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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L 천국된 '태양의 후예' 중국 역풍 우려


입력 2016.04.15 07:30 수정 2016.04.15 11:38        민교동 객원기자

극 후반 접어들며 과다간접광고 논란까지

해외 반응 예의주시…업계, 드라마계 긴장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과도한 PPL로 눈총을 사고 있다. ⓒ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과도한 PPL로 눈총을 사고 있다. ⓒ KBS

‘온에어’ ‘시트릿 가든’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로 이어지는 김은숙 작가의 대박 드라마에 모두 출연한 배우가 있다. 과연 누구일까.

기본적으로 네 드라마에 모두 주연으로 출연한 배우는 없는 만큼 조연급 배우들 가운데 누군가 네 드라마에 모두 출연한 배우가 누군지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질문이다. 그렇지만 실제 그 주인공은 사람인 배우는 아니고 캐릭터 인형이다. 바로 라스카랜드의 캐릭터 인형이다.

앞서 언급한 네 편의 인기 드라마의 요소요소에 숨겨져 있는 해당 브랜드 캐릭터 인형을 찾아보는 것 역시 쏠쏠한 재미다. 방송사가 바뀌고 PD는 달라져도 김 작가의 드라마에 꼭 그 브랜드 캐릭터 인형이 등장하면서 방송가에선 김 작가와 해당 업체 사이에 특수 관계가 존재하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였다.

최근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태양의 후예’ 역시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다. 그런데 이번엔 라스카랜드의 캐릭터 인형이 보이질 않는다. 그렇다고 캐릭터 인형이 등장하지 않는 게 아니다. 솔로이던 유시진(송중기 분)와 서대영(진구 분)이 카페에서 애인 대신 앉혀 놓았던 캐릭터 인형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드라마 초반부라 그 장면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면 13회 방송분을 떠올리면 된다. 이젠 강모연(송혜교 분)과 윤명주(김지원 분), 둘 다 애인이 생겨서 다시 찾은 그 카페에서 서빙남이 이런 대사를 한다.

“오랜만에 오셨어요. 근데 여자친구 분들이 바뀌셨네요”라는 도발 발언을 한다. 이에 강모연과 윤명주는 유시진과 서대영을 노려보고 그때 서빙남이 또 대사를 날린다. “전엔 늑대랑 토끼랑 같이 오셨었거든요. 인형이요”라고. 바로 여기서 언급된 늑대랑 토끼가 바로 그 캐릭터 인형이다.

또한 15회 방송에선 유시진과 서대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윤명주가 강모연에게 그 인형을 건네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바로 그 인형은 네티브가 제작한 ‘보니크루’에 등장하는 늑군이와 하양이 캐릭터다.

늑군이와 하양이는 ‘태양의 후예’ 기획 단계에서 드라마의 캐릭터를 연구해 제작된 맞춤형 캐릭터 인형이다. 드라마가 대박이 나면서 늑군이와 하양이의 유명세도 급증했고 최근엔 한류 열풍을 타고 해외 시장까지 진출하려 한다고 알려지고 있다.

김은숙 작가는 PPL의 신이라 불릴 만큼 빼어난 PPL 활용 능력을 갖춘 작가다. PPL이 합법화되기 전인 지난 2004년 오늘날의 김 작가를 만든 초대형 히트작 '파리의 연인'이 방송됐다. 김 작가는 신인급 작가이던 그 당시부터 빼어난 PPL 능력을 구사했는데 조연으로 출연한 배우 조은지는 당시 그 드라마에서 PPL 관련 부분을 대거 소화하면서 ‘PPL 걸’이라 불리기도 했을 정도다.

김 작가가 거듭해서 히트 드라마를 만들어 낼 때마다 PPL도 수려해졌고 PPL이 합법화하면서 그 영역도 급격히 확대됐다. 당연히 그 시대를 대변하는 신제품과 유행 아이템이 대박이 유력한 드라마에 PPL을 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김 작가가 PPL로 드라마에 선보인 각종 제품이 실제로 시대의 유행을 선도하는 사례가 많았다. 어느 방송 관계자는 김 작가의 PPL 리스트만으로 지난 10여 년 동안의 한국 사회와 소비를 대표하는 제품 아이템을 모두 소개할 수도 있을 것이라 말할 정도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과도한 PPL로 눈총을 사고 있다. ⓒ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과도한 PPL로 눈총을 사고 있다. ⓒ KBS

