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치인트' 박해진 "유정아, 내게 와줘서 고마워"


입력 2016.02.29 10:12 수정 2016.03.02 07:52        부수정 기자

tvN '치즈인더트랩'서 로맨스·미스터리 연기 소화

"반짝반짝 빛나는 작품…유정이로 살아 정말 행복"

배우 박해진은 tvN '치즈인더트랩'에서 유정 선배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WM컴퍼니 배우 박해진은 tvN '치즈인더트랩'에서 유정 선배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WM컴퍼니

"유정 선배~"

tvN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이 방송되는 매주 월, 화요일에는 부르고 싶은 이름이 있다. 부르면 바로 돌아볼 것만 같은, 그리고 날 보고 "설아~"라고 말해줄 것만 같은 이 남자. 박해진(32)이 분한 '유정 선배'다.

유정 선배가 따뜻한 눈빛으로 홍설(김고은)에게 "설아~"라고 부를 때 여성 시청자들이 '심쿵'하는 건 당연지사. "내 이름도 그렇게 불러주면 안 돼요?"라는 호소의 글이 이어진다.

캠퍼스 커플 유정 선배와 홍설의 풋풋한 로맨스를 담은 '치인트'는 원작의 그늘을 벗고 인기리에 방송 중이다. 평균 시청률은 7%대(닐슨코리아·유료플랫폼· 전국기준). 대박을 쳤다. 종영을 앞두고 드라마를 이끈 유정 선배 박해진을 최근 서울 신사동에서 만났다.

싱크로율 100% 유정 선배의 탄생

'치인트'는 누적 조회 수 11억 건을 자랑하는 화제의 웹툰을 바탕으로 한 로맨스릴러(로맨스+스릴러)로 방송 전부터 화제가 됐다. 원작이 워낙 인기가 높았던 터라 남녀 주인공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미스터리한 유정 선배 역은 박해진이 꿰찼다. 박해진 특유의 묘한 이미지 덕에 싱크로율 100%라는 찬사가 잇달았다.

실제 마주 않은 박해진은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 그 자체였다. "유정 선배와 똑같다"고 하자 박해진은 쑥스러운 듯 웃었다.

반 사전제작 시스템을 도입한 '치인트'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 말까지 촬영했다. 드라마가 끝나기도 전에 종방연까지 마쳤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본방 사수 중인 박해진은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는 편인데 워낙 인기가 높아 기분이 좋다"고 만족해했다.

2006년 KBS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에서 연하남으로 데뷔한 박해진은 어느덧 배우 생활 10년을 맞았다. 서른 중반에 상큼한 캠퍼스 드라마. 배우로서는 '도전'일 수도 있는 선택이다.

박해진은 "조금만 더 어렸을 때 했으면 어떨까 싶다가도 과거에 찍은 작품을 보면 '저 때도 동안은 아니었구나' 싶다. 그나마 관리를 잘해서 다행이다. 나와 함께한 어린 친구들에게 인기의 공을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배우 박해진은 tvN '치즈인더트랩'에서 유정 선배 역을 맡아 홍설 역의 김고은과 풋풋한 로맨스를 연기했다.ⓒWM컴퍼니 배우 박해진은 tvN '치즈인더트랩'에서 유정 선배 역을 맡아 홍설 역의 김고은과 풋풋한 로맨스를 연기했다.ⓒWM컴퍼니

홍설 역의 김고은이 출연을 망설였다고 말했듯, 박해진도 원작이 부담이었다. 캐스팅 제안을 한 차례 거절했다는 박해진은 "웹툰은 웹툰으로 남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가 내가 만드는 유정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며 "믿고 기다려준 제작진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유정 선배는 꽤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친절한 것 같으면서도 차갑고, 부유하게 살았지만 가슴 속 깊은 곳에 상처를 지녔다.

알 듯 말 듯한 유정이와 닮은 점을 묻자 박해진은 "조용한 성격과 리액션이 크지 않은 부분이 비슷하다"고 웃은 뒤 "집에서 책, 만화책 보고 조카들과 노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후반 전개 아쉽지만..."

박해진은 "유정이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유정이의 행동은 '맞고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박해진이 이런 말을 한 이유는 따로 있다.

