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이대호 '반쪽 타자' 린드도 높디높은 산


입력 2016.03.30 00:06 수정 2016.03.30 08:45        데일리안 스포츠 = 홍진표 객원기자

개막 로스터 극적 진입 유력...몬테로는 방출

좌완에 약한 주전 1루수 린드 백업으로 시작할 듯

이대호는 MLB에서 우투수 전문 타자이자 주전 1루수인 아담 린드와 플래툰을 이루며 1루수로 활약하게 됐다. ⓒ 연합뉴스 이대호는 MLB에서 우투수 전문 타자이자 주전 1루수인 아담 린드와 플래툰을 이루며 1루수로 활약하게 됐다. ⓒ 연합뉴스

‘빅보이’ 이대호(33·시애틀)는 2016 MLB 시범경기에 나서는 한국 선수들 중 가장 위태로운 위치에 있었다.

마이너 계약을 맺고 초청 선수 자격으로 시범경기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매 경기, 매 타석이 이대호에게는 매우 중요했고, 40인 로스터 발표가 임박할수록 이대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커져만 갔다.

그러나 이대호는 27일(한국시각) 당당히 40인 로스터에 진입했다. 시범경기에서 이대호와 경쟁을 펼치던 스테펜 로메로는 마이너리그 트리플A 타코마로 향했다. 또 다른 경쟁자 헤수스 몬테로는 방출 대기 조치를 받은 뒤 토론토로 떠났다.

개막 로스터 진입이 사실상 확정적인 가운데 이제 이대호는 MLB에서 우투수 전문 타자이자 주전 1루수인 아담 린드와 플래툰을 이루며 1루수로 활약하게 됐다.

큰 고비를 넘기기는 했지만 끝난 것이 아니다. 이대호에게는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그의 현재 신분이 시애틀 백업 1루수이자 좌투수 전문 타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된 로메로의 존재, 그리고 린드의 시범경기 좌투수 상대 호성적은 이대호를 안심할 수 없게 만든다.

로메로는 시범경기 17경기에서 42타수 15안타 1홈런 8타점 타율 0.357를 기록하며 뛰어난 타격 능력을 선보였다. 시범경기에서 40타수 이상을 소화한 시애틀 타자들 중 로메로의 타율은 주전 2루수 로빈슨 카노(0.388)와 다니엘 로버트슨(0.375)에 이어 3위에 해당할 정도로 우수했다. 뿐만 아니라 로메로는 좌익수와 우익수, 1루수 등을 다양하게 소화하면서 단 1개의 실책도 범하지 않았다.

객관적인 활약상만 놓고 보면, 이대호는 로메로와 비교가 될 수 없다. 이대호가 29일 현재 시범경기 20경기에서 46타수 11안타 1홈런 4타점 타율 0.239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대호는 1루수로만 55이닝을 소화했다. 타석에서의 활약상은 물론이고 수비에서의 멀티 활용도까지 이대호는 로메로와의 비교에서 열세에 있었다.

그럼에도 시애틀의 선택은 이대호였다. 이대호의 계약에는 옵트 아웃이 있었고, 로메로에게는 마이너리그 옵션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이대호를 40인 로스터에 포함하지 않을 경우, 시애틀은 이대호를 잃을 수도 있었다. 반면 로메로는 40인 로스터에 포함하지 않아도 당장 잃게 되는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시애틀은 로메로가 아닌 이대호를 우선적으로 선택했다.

이처럼 이대호는 로메로를 제치고 1루 백업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로메로가 트리플A에서 언제든 호출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이대호를 긴장케 만드는 것이 사실이다. 로메로는 이번 시범경기에서 좌투수를 상대로 11타수 6안타 5타점 타율 0.545를 기록했다. 이대호의 좌투수 상대 타율보다 월등히 뛰어난 기록을 남긴 것이다.

주전 1루수 린드의 시범경기 좌투수 상대 활약상도 이대호를 긴장케 한다. MLB 11년차 좌타자 린드는 2006년 데뷔 시즌 당시 좌투수를 상대로 타율 0.444를 기록했다. 데뷔 시즌에는 적은 타석이긴 하지만 좌투수를 상대로 강한 면모를 발휘했다.

린드가 좌투수를 상대로도 이대호보다 나은 성적을 올린다면 시애틀 입장에서는 굳이 플래툰 시스템을 적용할 필요가 없다. ⓒ 게티이미지 린드가 좌투수를 상대로도 이대호보다 나은 성적을 올린다면 시애틀 입장에서는 굳이 플래툰 시스템을 적용할 필요가 없다. ⓒ 게티이미지

하지만 린드는 이후 좌투수를 상대로 2007시즌 0.194, 2008시즌 0.253, 2009시즌 0.275, 2010시즌 0.117, 2011시즌 0.243, 2012시즌 0.202, 2013시즌 0.208, 2014시즌 0.061, 2015시즌 0.221에 그쳤다.

2009시즌까지는 그나마 좌투수를 상대로 자신감을 갖고 나섰지만 2010시즌 이후에는 사실상 반쪽 자리 선수로 전락한 것이다. 린드의 최근 3시즌 우투수 상대 타율은 2013시즌 0.309, 2014시즌 0.354, 2015시즌 0.291였다. 이처럼 린드는 우투수와 좌투수를 상대로 극과 극의 모습을 드러내며 우투 전문타자로 전락했다.

그러나 린드는 이번 시범경기를 통해 좌투수에 대한 자신감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 린드는 시범경기에서 좌투수를 상대로 7타수 2안타 1홈런 3타점 2볼넷 타율 0.286 출루율 0.400 장타율 0.857를 기록했다. 적은 타석이긴 했지만 이대호의 좌투수 상대 성적 12타수 3안타 1홈런 2타점 2볼넷 타율 0.250 출루율 0.400 장타율 0.500보다 뛰어난 성적을 남긴 것이다.

린드가 좌투수를 상대로도 이대호보다 나은 성적을 올린다면 시애틀 입장에서는 굳이 린드를 플래툰으로 돌릴 필요가 없다. 이대호가 40인 로스터, 그리고 나아가 개막 로스터 진입이 유력시되지만 진짜 경쟁은 이제부터다. 트리플A에 버티고 있는 로메로의 존재, 좌투수를 상대로 자신감을 회복한 린드의 활약상은 앞으로 이대호가 넘어야 할 진짜 산이라고 볼 수 있다.

홍진표 기자 (ywam31@hanmail.net)
기사 모아 보기 >
0
0
홍진표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