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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간 김종인 '수권정당' 쓰고 말하고... 왜?


입력 2016.04.25 22:46 수정 2016.04.25 22:59        광주 = 데일리안 이슬기 기자

당권 둘러싼 당내 잡음 불거지자 '구조조정' 이어

'수권정당' 강조하며 당내 '김종인 역할론' 굳히나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가 25일 총선 후 첫 낙선인사를 위해 광주를 방문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가 25일 총선 후 첫 낙선인사를 위해 광주를 방문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광주 선거에서 참패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5일 낙선인사차 광주를 방문해 '수권정당'에 힘을 실었다. 이날 하루동안만 수권정당을 다섯 차례나 언급했다. 이는 4.13 총선 이후 당권 문제가 화두가 되자, 주류계 인사들이 김 대표의 '합의추대론'을 비판하며 광주 참패 책임론을 들고 나오는 데 대항한 '입지 굳히기'로 읽힌다.

앞서 김 대표는 공식석상에서 정부여당의 실업대책 마련을 전제 조건으로 기업 구조조정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제학자인 김 대표 본인의 신념일뿐 아니라, 야당의 수권을 위해선 외연확장이 필수라는 전략적 판단도 작용했다. 이른바 '경제민주화'의 창시자로서 자신의 전공분야이자 여권의 담론이었던 구조조정 이슈를 선점, 대선 정국을 앞두고 본인의 당내 역할론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김 대표의 '수권정당' 발언이 이같은 의미의 연장선으로 읽히는 이유다.

이날 오전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한 김 대표는 참배에 앞서 "희망의 수권정당이 되겠읍니다"라는 내용의 방명록을 작성했다. 김 대표는 이어 비상대책위원들과 임을향한행진곡에 맞춰 5.18 민주항쟁추모탑까지 행진한 뒤,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단체로 묵념했다. 참배 이후엔 3개의 묘비를 찾아 자원봉사자로부터 열사자들에 대한 설명을 듣기도 했다.

특히 김 대표는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총선 결과를 보면, 원내 제1당이 됐으니까 일단 수권정당으로 갈 수 있는 터를 닦았다고 본다"며 "그 다음의 일은 내년 대선까지 다음 지도부가 어떻게 하느냐의 몫"이라고 말했다. '다음 지도부'를 언급한 것과 관련, 대선 정국에서 당대표 등의 역할을 맡지 않겠다는 뜻인지를 묻자 "내가 1월15일 더민주에 왔을 때 다른 말을 했던 것도 아니고 '수권정당'이 될 수 있도록 채비를 갖춰주는 역할을 하러 온다고 얘기했기 때문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수권정당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가 철저히 수권정당으로 변하지 않으면, 또 계파를 넘어 단결하지 않으면 호남민심을 돌이킬 수 없다는 두려움을 느꼈다"며 "더이상 계파싸움 하지 말고 공허한 관념인 정체성에 흔들리지 않아야 수권정당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유능한 경제정당,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당이 돼야한다"고 말했다. 또 "경제에만 구조조정이 있는 게 아니라 정치에도 구조조정이 있다. 더민주가 변화를 회피하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것은 정권교체를 방해하는 이적행위"라고도 했다.

최근 '불화설'이 제기되는 문 전 대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두 사람은 앞서 지난 22일 회동 이후 비대위 체제 연장, 전당대회 등 당권에 대해 서로 말이 엇갈리면서 관계가 악화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불 붙었다. 당시 김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더이상 개인적으로 문 전 대표를 안 보겠다"며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려는 걸 구해놨더니 이제 와서 엉뚱한 생각들을 한다"는 말까지 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나는 문재인 대표와 대립각을 세울 이유가 하나도 없는 사람"이라며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는 분들은 각기 자기의 능력에 따라서 후보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겠다는 말씀을 드릴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한 문 전 대표와의 불화로 인해 전당대회 연기론까지 제기되는 것과 관련, "그건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며 "내가 대표직에 미련 갖는 사람도 아니고, 내가 진즉 이야기하기를 '내가 대표를 할 뜻이 없다'고 말했는데, 그걸 갖고 자꾸 이러쿵저러쿵 하면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앞선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와 친문(친문재인) 세력을 정면으로 비판한 데 대해선 "일부 사람들이 말을 자꾸 이상한 형태로 만들어내는 것은 정상적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얘기하는 것이 당에 과연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뜻에서 내가 그렇게 말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회동 당시 문 전 대표가 경선을 제안했지만 김 대표는 비대위 체제 연장을 역제안했다. 반면 문 전 대표는 "김 대표에게 '출마하시면 괜히 상처만 받게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으며, 비대위 체제 연장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잘 아시는 것처럼 내가 1월15일 더민주에 와서 지금까지 역할을 한 것은 과거에 지나친 계파싸움으로 인해 당이 절벽에 부딪친 상황이었기 때문"이라며 "선거 끝나고 여유를 찾았다고 또다시 계파에 의한 투쟁이 벌어진다면, 난 더 이상 (더민주에) 희망이 없다"면서 현재 당권을 둘러싼 주류계의 공세를 에둘러 비판했다.

한편 김 대표는 이날 마지막 일정으로 광주과학기술원(GIST)을 방문, 총선 당시 핵심 공약이었던 미래차 산업 유치의 일환으로 "GIST에 광주전장산업유치센터를 설치해 광주전장산업유치의 거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김 대표의 이같은 행보에도 불구하고, 더민주 소속 광주시의회 의원들은 당초 예정된 지도부와의 간담회에 13명 전원이 불참했다. 시의원들은 "민심을 추스르겠다고 오는 당 지도부가 50여명의 시-구의원들과 고작 40여분 간 무슨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느냐"며 간담회를 보이콧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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