태에서 친박계는 더 이상 현재 권력에 줄을 서기보다 미래 권력에게 붙기 위해 눈치를 보거나 본인이 권력을 잡기 위해 움직이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거라는 분석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데일리안'에 "친박계는 미래 권력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다음 공천권을 박 대통령이 줄 수 없기 때문"이라며 "줄을 잘 못 섰다가 미래 권력에게 찍히면 나중에 자리가 위태로워진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친박계의 움직임은 당연한 것으로 보여진다"며 "새누리당의 지지율과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정권재창출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지역주민들의 비판도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밝혔다.

총선 참패 후 청와대 구심력이 약화되는 흐름 속에 친박들이 각자의 살 길을 찾아 떠나는 모습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지난 26일 언론사 편집국장·보도국장 간담회에서 "친박이라는 말 자체가 선거 마케팅으로 만들어낸 것"이라며 더 이상 친박이라는 표현을 쓰지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친박의 힘이 점점 빠지는 상황이지만 다시 뭉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 향후 벌어질 전당대회나 차기 대선에서 나오는 결과에 따라 친박의 구심점이 새롭게 생기고 흩어졌던 세력들이 다시 뭉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전당대회와 대선에서 친박들이 만족할만한 결과를 낸다면 그들은 흩어지지 않고 다시 모일 것"이라며 "지금 김무성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너진 상황에서 여권에 대선 후보가 없다. 친박으로서는 절호의 찬스"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신 교수는 "당권과 대권 중 하나라도 친박이 따내지 못 할 경우에는 지금 나타나는 분리 구도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첨언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이주영 의원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열린 중진의원 오찬 간담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친박으로 분류된다. ⓒ데일리안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이주영 의원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열린 중진의원 오찬 간담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친박으로 분류된다. ⓒ데일리안

이러나저러나 끝까지 남는 친박은?

이학재·유기준·한선교 등 친박계들이 박 대통령과 등을 돌리고 있고 원박이었던 김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혜훈 당선자 등은 일찌감치 멀박이 됐다. 줄줄이 새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끝까지 박 대통령 곁을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킬 친박 중의 친박은 얼마나 될 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전문가들은 친박 좌장이라 불리는 서청원 의원을 중심으로 한 일부 수도권 진용과 최 의원을 필두로 한 대구 경북(TK)의 의원들은 끝까지 친박을 지킬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근 친박의 와해는 완전한 해체가 아니라 단순한 '소동'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신 교수는 "이번에 대구에서 당선된 이른바 진박 후보들은 끝까지 친박계에 남으려고 할 것"이라며 "또한 서 의원은 의리와 명분을 중요시하는 사람이기에 어떤 상황이 와도 떠나지 않을 것이다. 홍문종·최경환 의원도 등을 돌리기에는 너무 많은 길을 왔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들을 제외하고 원유철 대표최고위원 권한대행이나 김태흠 의원 등 대다수 나머지 친박들은 상황에 따라 친박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전망했다. 박 대통령과의 끈이 길지 않은 친박들은 떠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엄 소장도 "최 의원을 중심으로 TK 지역에 대다수 친박은 남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추경호·곽상도·정종섭 당선자 등 박 대통령의 사람으로 알려진 이들은 일종의 부채의식도 있어 떠나지 못 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그는 "이 외에도 수도권에서 친박으로 총대를 맸던 서청원·원유철·홍문종 의원을 비롯해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온 의원들도 일부는 친박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금 친박이 6~70명 정도 되는데 그래도 2~30명은 계속 친박 세력을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도 무슨 일이 있어도 절반 이상은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의 세력이 생각보다 공고하다는 해석이었다. 김 교수는 "대통령 임기가 끝나가더라도 가진 권한이 크다. 또한 지금 친박이 다른데로 붙을 미래 권력이 특별히 없기 때문에 이탈이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대통령과 등을 진다고 해도 득이 될 게 없다"며 "최근 친박의 이탈은 와해라고 보기보다는 일부 권력욕을 가진 사람의 단순한 소동이라 보는 게 더욱 적절하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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