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이혼 재산포기 각서' 작성시 논의 없다면...

재판부 "재산분할청구권 포기했단 사정 없이 작성된 각서는 허용안돼"

대법원은 협의이혼 과정에서 작성한 재산분할 포기 각서에 대해 재산분할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가 없었다면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자료사진) ⓒ연합뉴스

대법원은 협의이혼 과정에서 작성한 재산분할 포기 각서에 대해 재산분할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가 없었다면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13일 부인 A 씨가 남편 B 씨를 상대로 낸 재산분할 사건에서 재산분할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의 판단을 깨고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고 밝혔다.

A씨는 결혼 12년 만인 지난 2013년 B씨와 이혼하기로 합의하면서 "위자료를 포기한다,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해 B씨에게 건넸다.

그러나 이혼이 성립하고 나서야 A씨는 수천만원 이상의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B씨를 상대로 재산분할을 요구했고 B씨는 A 씨에게 독립할 자금이 필요하면 주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1·2심 법원은 모두 A씨의 재산분할 요구를 인정하지 않았다. A씨가 작성한 각서에서 "B씨에게 계속 폭행을 당하며 이혼을 요구당하는 상황에서 작성된 각서"라고 주장했지만 그렇게 볼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법원은 각서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다시 심리하도록 2심 법원에 사건을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공동재산 전부를 청산·분배하려는 의도로 재산분할 대상 재산액, 쌍방의 기여도와 재산분할 방법 등에 관하여 협의한 결과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했다는 사정이 없는 한 협의이혼 과정에서의 재산분할 포기 각서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와 B씨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재산액이나 쌍방의 기여도, 분할방법 등에 관해 진지한 논의를 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며 "A씨가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할 합리적인 이유도 없어 각서는 법상 허용되지 않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 포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