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친일인명사전 강압구매는 안돼" 서울디지텍고의 결단


입력 2016.02.13 10:17 수정 2016.02.13 10:18        박진여 기자

서울시교육청 "지정한 '목적사업비'로 예산 집행 의무 있어"

교육부 관계자 "도서 강제하는 것은 학교 자율성 해치는 것"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서울디지텍고등학교가 서울시교육청이 교부한 친일인명사전 구입 예산을 반납하기 위한 절차를 조사 중이다. (사진은 지난 2009년 서울 용산구 백범 김구 선생 묘역에서 친일인명사전을 펼쳐보는 시민들) ⓒ데일리안DB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서울디지텍고등학교가 서울시교육청이 교부한 친일인명사전 구입 예산을 반납하기 위한 절차를 조사 중이다. (사진은 지난 2009년 서울 용산구 백범 김구 선생 묘역에서 친일인명사전을 펼쳐보는 시민들) ⓒ데일리안DB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서울디지텍고등학교가 서울시교육청이 교부한 친일인명사전 구입 예산을 반납하기 위한 절차를 조사 중이다. 학교는 불확실한 도서를 지시 하에 강압적으로 구매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 하에 관련 예산을 모두 반납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일 친일인명사전 구입 예산을 증액·편성해 583개 중·고등학교에 교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각 학교는 사전 구입 예산 30만원씩을 교부받아 이달 까지 해당 도서를 구입해 학교 도서관에 비치해야 한다.

하지만 친일인명사전은 을사조약의 부당성을 비판한 ‘시일야방성대곡’을 집필한 장지연 선생과 6.25 전쟁 때 북한 침략을 막은 백선엽 장군, 또 박정희 전 대통령과 장면 전 총리, 애국가 작곡자인 안익태 선생 등을 친일 인사로 분류하고 있어 발간전부터 선정 기준의 객관성·공정성 논란이 일어왔다.

이에 서울디지텍고는 논란이 많은 불확실한 도서 구매를 학교에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관련 예산을 교육청에 반납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성도 확보되지 않은 도서를 학생들이 사용하는 학교 도서관에 비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디지텍고 관계자는 12일 ‘데일리안’에 “학교 입장에서는 객관성 등 확실히 규명되지 않은 도서를 (교육청) 지시에 의해 강압적으로 구매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해) 예산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객관성이 확보되고 교육에 반드시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구입할 수 있지만 논란이 많은 상황서 학교에 무조건적으로 비치할 수는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내부 검토와 학교운영위원회 회의 등을 거쳐 예산을 반납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며 “이 예산을 어떻게 교육청에 다시 반환할지 학교 측에서 교육청에 문의하고 있는 단계”라고 전했다.

이어 관계자는 현재 진행 상황에 대해 “현재 반환 절차도 모르는 상태로 교육청에 문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관련해 어떤 공문을 낸 것도 아니고 반납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앞서 서울디지텍고 교장은 일부 언론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해당 책자를 둘러싼 논란도 많고 또 책자가 다루는 내용이 역사교육에서 시급한 일도 아니라고 판단해 학교 내에서 회의를 거쳐 관련 예산 30만원을 교육청에 반납키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친일인명사전 구입 예산은 일상적인 도서 구입비가 아닌 교육청이 지정한 목적사업비로 각 학교는 해당 예산에 대한 집행 의무가 있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친일인명사전을 구입하라는 목적을 명시해 지급한 예산이기 때문에 학교는 예산 집행의 의무가 있다”며 “학교의 자체적 판단으로 예산 집행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에 교육부는 시교육청에 해당 도서의 교육적 중립성 훼손 여부를 검토해 보고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동시에 학교 도서 구입 관련 규정 준수 여부도 함께 점검하고 나섰다.

교육부는 ‘학교도서관 진흥법’에 따라 학교 도서를 구입할 때 학교운영위원회와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 심의 등을 거쳤는지 등 적절성 여부를 검토해 오는 29일까지 관련 사항들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는 “시교육청이 무조건 예산을 교부해 논란이 있는 책을 구입하라고 강제하는 것은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박진여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