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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 "사이다에서 이젠 김 빠진 맥주?"


입력 2016.05.06 10:14 수정 2016.05.06 10:14        장수연 기자

<20대 국회를 주목하라-당선자 릴레이 인터뷰>

"문재인 그늘? 차두리에게 제 축구 있듯 '표창원의 정치' 보여줄 것"

20대 총선은 이변의 연속이었다. 안일한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의 심판은 준엄했다. 16년 만에 여소야대라는 새로운 정치 지형을 조성했으며, 집권여당은 원내 1당을 야당에 넘겨줬다. 영호남에서 여야의 독점 체제도 무너졌다. '쇄신'과 '협치'가 정국 화두로 떠오르며 20대 국회 당선인 개개인이 주목되는 이유다. 이에 '데일리안'은 대안 정치인으로서 기대를 받거나, 두각을 나타내는 여야 당선인 7인을 만나봤다. < 편집자 주 >

"선거 끝나면 아내랑 몇 일이라도 여행을 다녀와야지 생각하며 선거 기간을 버텨왔어요. 근데 왠걸 안될 것 같네요"

당선 인사를 도는 것만으로도 4년이 부족할 것 같다고 한다. 국내 최초 경찰학 박사이자 범죄심리분석관으로 활동해온 스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외부 영입 1호 인사로 정치권에 입문해 20대 총선에서 용인정 지역구의 당선인 된 표창원은 인터뷰 내내 멋쩍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지만 모든 질문에 단 한 순간의 막힘없이 사뭇 강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를 21일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선거사무소에서 만났다. 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이 넘었음에도 당선 열기는 그대로 남아있었다. 지지자들이 앉았을 50여개의 의자와 개표상황을 표기한 화이트보드, 각 언론사별 카메라 위치를 표시해놓은 에이포 용지 등 온 공간이 4월 13일을 간직하고 있는 듯 했다.

표창원(경기 용인시정)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표창원(경기 용인시정)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 정치에 익숙하지도, 익숙해지고 싶지도 않다

- 당선 직후 아내와 키스하며 기쁨을 나눴던 장면이 SNS 상에서 아주 큰 화제가 됐다. 평소에도 그렇게 하시나?

"아, 전 아내랑 뽀뽀 많이 해요. 늘 연애하는 것 같아요. 연애를 해서 만났고 지금도 연애기간 같고요. 알콩달콩"

- 정치인이 아니었다. 유세기간에 겪었던 가장 힘들었던 점이 무엇이었나?

"다 기억에 남죠. 우선은 제가 정치랑 가까운 사람도 아니었고, 익숙하지도 않고 사실 익숙해지고 싶지도 않고요. 기존에 정치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권위주의, 또 하나는 솔직하지 못한 것이 마치 정치의 본질인 것처럼 비춰지는 형식적이고 틀에 박힌 말과 행동. 선거 때는 굽실거리고 지나고 나면 빳빳히 세우는 이중적 태도가 상징하는 기존 정치는 닮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선거 기간 동안에도 많은 경험 있는 분들이 조언을 많이 해주셨지만 대부분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거부를 하고 나름의 방침으로 해왔죠. 초기에는 '건방지다' '초짜가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맡겨라'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대중과 계속 소통을 해왔기 때문에 그 방법에 있어서만큼은 다른 사람 못지않을 것이란 자신감이 있었어요."

- '경찰 표창원'에서 이제는 '국회의원 표창원'으로 전향해야 한다. 그 간극 어떻게 줄일건가?

"스타라는 표현이 맞을 진 모르겠지만 대중들의 사랑과 동시에 미움을 받던 때 결여되었던 것은 '신중함'과 '책임성'이에요. 스타나 인기가 갖고 있는 본질은 스스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니라는 거에요. 비판을 하려면 비판도 하고, 옹호하려면 옹호도 할 수 있어요. 나중에 보니까 모든 것이 정확히 맞는 사실이 아니었더라고 하면 인정하면 되는 거고요. 그런데 정치인은 그렇지 않아요. 분명히 책임져야 할 영역이 있습니다. 제가 '옛날에는 사이다였는데 요즘에는 왜 이렇게 김 빠진 맥주야'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사이다와 김 빠진 맥주 사이에는 '신중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로 인해 잃게 되는 인기는 분명히 있을 거에요. '실망했어' '변했어' '재미없어' 이 모든 것들은 제가 감수해야 될 영역이고요"

- 유권자들은 정치를 하라고 국회로 보냈다.

