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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기억교실' 논란 수수방관 이재정, 교육감 맞나


입력 2016.02.21 10:01 수정 2016.02.21 10:01        하윤아 기자

<기자수첩>"교실은 교육공간" 발언에 진정성 보여야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 외면하고 학교에 책임 전가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지난 2014년 7월 1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취임하며 내세운 교육슬로건의 의미가 점차 퇴색하고 있는 듯하다. 당시 취임식을 대신한 토크콘서트에서 "무엇이든 학생 중심으로 가야한다"고 천명했던 그가 당장 신학기부터 공부할 곳이 없어 학습권이 침해될 위기에 놓인 학생들을 외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최근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 내 '4·16 기억교실' 존치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현재 단원고에는 세월호 침몰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사용하던 10개의 교실이 '기억교실'로 불리며 추모의 공간으로 유지되고 있는데, 이를 두고 영구보존을 주장하는 유가족과 학습공간으로의 복원을 주장하는 재학생 학부모 간 입장차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것이다.

22개월간 추모공간으로 보존돼왔던 10개의 교실이 논란의 중심에 선 이유는 당장 3월 2일 신학기부터 단원고 학생들이 학습할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기억교실을 들어낼 수도 그렇다고 보존할 수도 없는 상황에 놓였지만, 정작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할 이 교육감은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있어 실마리는 더욱 보이지 않고 있다.

단원고 교육정상화에 대한 이 교육감의 책임 소지는 법률에 명확하게 명시돼 있다.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제33조 제1항은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은 단원고등학교의 교육 정상화를 위해 지원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으며, 그 지원계획에는 학교시설·설비 등 교육환경 개선에 관한 사항이 포함(제2항 1호)돼 있다.

물론 교육부 장관에게도 단원고의 교육정상화를 위해 안정적인 교육환경을 지원해야 할 법적 책임이 있다. 그러나 한시적으로나마 기억교실 보존을 약속했던 당사자가 이 교육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둘러싼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할 이도 마찬가지로 이 교육감이다.

그러나 그는 "명예졸업식 때까지 기억교실을 존치하자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 교실은 본래의 교육 목적대로 써야 한다. 정상화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명예졸업식은 당초 지난달 12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유족들의 거부로 잠정 연기된 상황이다. 신학기가 시작하는 3월 2일까지 명예졸업식이 열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데, 이 교육감은 단원고가 이대로 비정상 상황을 맞아도 상관없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이 교육감은 지난 17일 도교육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교실은 교육을 위한 시설로 학생을 위한 교육공간이고 그 모든 책임과 권한은 교장에게 있다"며 "학교가 이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기다리고 돕는 것이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문제 해결의 책임을 학교 측에 떠넘기는 모양새를 취했다.

학생중심 교육을 외쳤던 그가 정작 학생들이 '교육받을 권리'를 누리지 못할 위기에 처했는데도, 해법을 내놓기는커녕 책임을 회피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실제 일부 재학생 학부모들은 기억교실 문제와 관련, "이 교육감이 방관하고 있다"면서 그의 사퇴를 주장했다. 이들 재학생 학부모들의 요청으로 긴급하게 개최된 학부모총회에서 재학생·신입생 학부모들은 19일까지 교육청이 기억교실 존치여부에 대한 확답을 제시하지 않으면 학교 정문을 폐쇄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논란이 확산되자 결국 단원고 학교운영위원회가 나서 "19일까지 해법을 제시하라는 단원고 신입생·재학생 학부모 총회 요구를 철회하고, 대신 신입생 입학식이 열리는 3월 2일 전까지 단원고와 교육당국이 희생자 학생들이 다니던 교실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극단적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입학식 전까지 학교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학교를 폐쇄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진정 교실이 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이 교육감은 말로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유족들을 설득해야 할 필요가 있다. '별도의 추모공간을 만들겠다'는 교육청 나름의 절충안을 유족들이 거부했다고 해서 두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단원고 학생들의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위해 교육수장으로서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때다.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면서 이토록 허무하게 학생들을 포기해서야 되겠는가.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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