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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없는 구조조정"…노조·해외선주 압박용 분석도


입력 2016.04.27 17:04 수정 2016.04.27 17:25        박영국 ·이홍석 ·김유연기자

재계·경제전문가들 '정부 구조조정안' 엇갈린 평가

"브레이크 잡고 자동차가 달리길 바라는 꼴" VS "기업들 최대한 살려야"

지난 26일 정부 구조조정 협의체가 내놓은 구조조정 계획을 놓고 재계와 경제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도크 전경,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도크 전경.ⓒ데일리안DB 지난 26일 정부 구조조정 협의체가 내놓은 구조조정 계획을 놓고 재계와 경제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도크 전경,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도크 전경.ⓒ데일리안DB

지난 26일 정부 구조조정 협의체가 내놓은 구조조정 계획을 놓고 재계와 경제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알맹이 없는 구조조정’이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기업들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위기·공급과잉 업종으로 지목되는 해운과 조선 산업에서 기업간 합병이나 청산없이 양대 해운사와 조선 빅3를 모두 존속시키겠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27일 정부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 “산업 재편을 안하고 개별기업 차원의 회생안을 승인받으면 봐줘야 한다는 식의 구조조정은 하나마나한 일”이라며 “지금과 같은 글로벌 공급과잉 상황에서는 케파(capacity)를 줄여야지 그대로 끌고 가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일본의 산업 재편 사례를 모범 사례로 들며 우리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은 정부가 나서서 그랜드 플랜을 짜서 (조선소를)10개에서 4개 정도로 줄였다”며 “산업 생태계를 재편하고 전체적 케파를 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우리도 지금이 아니면 못한다”면서 “우리도 조선소가 10개는 되는데 줄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 실업사태 우려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하면 실업이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동시에 고용대책을 세우면서 구조조정을 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 브레이크 잡고 자동차가 가길 바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먼저 구조조정을 하고 실업자들이 나오면 대책을 통해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 교수는 해운업에 대해서도 굳이 양대 선사 체제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동안 해운들이 너무 방만했다”면서 “꼭 양강체제를 고집할 필요는 없고, 시장에서 하나가 청산돼도 괜찮다. 매정해야지 꼭 끌고 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해운은 노동집약적인 산업이 아니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해서 실업이 나오는 문제가 아닌 만큼 부실기업 청산이 상대적으로 쉬울 것이라는 논리도 내세웠다.

정부가 회생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용선료 협상에 대해서도 “용선료는 기존 계약인데 20~30%씩 깎는다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계약을 바꾸지 못하면 법정관리, 즉 퇴출 수순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의 기업회생 지원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있었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정부로서는 기업들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면서 “기업 정상화를 위해서는 유동성을 키워야 하고 결국 정부의 지원이 필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전 세계적으로 조선 및 해운업체들이 어려운 상황이고 현재 조선과 해운업체들의 어려움이 기업 내부 문제가 아닌 외부 환경적인 측면이 있는 만큼 왜 국민의 혈세를 망하는 기업들에게 지원하느냐라는 식의 인식은 곤란하다고 본다”는 입장도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공개적으로 개별 기업의 자율적인 구조조정과 회생 노력을 압박하는 것 자체로 큰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선업종은 인력이 많이 투입되는 만큼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노조 반발과, 구조조정 이후의 대량 실업사태 우려가 있어 개별 기업이 구조조정에 나서기에는 부담이 크다”면서 “하지만 이번에 정부에서 구조조정을 압박하면서 실업 대책을 내놓은 만큼 개별 기업이 구조조정에 나서기 한결 수월해진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해운업종의 경우 용선료 인하 협상이 가장 큰 관건인데, 정부가 용선료 협상에 실패하면 법정관리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건 해당 해운사보다 오히려 해외 선주들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선주 입장에서는 용선료를 인하해주지 않았다가 국내 해운업체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계약이 해지되기 때문에 용선료 협상에 좀 더 전향적인 태도로 임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같은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이번 발표는 실질적으로는 조선업체들의 구조조정과 해운업체들의 용선료 인하 협상 타결을 돕는 일종의 ‘퍼포먼스’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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