"그렇죠. 이제 제게 주어진 역할은 마음대로 말을 내뱉는 것이 아니라 대리자로서 내뱉는 것이라 생각해요. 많은 분들이 표를 주신 뜻도 그냥 듣기만 좋게, 속 시원하게 내뱉는 역할만 하라고 보내주신 건 아닐 겁니다. 국회의원으로 국회에 보내주셨다는 건 실제로 변화를 만들어 내라는 것이거든요. 다른 이들을 자극하고 비난해서 만들어질 수 있는 건 거의 없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법안 하나를 만들어내고 싶어도 새누리당 상당수의 협력과 양보를 얻어내야 가능한 것이고요. 그건 과거 스타로서의 선명성과는 같이 갈 수 없는 부분이죠"

표창원(경기 용인시정)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표창원(경기 용인시정)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 표창원의 정치는 '현장'

본인의 정치를 한 단어로 축약해달라는 주문에 그는 '현장'이라는 단어를 내놓았다.

- 경찰과 야당은 항상 각을 세워왔다. 경찰 출신으로서 당에서 어떤 역할을 할 계획인가?

"양자 간 깊은 불신의 골이 있는데 좀 메꾸고 싶어요. 아프지만 야당 의원으로서 분명히 시비를 가리고 비판할 건 비판하고 그래야죠. 정책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에요. 국민의 뜻에 반하는 것, 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비판해야겠죠? 저의 경찰과 관련된 원칙과 활동의 균형을 맞추는 것 절대 쉽지 않습니다. 그냥 한 쪽만 '난 무조건 경찰 편 들꺼야', 반대로 '난 경찰 편 안 들거야' 이런 건 너무 쉬워요. 하지만 합리적으로 옳고 그른 것을 구별하는 건 정말 힘들고 양쪽 모두로부터 욕을 먹을 수도 있지만 분명히 그렇게 해나갈 겁니다"

- 20대 국회에서 당내 안보 분야의 전문가 역할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기대도 큰 것 같습니다.(표 당선인은 경찰대 교수였던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를 비판하며 사표를 냈다)

"하고 싶고요 해야 되죠. 지난 대선 때 국정원에 관련된 사건 때문에 정치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누차 말씀드리지만 국정원과 저는 늘 협력관계였어요. 이전에 경찰관이었을 때는 동료로서 일을 함께 하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늘 안타까웠어요. 경찰이 갖고 있는 조직적 문제도 유사하고 국정원이 갖고 있는 문제도 유사합니다. 결국은 고위 간부들이 정치화됨으로서 정작 국가 안보라는 중요한 본질, 사명이 훼손되는 일들이 자꾸 벌어진다는 겁니다. 과거 안기부 등을 거쳐오면서 국정원으로 이름 바꾸고 안 그러겠다고 다짐했지만 또 생겼거든요.

제가 상징하고 대표하는 안보의 이름은 '실질'입니다. 명목과 명분, 특히 정치화되는 잘못된 안보 분야의 위험한 누수를 막아내는 역할이다. 그래서 저는 언제나 현장과 가까이 있으려 해요. 제 경력도 마찬가지고요. 저는 지도부 지위를 가본 적이 없어요. 늘 현장에 있었던 경찰관이었고 교수가 되어서도 늘 현장 문제를 해결해 주는 방향으로 활동을 해왔고요. 그런 차원에서 제가 지향하는 건 장성 출신이나 고위간부 출신들이 하는 안보와는 좀 다릅니다. 촘촘하고 현실적인 안보. 특히 정보와 보안 차원에서의 안보의 틀은 제 역할은 분명히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 현실에서 작용할 수 있고 경찰, 국정원, 군대 등 3대 축 안보기관의 실무자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안보의 틀을 만드는 게 제 역할이죠"

표창원(경기 용인시정)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표창원(경기 용인시정)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 문재인이 정치로 이끌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 문재인의 대표적인 인재영입으로 꼽힌다. 그런 부분이 좋으면서도 부담이 될 법도 한 데.

"정치인이나 스타의 자녀들과 같아요. 차두리 선수가 평생 부친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마음의 멍에가 있듯이 저도 문 전 대표가 정치로 저를 이끄셨고, 그분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가까움이 있어요. 하지만 그게 전부라는 건 아니란 말이죠. 차두리 선수도 자기의 축구가 있고, 꿈이 있고 한계가 있어요. 저도 정치인 표창원으로서의 독자성이 분명히 있습니다. 조율과 조절을 잘 해야죠. 너무 지나치게 누구의 사람, 누구의 편을 드는 이런 모습은 제가 원하는 모습은 아니에요. 문 전 대표가 잘 하기 때문에, 좋은 대안이기 때문에 제가 힘을 실어드리는 것이죠. 하지만 문 전 대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가고 국민이죠. 그런 한계와 제 역할, 독자성만큼은 제 마음 속에 가지고 있습니다"

장수연 기자 (telli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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