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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하자면서 질문은 안받는 안철수의 불통


입력 2016.04.07 11:59 수정 2016.04.07 12:04        전형민 기자

<기자수첩>질문지 미리 받아 편집하고는 "질문도 별거 없으면서..." 작태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에게 3당 대표가 참여하는 공개토론 개최와 공약책임제 합의를 제안하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에게 3당 대표가 참여하는 공개토론 개최와 공약책임제 합의를 제안하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6일 '3당 대표 토론회'를 재차 제안했다. 안 대표는 "20대 총선은 사상 최악의 깜깜이 선거 정책실종 선거가 되어가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면서 제안 이유를 강조했다. 그는 "그저 전국 돌면서 춤추고 업어주는 것으로는 설득할 수 없다"며 두 당 대표의 지원유세를 정조준해 도발하기도 했다.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 속에서 표를 쟁취해내야할 신생 제3당의 당 대표로서 싸움을 걸어도 '무시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두 당의 전략에 답답함을 넘어 무기력함을 느꼈으리라고 본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 거대 정당의 '침묵의 카르텔'로 규정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자신의 제안이 이런 '침묵의 카르텔'에 의해 또 다시 묵살될 것을 우려한듯 "거기에(제안에) 반대한다면 그것은 자신이 없거나 지키지 못할 공약을 내세웠기 때문에 제 발 저려서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힘든 것은 (오히려) 우리 국민의당"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출입기자들 역시 안 대표의 발언에 공감했기 때문에 그동안 유세현장에서의 질문 자제 등 당직자들의 요구에 협조해왔다. 같은 날 영남권 유세도 마찬가지였다. 국민의당 측은 일정을 핑계로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일을 기자들에게 강요했다.

이날 기자단과 함께 이동한 당직자는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기자들에게 "일정이 팍팍하니 질문을 미리 받겠다"고 했다. 기자들은 질문을 추려 제출했고, 당직자들은 이를 '사전검열'했다. 이 자체가 상식과 완전히 어긋나는 행동이었지만 기자들은 예의 '공감'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기자들이 사전에 질문을 '줬고' 당은 이를 '검열' 했음에도 끊임없이 일정을 탓하며 기자들의 질문 시간을 아무런 대안 없이 연기만 시켰다. 기자들은 '공감'의 대가로 이를 기다렸지만 당은 또 다시 '일정'을 핑계로 비가 오는 부산 서면의 한복판에서 원래 준비했던 질문 5개중 2개만 할 것을 요구했다.

기자들은 이조차 수용했다. '작은 정당이지만 단단한 3당을 만들어 한국 정치를 바꾸겠다'는 안 대표의 유세 연설에 공감하며 거대 양당의 집중 견제에 치이는 작은 당 대표의 유세일정이 최대한 합리적·효과적으로 돌아가길 바랬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기자들이 그토록 공감한 안 대표는 자신의 연설을 마치고 몇 명의 지지자들과 악수한 뒤 기다리던 기자들을 뒤로하고 떠났다. '다음 유세일정이 늦어서'가 이유였다.

기자들은 당연히 다음 일정을 따라가서 질의응답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당직자는 시간상 이후 일정을 따라가면 기자들이 미리 예약한 귀경 비행기를 놓칠 수 있다며 다시 한 번 '선택'을 강요했다. 이어 '질문에 별 내용도 없더만'이라고도 했다. 결국 기자들은 비행기 시간에 쫓기는 강요에 의해 안 대표의 대답을 듣지 못하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일정에 쫓겨 예정보다 늦은 시각의 비행기를 타야한다던 안 대표는 모든 일정을 소화하고 공항에서 부산의 한 후보와 여유롭게 저녁식사를 즐긴 뒤 기자들이 예약했던 비행기보다 30분 이른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떠났다. 안 대표와 비행기를 기다리던 기자들은 같은 식당에서 불과 10m 떨어져 앉아있었지만, 그는 식사하는 내내 기자들을 향해 고개 한 번 돌리지 않았다.

사실 안철수 대표가 탈당한 날부터 그를 따라다닌 기자들로선 새로울 일이 아니다. 언제나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던 안 대표는 기자들을 '우리가 부르면 따라올 수 밖에 없는 존재'로 인식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한창 창당을 준비중이던 지난 2월4일 오전은 광주, 오후는 서울이라는 무리한 일정을 만들고 그래도 안 대표의 생각을 전하겠다며 따라내려간 기자들에게도 안 대표는 그 당시 단 한 마디의 해명도 없이 약속된 질의응답시간을 건너뛰었다. 지금은 당을 떠난 당시 안 대표 수행비서는 기자들에게 "죄송하다. 저도 황당하다"고만 했다.

지난 주말 호남 유세 일정중 전날부터 예정됐던 '호프타임'도 당일 '호프타임' 장소로 이동 중에 갑자기 바뀌었다. '호프타임'은 없어졌고 안 대표는 저녁 식사자리에 와서 건배사만 하고 사라졌다. 통상 '호프타임'은 기자들과 대표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자리로 안 대표의 생각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자리다. 일부 기자들은 오로지 이 '호프타임'을 위해 서울에서 광주까지 내려오기도 했다. 이날은 심지어 해명도 이유도 없었다. 동석한 당직자는 '그냥 그렇게 됐다'고만 했고 항의하는 기자들에게는 '그럼 어쩌자는 것이냐'고 했다.

모르겠다. 언젠가 안 대표가 '안철수, 국민속으로'라는 매일 저녁 동영상일기 형식의 생방송에서 말했듯이 '기자들이 없는 내용을 쓰는 소설가'여서 기자들을 만나기 싫은 것일지도. 안 대표는 하루종일 그를 따라다니며 비 오는 부산 서면의 바닥에 주저 앉아 자신을 기다리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기 싫지만, 스포트라이트가 터지며 거대 양당 대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잘 포장된' 토론회장에서만 질문에 답을 하겠다는 것일지도.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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