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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마블 영웅들은 한국영상문화 파괴자?


입력 2016.04.29 05:12 수정 2016.04.29 11:41        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의 문화 꼬기>멀티플렉스 시스템이 연작 시리즈 소비 전진 기지

영화 ‘캡틴 아메리카:시빌월’가 예상대로 극장가를 휩쓸고 있다.ⓒ마블스튜디오 영화 ‘캡틴 아메리카:시빌월’가 예상대로 극장가를 휩쓸고 있다.ⓒ마블스튜디오

영화 ‘캡틴 아메리카:시빌월’가 예상대로 극장가를 휩쓸고 있다. 애초에 한국영화를 포함한 다양성 영화들은 이 영화의 개봉 때문에 일정을 조율해야 했다. 마블사의 어벤저스 시리즈가 극장에 걸릴 때마다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이는 정말 위력적이고 파괴적이기도 하다. 그럼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그것이 영상 문화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마블사의 이러한 연작시리즈는 마치 ‘드라시네마’를 떠올리게 만든다. 연속극처럼 관객들은 마블사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영화를 접하게 된다. 다음 드라마 방영분을 보기 위해 텔레비전에 몰려들 듯이 이제 이런 연작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몰려들게 만들었다. 앤트맨과 같이 개별적인 영화를 그대로 제작 노출되고, 별도의 그룹 캐릭터는 여전히 제작되는 투 트렉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단순한 스핀 오프나 시리즈물이라기보다는 재조합의 변형이 이뤄지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예전작품을 다시 리부트하는 방식과도 다르다. 트랜스포밍 방식의 영화제작이 만화원작과 맞물릴 수 있게 된 것은 몇 가지 요인 때문이다. 일단 전세계적으로 디지털 환경의 조성은 이런 캐릭터에 대한 팬들을 폭증시켰다. 전작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그것을 통해서 마니아가 되어 간다.

이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팬심 문화의 형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팬심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충성도 있게 팔로업을 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기호의 집중 문화에서는 아무리 긴 작품이라고 해도 능히 소화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 디지털 콘텐츠가 짧아지기만 한다는 지적은 틀린 것이 된다. 예컨대 사람들이 갈수록 스낵 컬처만을 선호한다는 생각은 이런 면에서 거리감이 있는 것이다.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두 시간 가까이 되어도 그것을 챙겨보는 심리와 같다. 오히려 이런 인기 있는 프로그램들의 시간은 늘어만 간다. 매체의 다양성으로 일어나는 콘텐츠의 홍수도 이런 익숙한 캐릭터에 대한 연작물을 증가시킨다. 바쁜 시간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는 콘텐츠를 우선 소비하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콘텐츠 기호품을 선택하기 보다는 기존에 익숙한 프로그램이나 영화에 더 주목을 하게 된다.

이는 선택과 집중 현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럼에 따라서 새로운 작품들이 눈에 띄거나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일종의 취향 선택의 경직성이 더 강화될 수 있다. 이를 더 압축적으로 말한다면 사람들이 주의 집중할 시간은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수프로그램은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강하지만 신생 콘텐츠들은 주목조차 받지 못하고 만다. 특히나 한국은 멀티플렉스 시스템이기 때문에 이런 획일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일반적인 흥행요소가 아니라 캐릭터에 대한 충성도를 바탕으로 제작하는 마블사의 영화들 때문에 할리우드의 전진 소비기지가 되어버렸다.

한국의 경우에는 이러한 영화의 입지를 갖지 못한 점이 아쉽다. 오히려 최근의 ‘엽기적인 그녀 2’ 같은 작품이 속편 제작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중화권의 시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살아나는 ‘디워2’도 중화권의 힘을 얻었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런 상황은 국내 자체의 콘텐츠의 기반을 다진다는 의미에서는 그렇게 튼실하지 못한 측면을 내포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더 말할 것이 없다. 중화권에서 이런 영화들이 제작되어도 그것은 수많은 영화들의 부분에 불과한 현실이다.

이런 마블사의 연작 시리즈 공습 때문에 다른 영화의 흥행이 안된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맞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접촉의 빈도가 낮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평소에 극장을 찾지 않는 관객이 이런 영화들에 몰렸다면, 평소에도 이런 유형의 관객들은 작품성을 따지면서 영화를 보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관객들을 뺏겼다고는 볼 수 없다. 그 영화들이 아니라면 멀티플렉스 시스템이 유지 안되기 때문에 예술영화상영관이 있는 개별 상영관이 많아져야할 뿐이다.

즉 멀티플렉스는 원래 그런 시스템이기 때문에 바랄 것이 못된다. 어쨌든 오락영화의 기호를 획일화 시킬 수밖에 없는 한계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캐릭터 SF오락영화는 독점하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자체의 캐릭터 오락영화는 더욱 힘든 지경에 이른다. 이런 상황을 홍길동이라는 캐릭터가 돌파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오로지 그것이 가능하려면 한국인들만이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정서적 효과에 기대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에 전적으로 기댈 경우 한국인들만의 영화가 될 수 있다는 한계도 있을 것이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 그것이 한국영화가 마블사의 거대 콘텐츠 폭격에 견딜 수 있는 것이겠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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