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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치인트', 결국 용두사미


입력 2016.03.02 00:16 수정 2016.03.02 08:32        부수정 기자

예상과는 다른 전개로 시청자 원성

이윤정 PD 순끼 작가에게 사과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했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반 사전제작돼 화제를 모은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치인트)이 힘 잃은 이야기, 헐거운 전개, 제작진과 원작자의 갈등 등 각종 논란을 일으키며 종영했다.

1일 방송된 '치인트' 마지막회에서는 홍설(김고은)과 유정(박해진)이 헤어지는 장면이 그려졌다. 3년 후 회사원이 된 홍설은 떠난 유정에게 근황을 묻는 메일을 계속 보냈으나 '읽지 않음'이라는 답만 받았다.

이후 홍설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메일이 '읽음' 표시로 되는 장면으로 드라마는 마무리됐다.

주인공 유정의 근황조차 없자 시청자들은 다소 황당한 반응이다. "결말이 메일 확인이라니", "답답하다", "남녀 주인공 빼고 모두 해피엔딩이다", "어이없고 허무한 결말이다"라는 의견이 많다.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치인트)이 후반부에 이르러 힘 잃은 전개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tvN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치인트)이 후반부에 이르러 힘 잃은 전개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tvN

시청률 높았던 초반부

누적 조회 수 11억 건을 자랑하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치인트'는 방송 전부터 화제가 된 작품이다. 웹툰 인기가 워낙 인기가 높았던 터라 캐스팅 소식이 들릴 때마다 관심이 쏠렸다.

결국 박해진, 김고은, 서강준, 이성경 등이 주연으로 나섰다. 많은 우려, 기대 속에 방송된 '치인트'는 '치어머니'(치즈인더트랩+시어머니)들을 만족시키며 인기리에 방송됐다. 시청률도 높았다. 3.5%로 출발해 7.1%까지 찍었다.

캐릭터, 이야기, 전개에 대한 호평도 이어졌다. 유정 선배 역의 박해진은 미스터리한 이미지 덕에 싱크로율 100%라는 찬사를 들었고 주로 영화에서 주로 활동해온 김고은은 풋풋한 홍설을 사랑스럽게 소화해 성공적인 드라마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백인호 역의 서강준 역시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훨훨 날았고 백인하 역의 이성경은 초반에 보여준 과장된 연기를 비교적 무난하게 매듭지었다.

로맨스스릴러(로맨스+스릴러)라는 새로운 장르도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안겨 줬다. 특히 알 듯 말 듯한 유정 선배의 심리가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면서 묘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유정과 설이의 상큼한 로맨스는 죽어있던 연애 세포도 깨웠다. 불륜, 복수 등 자극적인 요소가 판치는 국내 드라마에선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시도였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치인트)은 극 초반부 호평을 얻었으나 후반부에 이르러 캐릭터 붕괴로 비판 받았다.ⓒtvN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치인트)은 극 초반부 호평을 얻었으나 후반부에 이르러 캐릭터 붕괴로 비판 받았다.ⓒtvN

후반부 유정인 어디에?

찬사를 등에 업고 뻗어가던 '치인트'는 후반부에 이르러 '삐끗'하기 시작했다. 유정과 홍설, 백인호의 삼각관계가 부각되면서 '기승전 로맨스'라는 비판을 받은 것.

이 과정에서 '치인트'의 핵심 인물인 박해진의 분량이 축소되면서 유정의 감정선이 섬세하게 표현되지 않았다. 유정의 과거 상처를 알 리 없는 시청자들은 유정 선배를 두고 "쟤 왜 저래?", "정말 이상한 사이코 패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유정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 인호의 사연에 집중되면서 드라마는 길을 잃어버렸다.

누리꾼들은 주연 박해진과 서강준의 분량을 비교해가면서 호응도가 높았던 박해진의 분량이 왜 줄어들었는지 의아해했다. 원작에서 유정과 홍설의 에피소드가 인호와 홍설의 에피소드로 바뀐 부분도 이해가 안 된다는 지적이다.

홍설 캐릭터도 입방아에 올랐다. 남자친구가 있는데도 인호에게 신경 쓰는 모습이 나오면서 '어장관리녀'가 돼 버린 것. 후반부에 주요 캐릭터 모두가 무너졌다는 게 시청자들의 평가다.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치인트) 제작진은 최근 불거진 논란과 관련에 배우, 원작자, 팬들에게 사과했다.ⓒtvN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치인트) 제작진은 최근 불거진 논란과 관련에 배우, 원작자, 팬들에게 사과했다.ⓒtvN

제작진·원작·배우 갈등 수면 위

작품성이 떨어지고 시청자들의 불만의 높아지자 시청률은 5%대로 떨어졌다. 악재는 겹쳤다. 원작자 순끼 작가가 제작진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

순끼 작가는 지난달 24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드라마가 '원작에 충실하게' 제작되는 동안 제작진으로부터 연락 한 통이 없었고 드라마가 어떤 내용으로 제작되는지 알 수 없었다"며 "시나리오 공유를 요청하자 '드라마 대본의 철통보안'이라는 이유로 원작자인 내게도 6화 이후로 공유되지 않았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박해진의 소속사 더블유엠컴퍼니 역시 최근 SNS를 통해 '배우의 제2의 집, 촬영장은 숭고해야 하는 곳. 누구 하나만을 위한 드라마일 수는 없다', '정아~ 어디니. 내 목소리 들리니' 등의 글을 올려 박해진의 분량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나타내기도 했다.

박해진 또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유정의 성격과 심리 묘사를 제작진이 생략했다"며 "다양한 장면에서 유정의 감정이 다 드러나지 않았고 엉켜 있는 감정들이 끝내 풀리지 않아서 답답하기도 했다"고 아쉬워했다.

각종 논란에 대해 "나중에 말하겠다"며 침묵으로 일관하던 제작진은 "원작자를 좀 더 세심하게 배려하지 못한 점에 대해 죄송하다"면서 "이윤정 감독이 순끼 작가님께 사과했다. 팬과 배우들에게도 죄송하다"고 뒤늦은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이미 등을 돌린 상태였다. 한 시청자는 "처음엔 진짜 몰입해서 봤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드라마가 산으로 갔다"며 "캐릭터들도 이해가 안 돼서 답답했다"고 했다.

'산 넘고 지구 건너 은하계 돌고 있는 치인트'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한 시청자는 "드라마 내용은 사라진 지 오래"라며 "안드로메다에 간 '치인트'"라고 혹평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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