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 거침없는 자신감 "이대로 끝내긴 아쉽다"
영화 '탐정 홍길동' 개봉 전부터 속편 강력한 의지
"되고 싶었던 배트맨과 비슷해…홍길동 연기 영광"
"영화를 보고 나니 속편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세'라는 말은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얼굴만 보면 '겸손'이란 단어부터 떠오르는 이제훈이지만, 긍정적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강렬한 욕망과 자신감으로 밝은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이제훈은 내달 4일 개봉하는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에서 홍길동 역을 맡았다. 익히 알고 있는 홍길동과 달리 매우 인격적으로 미성숙하고 신체적 결함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악당보다 악명 높은 홍길동 캐릭터가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사격술은 뛰어나지만 싸움을 못해서 늘 도망만 다니는 인물이에요. 하지만 마지막 시퀀스에서 총알이 빠진 총을 든 상대를 농락하잖아요. 그리곤 부하들이 총을 쏠 땐 가만히 앉아서 지켜봐요. 그만큼 비상한 재주를 가졌죠."
완성된 작품을 보곤 "오! 이런 작품에 출연을 했다니"라며 감탄했다고 고백했다. 이제훈은 "만화적 색체와 미장센, 소품, 의상 같은 것들이 모두 세팅돼서 나온 작품을 보니까 홍길동이란 인물을 연기한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관객들이 이 같은 장점에 공감해주길 간절히 바랐다.
사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땐 이제훈 자신도 반신반의했다. "현실에 입각해서 가능해 보이는 이야기로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졌던 것. 하지만 지금은 "조성희 감독이 생각했던 것들을 이번에도 해내셨구나"라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훈이 작품에 애착을 갖는 이유는 또 있다. 어린 시절 가장 되고 싶었던 배트맨과 묘하게 닮은 한국형 안티 히어로이기 때문이다. 배트맨은 개인적인 트라우마와 결핍을 극복하고 세상 박으로 나와 세상을 구하는데, 홍길동 역시 어린 시절 아픔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탐정 홍길동'의 앞길이 결코 순탄해 보이는 건 아니다. 12명의 슈퍼 히어로로 중무장한 할리우드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한 주 앞서 개봉하기 때문이다. 예매율 90%에 육박하며 이미 한국 극장가 싹쓸이를 예고하는 상황이다.
'탐정 홍길동'으로서도 버거운 상대임에 틀림없다. 속편에 대한 기대는 곧 흥행 성공에 대한 기대이기도 한 만큼, 부정적인 전망도 흘러나온다. 하지만 이제훈은 "이대로 끝내긴 아쉽다"며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속편에 대한 강한 열망을 거두지 않았다. 그만큼 작품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 이번 작품이 잘 되면 '시그널'과 함께 속편으로만 5년은 보장되겠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영화를 보시면 '이렇게 새롭고 독창적인 한국영화가 나오다니' 하며 반기면서 놀라지 않을까요. 한국 영화에서 나오기 쉽지 않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관객들이 사랑해주신다면 할리우드 작품과 함께 공존하면서 한국영화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밑바탕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성균을 상대 배역으로 만난 것은 이번 작품이 배우 이제훈에게 안겨준 큰 소득 중 하나다. 악역부터 코믹한 연기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김성균의 연기 내공은 이제훈에게도 커다란 숙제와 깨달음을 동시에 안겨줬다.
"'범죄와의 전쟁'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어요. 연기가 아니라 진짜 저런 인물을 모시고 온 것 같았거든요. '이웃사람'을 보고는 다시는 보고 싶지 않더군요. 그런데 '응답하라 1988'을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울 수 있는지 놀랐어요."
이제훈은 "(김성균은) 너무나 순박하고 선한 선배"라며 "촬영하면서 말도 많이 걸고 많이 의지했다. 촬영할 땐 집중했지만 휴식할 땐 동네 형과 동생처럼 편하게 지내서 좋았다"며 웃었다.
이제훈은 "연애보다 늘 일이 우선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일 욕심이 많다. 평소엔 몸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언제든 찾아올 기회에 대비한다. 그렇기에 20대 꽃미남 이제훈을 뛰어넘은 30대의 이제훈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하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꿈이 많다.
"액션에 대한 로망이 늘 있어요. 혹시라도 보여줄 수 있는 상황이 생길 때 당황하지 않도록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갑자기 닥쳤을 때 어색하지 않게 해낼 수 있도록 꾸준히 관리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배우로서 한 가지 달라진 가치관을 전했다. "그동안 배우는 작품 안에서만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었어요. 개인적인 모습을 드러내게 되면 작품을 볼 때 방해가 될 거라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요즘 대중들은 작품은 작품대로 배우 이제훈은 이제훈으로서 봐주시는 것 같아요."
그만큼 이제훈은 조금씩 팬들 곁으로 한걸음 다가서려 한다. 최근 '냉장고를 부탁해' '런닝맨' 등 예능프로그램에 잇따라 출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제훈은 그렇게 팬들 품으로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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