이제 다시 ‘태양의 후예’로 돌아가자. 앞서 언급한 늑군이와 하양이는 사실상 드라마 맞춤형 캐릭터이기 때문에 자세히 언급했을 뿐 드라마 전체에서 차지하는 PPL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한 회 출연하고 나중에 한 회에서 추가로 언급만 됐을 뿐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화두인 자동주행모드는 ‘태양의 후예’ 후반부에서 가장 공이 들어간 PPL이다. 소위 ‘자동주행모드 키스’신. 자동차 안에서 운전석과 조수석에 앉은 연인이 키스를 하는 장면으로 운전은 자동주행모드가 대신한다. 이런 최첨단 키스신은 ‘시크릿가든’ 당시의 커피숍 PPL이던 ‘거품 키스’신을 연상케 한다.

자세한 강모연의 주문 내용을 들고 샌드위치 주문에 나선 유시진의 모습, 의사인 강모연의 집에 다소 어색하게 배치돼 있는 중탕기의 모습 등이 모두 PPL이며 홍삼과 아몬드 등 출연진이 자주 먹던 간식 먹거리들도 모두 PPL이다.

이처럼 제작진이 물어오고 김 작가가 드라마에 투영해 낸 다양한 PPL이 30억 원 가량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태양의 후예’ 제작비는 130억 원. 이 가운데 1/4를 PPL이 책임 진 셈이다.

문제는 과도한 PPL이 시청자의 드라마 몰입을 방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김 작가의 드라마에 PPL이 집중되는 까닭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시장까지 동시에 노릴 수 있다는 부분이다. 실제로 김 작가의 전작인 ‘시크릿가든’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 등의 드라마는 모두 중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역시 큰 인기를 얻었다. 이번 ‘태양의 후예’는 김 작가 드라마 가운데 해외 시장에서 가장 성공한 드라마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만큼 반응이 뜨겁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태후 열풍’이 매우 뜨겁다.

문제는 PPL이 국내에선 합법이지만 해외에선 다르다는 점이다. PPL이 아직 바로 자리 잡지 못한 해외에선 이에 대한 제재가 뒤따를 수도 있다. 특히 중국이 과도한 PPL에 대한 규제를 시작할 경우 국내 드라마 시장에 그 여파가 엄청날 수밖에 없다.

이미 중국 언론은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시작했다. 중국 뉴스포털인 신랑망(新浪網), 봉황망(鳳凰網)등이 연이어 이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심지어 ‘태양의 후예’를 ‘PPL 잡탕’ ‘PPL의 후예’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한 중견 드라마 제작업체의 대표는 “중국에서 대박 드라마가 나오는 게 업계 입장에선 매우 환영할 일이지만 너무 폭발적인 인기는 그만큼 후폭풍도 크다”라며 “중국에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정말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는데 이런 인기는 결국 중국 정보가 외국 콘텐츠 수입 규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연결됐다. 이로 인해 수입 총량이 줄었으며 드라마 수출을 위해 100% 사전 제작과 사전 심의라는 과정이 신설됐다”고 설명했다.

사실 ‘태양의 후예’가 이런 규제를 통해 탄생한 드라마다. 중국과의 동시 방영을 통한 수익 극대화를 위해 100% 사전 제작이 불가피했고 이로 인해 사전제작된 드라마가 바로 ‘태양의후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태양의 후예’가 또 한 번 ‘별그대급 인기’를 얻으면서 중국의 반응에 또 한 번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의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요즘 PPL을 둘러싼 논란이 매우 두렵다. 만약 중국 측이 PPL 관련 규제를 강화한다면 국내 드라마 업계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라며 “사전제작 등은 어치파 가야 할 길이었지만 드라마 제작비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가운데 하나인 PPL이 막힐 경우 결국 중국 수출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다시 말해 사전제작은 어렵지만 넘을 수 있는 산이었고 또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이었지만 PPL은 결코 내줘서는 안 될 영역이라는 뜻이다. ‘태양의 후예’가 중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으면서 중국이 한국 드라마에 대한 방어막을 치려 할 것이란 예측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그 방어막이 PPL 관련 사안일 수 있다는 부분에서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스팟연예 기자 (spote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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