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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 101'은 지망생이라는 노예청춘 양성소?


입력 2016.02.19 09:27 수정 2016.02.19 09:30        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의 문화 꼬기>그들의 자생적 활동 책임 안지고 상품성만 소비

엠넷 국민 걸그룹 육성 프로젝트 ‘프로듀스101’ⓒ엠넷 엠넷 국민 걸그룹 육성 프로젝트 ‘프로듀스101’ⓒ엠넷
Mnet ‘프로듀스 101’은 국민 걸그룹 뽑기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만큼 국민적 논란도 뜨거운 듯 보였다. 대국민선언이 인상적이다. 그 대국민 선언이란 가감없는 본능의 방출이다. 세상의 진리를 말하는 선지자 같다. 남들은 숨기는 진실 그 무엇인가를 과감히 외치는 선각자같은 태도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아티스트 발굴이라는 가면을 벗어버렸다는 것이다. 아예 팔릴만한 겉으로 드러나는 상품성을 전면에 등장시켰다.

오디션이란 아티스트와 관련 없이 부와 인기를 위한 무한 경쟁일 뿐이다. 배우 장근석은 '외모도 실력이다'라고 말했다는 대목에서 이 같은 점을 잘 말해준다. 대체적으로 방송 오디션들은 국민적이라는 단어를 뿐일 때는 바람직한 사회적 가치를 강조했다. 외모보다는 실력을 강조하거나 스타성보다는 됨됨이를 강조했지만, 이제는 그런 가치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아예 여성에만 초점을 맞추거나 그 성적인 상품화를 마다하거나 숨기지 않는다. 이러한 본응의 노골화는 방송사에게만 이익을 준 것은 아니었다.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은 기획사들에게는 리스크를 줄여주는 아주 중요한 수단이 되어 왔다. 이전처럼 기획사 자체에서 비밀리에 준비했던 그룹이 막상 공개했을 때 처참하게 실패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신인 발굴 육성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이후에 그들을 마케팅하는데도 지분을 투자해야 한다.

그렇게 물량 공세를 해도 성공할지 알 수가 없다. 기획사들에게는 도박판이었다. 돈 놓고 돈을 먹는 행위였다. 모아니면 도가 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손해를 최대한 줄이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시장의 수요에 맞게 만들어 낼 수 있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최대한 소속사 아티스트에게서 수익을 최대한 뽑아내야 한다. 이를 위해 최대한 대가를 적게 지불하는 방향을 모색한다. 이 과정에서 노예 계약이 형성되어 왔다. 

'프로듀스 101'은 이런 현상들이 중첩되어 있었다. 방송을 통해 기획사들은 자신이 담당해야할 리스크를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방송사에서는 출연료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던 점에서 저렴하게 핫한 방송을 만들 수가 있다. 만약 개별적으로 출연자들과 협의를 했다면 공짜 출연료 혹은 출연료 0원이라는 논란이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소속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감내해야할 점들을 이제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감내해야 한다. 늪이 중첩되어 끝이 보이지 않는 수렁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그것은 오로지 지망생이라는 이유로 감내해야 할 일이었다. 그러나 감내의 결과는 다시 연습생일 뿐이다. 10개월 뒤에 다시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방송국이 기획사처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지만, 매번 이렇게 소진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무슨 파견 노동자도 아니고 소속사 출신으로 경연에 참가하여 모진 경쟁을 감내하여야 하는지 의문이다. 더구나 파견노동보다 못한 것이 한푼도 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냥 혹시 뜰지 모른다는 대박심리에 기대어 돌아올 개박의 운명을 수용해야 될 지망생 청춘들의 운명이다.
 
애초에 논란점이야 노이즈를 일으키는 데 최고의 매력 포인트를 자랑한다. 어차피 많은 사람들은 상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마음에 드는 아니, 마음에 들어할 것 같은 이들을 뽑으면 그만이다. 그들이 눈물을 흘리며 탈락하는 내가 선호하는 지망생이 최고의 등급을 받아 올라가면 그 뿐이다. 인생은 경쟁을 피할 수 없는 것이고 그 안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명제는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그 경쟁이 과연 경쟁에 버금가는 가치와 의미를 전해주는 지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 또한 스스로 상품이 되는 걸 마다하지 않는 풍토는 인간적인 가치나 공동체의 지향점도 파괴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성공적인 아티스트의 길이나 활동을 보장할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다. 예컨대 레드 오션에서 블루 오션을 꿈꾸는 셈이다.  무엇보다 방송은 이미지와 가치를 소진시킨다. 방송을 위한 지망생들의 치열한 생존경쟁이 상품성일뿐이다. 누구도 그들의 자생적인 활동을 책임지지 않고 소모해버린다. 자신의 인격성을 유지시키면서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만들어가는 것과는 거리거 먼 것이다. 채 아티스트로 피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소모품으로 버려지는 일이 비일 비재한 일이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인해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여 우려되는 것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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