'치인트'는 후반부로 갈수록 로맨스릴러의 독특한 장르의 힘을 잃고 한국 드라마의 '기승전 로맨스'로 흘렀다는 비판을 받았다. 유정, 홍설, 인호(서강준)의 삼각관계가 부각되면서 유정인 '결함 있는 이상한 남자', 홍설은 '어장관리녀'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유정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유정의 성장 배경과 심리 묘사가 세밀하게 그려지지 않은 건 시청자도, 배우도 아쉬운 부분이다. 배우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웹툰을 보면 이해할 수 있는데 드라마 특성상 유정의 성격과 심리 묘사가 표현되지 않았어요. '유정이에게 이런 과거가 있었구나'라고 이해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빠지면서 '유정이 왜 그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죠. 아쉽지만 배우로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삼각관계가 부각되면서 박해진의 분량이 줄어든 것도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박해진은 "분량은 중요하지 않다"며 "분랑에 상관 없이 존재감을 뽐내는 '신스틸러'를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천재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인호가 손을 다칠 때 유정이가 바라만 보고 있었던 신에선 유정이의 '잔혹함'과 '아픔'이 동시에 드러났다. 유정은 여자친구 설이 민수(윤지원)와 싸울 때도 말리지 않고 가만히 바라만 본다. 물론 뒤에서 도움을 줬지만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너무나도 냉정하면서도 심지어 무섭게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tvN '치즈인더트랩'에서 유정 선배 역을 맡은 배우 박해진은 이번 작품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으면 한다고 밝혔다.ⓒWM컴퍼니 tvN '치즈인더트랩'에서 유정 선배 역을 맡은 배우 박해진은 이번 작품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으면 한다고 밝혔다.ⓒWM컴퍼니

인호와 찍은 장면에 대해선 "의도했던 부분이다"고 했다. 다만 어릴 때부터 쌓인 복합적인 감정이 표현되지 않은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유정인 인호를 진짜 가족이라고 생각했는데 자길 감시했다는 걸 알고 배신감에 휩싸이죠. 그때 느꼈을 배신감과 충격이 오죽했겠어요? 모든 걸 줘도 아깝지 않은 친구였는데 유정이 입장에선 뒤통수 맞았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래서 유정이가 인호에게 그랬잖아요. '네가 자초한 일'이라고."

설이와 민수의 장면은 "내 의도와 다르게 편집돼 아쉽다"라며 "다양한 장면에서 유정의 감정이 다 드러나지 않았고 엉켜 있는 감정들이 끝내 풀리지 않아서 답답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여러 감정이 쌓인 유정이를 어떻게 이해했느냐고 묻자 박해진은 "이해는 제3자가 하는 것이다. 난 유정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고 유정이는 먼저 나서서 누굴 해치는 사람이 아니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생각을 조곤조곤 들려줬다.

"어떻게 보면 유정이가 인호의 꿈을 짓밟아 버린 거라고 볼 수도 있는데 유정이의 눈으로 보면 그렇지 않아요. 반쪽 같은 친구 인호에게 배신당하고 인호가 설이를 좋아하게 돼요. 유정이는 참 혼란스러웠을 겁니다. 웹툰에는 유정이와 같은 장애를 앓은 아버지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드라마에선 생략됐고 유정이가 과거에 겪은 큰 사건을 아역 배우들이 찍었는데 이 장면 역시 방송에 안 나왔죠. 그래서 시청자들이 유정이를 '이상한 놈'으로 느꼈을 거예요."

인호와 기쁨, 슬픔, 고통을 함께한 박해진은 "유정이가 해맑게 웃을 수 있었던 사람은 인호였다"면서 "인호와 찍는 장면에선 마음이 아팠다"며 고 했다.

tvN '치즈인더트랩'에서 유정 선배 역을 맡은 배우 박해진은 후반부 전개 논란에 대해 유정의 감정이 섬세하게 그려지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WM컴퍼니 tvN '치즈인더트랩'에서 유정 선배 역을 맡은 배우 박해진은 후반부 전개 논란에 대해 유정의 감정이 섬세하게 그려지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WM컴퍼니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 로맨스 '부끄러워'

잘생기고 스펙 좋은 유정은 참으로 완벽한 남친인 듯 보이지만 그가 지닌 상처를 오롯이 보듬어 줄 수 있는 여자는 드물 듯하다.

