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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세월호 특조위 직원이 겪은 '사상검증'과 '인권침해'


입력 2016.04.28 06:07 수정 2016.04.28 06:25        목용재 기자

김모씨 "특조위, 특정 사상으로 똘똘 뭉친 조직"

"특조위 업무 직전엔 일부 유가족에게 '정신교육'"

세월호 참사 713일째인 28일 서울 중구 시청에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2차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세월호 참사 713일째인 28일 서울 중구 시청에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2차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에 7개월여 간 몸을 담고 근무하던 전 특조위 직원 김모 씨(33)가 특조위에 채용된 직후 사상검증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특조위를 "특정 사상으로 똘똘 뭉친 조직"이라고 비판했다.

김 씨는 세월호 특조위 일부 공무원들이 민간업체 대표에게 향응접대를 받은 사실과 혈세로 운영되는 특조위의 '주먹구구식' 경비집행을 지난 2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한 바 있다. 그는 특조위에 채용된 이후 내부 부조리에 대해 수차례 문제제기를 하다가 '트러블 메이커'로 낙인찍힌 인물이다. 그는 근무 기간 내내 '공공의 적'으로 치부되며 부조리한 대우를 받아 왔다고 밝혔다.

김 씨는 지난해 7월말 과천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교육과정을 수료한 이후 자신의 소속 부서장으로부터 "김모 씨는 포트폴리오를 별도로 제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김 씨는 "정상적인 채용절차를 밟은 내가 왜 별도로 또다시 포트폴리오를 제출해야 하나"라며 반발하자 이 부서장은 "당신의 정치성향을 가늠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김 씨는 세월호 특조위 채용 전, 세월호 참사를 직접 취재했던 TV조선 촬영기자였다.

김 씨는 최근 '데일리안'과 인터뷰에서 "부서장이 나에게 '왜 TV조선에 있었느냐', '시험을 어떻게 봤길래 내가 추천했던 사람 2명이 떨어지고 당신이 채용됐나'라고 의아해 했다"면서 "지난해 7월말 공무원 신입직원 교육 직후 나에게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라고 했는데 그 이유를 내 정치적 성향을 가늠하기 위해서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포트폴리오 제출 당시 일부러 사회비판적인 시각에서 다룬 것만 골라서 보여주니까 중립적이라고 부서장이 좋아했다"면서 "자신들과 정치성향이 맞을 것 같다고 하면서 나에게 앞으로 맡을 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종의 사상검증을 당한 셈"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김 씨는 자신에 대한 부서장의 행동에 인권침해를 느낀 경우도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증언했다. 지난 7월말 공무원 교육을 이수한 직원들 20여명이 모인 회식자리에서 이 부서장은 김 씨의 TV조선 촬영기자 경력을 거론하며 "이 사람, 어린나이에 우파에 섰는데 참 특이하지 않나"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 씨는 "내가 소속된 부서장이 주체가 돼서 모인 회식자리였는데 맥주잔을 돌리면서 내 차례가 되자 나보고 '특이하다'라고 했다"면서 "2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그것도 주목받는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그런 말을 하니까 기분이 굉장히 나빴다. 그래서 자리만 지키고 있다가 기회를 보고 그 자리에서 빠졌다"고 말했다.

특조위의 한 조사과장은 조사과 직원들을 대동하고 같은 직원인 김 씨를 조사실로 데리고 가 조사를 벌이려고 시도한 적도 있다. 특조위의 한 언론담당자는 "언론 실태를 조사해야 한다"는 이유로 김 씨를 취조하기도 했다. 이 담당자는 "세월호 취재 당시 TV조선 데스크가 누구인가", "그때 무슨 취재를 했나", "당신이 아는 언론사 국장급 연락처를 알려달라" 등의 질문과 요구를 했다. 그러면서 "이제 한 식구니까 김 씨가 협조해야 한다"는 말도 보탰다는 것이 김 씨의 증언이다.

김 씨는 세월호 특조위 별정직 공무원으로서 업무를 시작하기 전, 일부 세월호 유가족으로부터 '정신교육'을 받는 황당한 일도 경험했다.

김 씨에 따르면 7월 말 특조위 별정직 공무원 연수를 마친 직원들이 오후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특조위 사무실로 복귀하던 중 "전원 안산 분향소 참배 후 단원고로 모일 것"이라는 지시를 하달 받았다. 사전에 예정돼 있지 않은 일정이었다. 당시 별정직 공무원들은 일부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협박을 당했다.

김 씨는 "지난해 7월말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단원고로 이동했는데 강당으로 끌고 가더니 파견직 공무원들은 강당 밖으로 내보내고 강당 문을 닫았다"면서 "세월호 유가족 두 명이 사회를 봤는데 그들이 특조위 공무원들에게 '여러분 나 알죠? 나 진짜 당신들 일 똑바로 안하면 가만 안둡니다. 내 새끼 어떻게 죽었는지 반드시 밝혀라. 똑바로 안 밝히면 특조위 불 질러 버릴 것'이라고 했다. 이석태 위원장이랑 사전에 이런 일정이 잡혀 있었던 것 같은데 이 위원장은 옆에 가만히 서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김 씨는 "또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왜 안산분향소만 참배해야 하는가라는 점이었다"면서 "단원고 유가족도 있고 일반인 유가족도 있는데 왜 인천분향소 참배 얘기는 없고 안산분향소만 참배하라고 지시가 내려온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지난해 11월 한 세월호 유가족의 "대통령 능지처참" 발언과 박종운 상임위원의 박수 동영상이 공개됐을 당시 영상 유포자로 지목돼 모든 업무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김 씨는 "내가 협조적이지 않았을 때부터 나는 이상한 사람이 됐다. 갈등도 그때부터 생기기 시작했다"면서 "영상과 사진 촬영의 책임은 나한테 있는데 언제부턴가 나는 업무에서 배제되고 외부 진보성향의 다큐멘터리를 찍는 사람을 따로 불러들여 선체조사 등의 업무에 투입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씨는 본격적인 세월호 특조위 업무에 돌입하기 앞서 자신의 부서장에게 "7층 조사실이 만들어지면 박근혜를 불러서 조사할 것"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김 씨는 "조사실을 만들면 박근혜를 불러서 조사를 하겠다고 해서 황당했다. 그러면서도 그 부서장은 '하지만 대통령이 여기까지 오지는 않겠지'라고 덧붙였다"고 말했다.

김 씨는 본보와 2시간여의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자신이 겪은 부당함과 답답함을 쉴 새 없이 쏟아내며 다음의 말을 꼭 기사에 넣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제가 특조위 나와서 이런 얘기를 하면 특조위 내부 사람들은 한 목소리로 반박할 거에요. 그 사람들은 어떤 특정 정치집단과 사상, 이념으로 똘똘 뭉쳐져 있기 때문에 상대하기 힘들었습니다. 내가 특조위를 나온 이유는 특조위는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기에 적합하지 않은 조직이고 이미 기울어져 있어서 뭘 할 수 있다는 기대도 바랄 수 없기 때문이에요. 결국 그 사람들은 나를 보수우파라고 매도할테지만요."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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