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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팔이' 경고에 담긴 청와대의 메시지는


입력 2016.04.30 11:01 수정 2016.04.30 11:01        고수정 기자

김무성 원내대표 논란에 "친박 좌장 없다" 연상

하반기 국정 수행 차질·최저치 지지율 우려

박근혜 대통령이 친박과의 철저한 선긋기에 나선 이유가 주목된다. 사진은 지난 2월 16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에 관한 국회 연설을 마친 뒤 새누리당 의원들과 악수하며 퇴장하고 있는 박 대통령.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친박과의 철저한 선긋기에 나선 이유가 주목된다. 사진은 지난 2월 16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에 관한 국회 연설을 마친 뒤 새누리당 의원들과 악수하며 퇴장하고 있는 박 대통령.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내가 ‘친박(친박근혜)’을 만든 적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친위대로 불리는 ‘친박’과의 철저한 선긋기에 나섰다. 박 대통령은 최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계파 형성에 대한 주체를 부정했다. ‘친박 마케팅’보다는 ‘신념의 정치’를 강조하기까지 했다. 집권 여당의 총선 참패 이후 약 2주 만에 나온 박 대통령의 친박 선긋기 발언으로 친박계는 자중지란에 빠졌다.

박 대통령의 돌발 발언은 세 가지 이유에서 출발한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먼저 대통령을 운운하며 ‘자기 정치’를 하려는 사람에게 일종의 ‘경고’를 보냈다는 것이다. 당장 5월 3일 열리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이 언급되는 데 대해 청와대가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9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왜 당내 경선에 청와대를 끌어 들이냐”고 말했다. ‘친박 좌장’으로 불리는 최경환 의원이 ‘친박 용퇴론’을 편 것도 박 대통령의 친박 선긋기를 일조한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2009년 친이계의 추대로 원내대표가 됐을 당시 “친박계에 좌장은 없다”며 비토한 바 있다. 또한 유승민 의원이 지난해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발언과 국회법 파동으로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자 ‘배신의 정치’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선긋기도 두 상황과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29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박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가족주의적인 민주주의관’을 가지고 있다”며 “개인의 생각이나 이념보다는 원론적으로 정당의 가치나 방향성에 따라야한다는 생각이 강한 듯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평론가도 “대통령 이름 팔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라며 “김 전 대표가 친이계의 추대로 원내대표 됐을 당시 박 대통령이 분노한 것과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총선 패배의 원인을 놓고 박근혜 정부 심판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부담을 느낀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친박과 거리두기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힘을 얻고 있다. 총선 패배 책임론 프레임이 지속되면 임기 후반에 접어든 박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국정수행에 걸림돌이 된다는 판단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국정 운영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총선이라는 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판단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친박과 선을 긋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전제가 있지 않았다면 대국민사과 등으로 정면 돌파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엄 소장은 “친박-비박 나뉘어서 계파 갈등이 점점 심해지고 친박 내에서의 분화 징조가 빈번해지다보니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라며 “박 대통령은 철저하게 국정 운영을 중심에다 놓고 행동하고 판단한 거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성공적인 임기 마무리를 최대 목적으로 세운 박 대통령이 사상 최저의 지지율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난해 말부터 대부분 30%대를 머물고 있다.

특히 한국갤럽의 4월 셋째 주 정례조사에서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처음으로 20%대(29%)를 기록했다. (해당 조사는 지난 4월 19~21일 전국 만19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한 뒤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이며, 응답률은 20%다.)

그동안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콘크리트 지지율’로 불릴 정도로 변동이 크지 않았다. 지난 3년간 외교·안보 이슈가 떠올랐을 때마다 지지율이 상승했으며, 인사·소통 문제가 도마에 올랐을 때 하락하는 추세였다. 하지만 국가적 논란이 됐던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논란과 최장기 철도 파업 등에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50%대에 가까웠다. 역대 지지율 복원력이 가장 빠른 대통령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그 기류는 바뀌기 시작했다. 어떠한 악재에도 붕괴되지 않았던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균열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현재 가장 국민적 반감을 사고 있는 계파 논란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이유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엄 소장은 “35%라는 콘크리트 지지층이 사실 무너졌다고 볼 수 있다”며 “대통령이 느끼는 위기 의식은 생각보다 클 것이다. 새누리당마저 분화하면 보수층에 심각한 위기가 온다고 생각했을 듯하다”고 해석했다. 이 정치평론가도 “국정에 매진하는 모습 통해 지지율 회복 노리는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의 선긋기에도 딜레마가 존재한다.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자신의 사람이 원내사령탑에 오르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박 대통령이 편집·보도국장 오찬 간담회에서 “여당과 정부는 수레의 두 바퀴다. 서로 협의를 해가며 같이 굴러가야 국정운영이 원활하게 된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를 의식한 친박계는 정부의 성공적 국정 운영을 강조하며 특정 후보를 지원해 막판 표 결집에 나설 수 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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