박해진이 보는 '남자친구' 유정이는 몇 점일까. 박해진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며 "유정인 악한 사람이 아니다. 단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남들과 다를 뿐이다. '아닌 건 아니다'라고 똑 부러지게 말할 수 있는 여자라면 유정과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사랑스러운 김고은과의 로맨스도 화제였다. 박해진은 "설이한테 의지했다"며 "설이가 연기를 잘했다"며 김고은을 '설'이라고 불렀다. "촬영할 때는 항상 극 중 이름을 불러요. 전 후배들한테 존댓말을 하는 편이에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내게 아무렇지도 않게 반말을 내뱉는 불편한 상황을 겪어 봐서 그렇게 한답니다."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인 박해진은 3화에서 김고은에게 "설아~ 사귈래?"라고 로맨틱한 돌직구를 던진다. 여성 시청자들의 탄성이 들렸던 장면이다.

정작 박해진은 "이런 로맨스 연기가 처음이라서 미칠 것 같았다"며 "난 애교가 없는 무뚝뚝한 남자"라고 웃었다. 그렇다면 애교 많은 여자친구는 어떨까. "어휴, 제가 감당할 수 없는 애교는 힘들어요(웃음)."

여성 팬들이 궁금해할 질문을 던졌다. 박해진의 연애 스타일이다.

"유정이처럼 '사귀자'라고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그냥 사귀는 거지, 뭘 말을 하고 사귀어요? 하하. 만약 여자친구가 '그럼 언제 1일이야?'라고 물으면 만난 시기 중 날짜 하나를 꼽아서 얘기해요. 몇몇 분들은 남자가 알아서 데이트 코스를 짜길 바라는데 전 A형이라 여자친구에게 물어보고 행동해요. 이벤트는 못 하고 은근슬쩍 챙겨주려고 합니다(웃음)."

tvN '치즈인더트랩'에서 유정 선배 역을 맡은 배우 박해진은 유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WM컴퍼니 tvN '치즈인더트랩'에서 유정 선배 역을 맡은 배우 박해진은 유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WM컴퍼니

유정이에게 하고 싶은 말

박해진은 전작 '나쁜 녀석들'(2014)에 이어 또 어두운 역할을 소화했다. 실제 성격을 묻자 "정말 무난한 성격이다. 틀에 박힌 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걸 선호한다. 덕후 적인 면이 있어 하나에 꽂히면 끝장을 보고 집요한 면도 있다"고 했다.

음주를 즐겨 하지 않는 탓에 "무슨 재미로 사니?"라는 얘기를 듣는 박해진이 최근 꽂힌 건 인테리어다. "전 겉만 번지르르하고 화려한 인테리어보다 실용적인 부분에 중점을 둬요. 문고리, 동선, 바닥재 등 다양한 것들을 공부했고 제가 집을 지을 수도 있을 것 같다니까요?"

'치인트'는 박해진에게 소중한 작품이다. '유정 선배'로 시청자의 사랑을 듬뿍 받은 박해진은 "'치인트'는 내 필모그래피'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제 나이에 대학생 역할을 언제 또 해보겠어요? '치인트'가 빛나고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해요."

웹툰 '치인트'의 순끼 작가에게도 당부의 말을 전했다. "사과의 말을 하고 싶어요. 캐릭터를 좀 더 잘 표현해야 했는데 제가 부족했어요. 제가 아쉬운 만큼 순끼 작가님도 아쉬웠을 거예요. 그리고 '유정으로 살면서 행복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유정이에겐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유정아, 많이 답답하고 힘들었지? 하고 싶은 말이 많았을 텐데...잘 견뎌줘서 고맙고 나한테 와줘서 정말 고마워."

박해진은 최근 팬들의 소원 들어주기 이벤트를 벌여 화제가 됐다. 2만5000여 통의 메일을 직접 읽은 후 총 세 명의 소원을 들어줬다. 오는 4월에는 4500석 규모의 무료 팬미팅을 연다. 2억원의 비용을 사비로 들였다. 팬 사랑이 대단하다.

박해진은 "과거에 힘든 일을 겪고 난 후 가족과 팬이 큰 힘이 됐다"며 "팬들에겐 뭘 저도 아깝지 않다"고 했다. 박해진에게서 '훈훈한' 유정 선배의 모습이 겹쳤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부수정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