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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해운 구조조정, 합병? 혹은 퇴출?


입력 2016.04.25 11:30 수정 2016.04.25 17:16        박영국 기자

한진해운 25일 채권단에 자율협약 신청...경영권 포기

업황부진 장기화로 합병 시너지 '글쎄'...일부기업 청산·사업정리 현실적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위)와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운항 모습.ⓒ현대중공업, 현대상선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위)와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운항 모습.ⓒ현대중공업, 현대상선

한진해운이 25일 채권단에 경영권 포기와 함께 자율협약을 신청한다. 이로써 정부의 조선·해운 등 부실·공급과잉 업종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면서 업종 내 주요 기업들간 합병, 혹은 퇴출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업황 부진이 단기간 내에 호전되기 힘든 만큼 합병 보다는 일부 기업의 퇴출이나 사업부문 정리가 현실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부실·공급과잉 업종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정책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지원은 더 이상 없다는 것이고, 둘째는 업종간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하되, 불가피할 경우 정부가 통폐합 등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해운업종 통폐합의 경우 정부의 의지가 있을 경우 개입이 비교적 쉬운 상황이다. 당장 이날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하며 기존 현대상선까지 국내 양대 선사가 모두 오너의 손을 벗어나게 됐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의 경우 이미 현정은 회장이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났을 뿐 아니라 내달 초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결정하면 최대 주주의 지위도 잃게 된다.

한진해운은 지분구조상으로는 조양호 회장이 지배하는 대한항공이 최대 주주(지분율 33%)지만, 일반적으로 자율협약 신청시 채권단이 분쟁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경영권 포기 각서를 함께 제출받기 때문에 경영권 상실은 예정된 수순이다.

통폐합 이후 비대해진 사업규모를 구조조정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해운업체의 주요 자산인 선박은 상당수가 자체 보유가 아닌, 선주로부터 배를 빌리는 방식, 즉 용선이기 때문에 용선계약이 취소되면 자연스럽게 선대 규모도 줄어든다.

두 해운업체가 자율협약을 넘어 법정관리로 갈 경우 용선계약도 해지되는 만큼 별도로 칼을 대지 않아도 구조조정이 가능하다. 이런 방식을 통해 합병 회사의 선대 규모가 절반으로 줄 경우 사실상 두 선사 중 하나를 퇴출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문제는 두 국적선사가 구조조정 과정에서 급변하는 세계 해운환경에 대처하지 못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특히 정기선(컨테이너선) 분야에서는 지난 20일 중국 코스코(COSCO)와 프랑스 CMA CGM이 주도하는 새로운 해운 동맹체 ‘오션 얼라이언스’ 결성이 발표됐다. 세계 1·2위 업체인 덴마크의 머스크라인과 스위스 MSC에 대항하기 위한 오션 얼라이언스의 결성은 글로벌 해운동맹 재편을 알린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모두 ‘오션 얼라이언스’에 끼지 못했다. 그나마 남아 있는 독일, 일본 해운업체들과 팀을 꾸려야 국제 정기선 항로를 놓고 벌이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지만, 법정관리 상태에서 해외 파트너들에게 신뢰성을 어필하긴 힘들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에만 정신을 쏟느라 양대 국적선사를 경쟁력 없는 깡통회사로 만드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업종은 업종 내 자율적인 합종연횡이 아니라면 사실상 통폐합이 힘들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최대주주로 있는 대우조선해양을 제외하고는 정부가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

사업부문별 통폐합도 조선업 특성과 각 사의 이해관계를 감안하면 쉬운 일은 아니다.

조선업체들은 크게 3개 사업군을 보유하고 있다. 첫째는 배를 만드는 상선이고, 둘째는 해양플랜트, 셋째는 군함과 잠수함 등을 만드는 방산 분야다.

일각에서는 이들 각 분야를 통폐합해 별개의 회사로 만드는 방안이 언급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다.

조선 3사 모두 거액 적자의 원흉이 된 사업부문이 해양플랜트고, 그나마 수익성을 유지하는 부분이 상선이다. 이처럼 수익성에 대한 호불호가 뚜렷한 상황에서 어떤 기업에게는 흑자 부문을 몰아주고, 어떤 기업에게는 적자 부문을 통으로 떠넘기는 게 가능할 리 없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해양플랜트를 다른 곳에 넘기고 경쟁력이 있는 LNG선 등 상선 부문만 남긴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골치 아픈 해양플랜트를 누가 가져가겠느냐”고 반문했다.

방산은 일정 부분 수익이 나긴 하지만, 각 업체별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미미해 3곳을 모아 봐야 규모에 한계가 있다. 방산분야 통합은 방산 공백 리스크를 줄이고 대우조선 매각 과정에서 민감한 부분을 덜어내려는 정부의 필요 외에 큰 의미는 없다는 분석이다.

사업 부문을 분할해 통합할 경우 기존 계약된 물량을 이전하는 것도 복잡한 문제다. 통상 선박은 2년가량, 해양플랜트는 3년 이상의 건조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건조 중인 물량이 울산과 거재도의 각 조선소에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통폐합이라기보다는 기업별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부문을 정리해 국내 업체간 과열 경쟁을 없애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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