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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노사, 임팔라 국내생산 '기준점' 진실공방


입력 2016.02.11 17:53 수정 2016.02.11 18:01        박영국 기자

노조 "연 1만대 팔리면 국내생산 공언하더니 3만대로 말 바꾸기"

회사측 "기준점 제시한 적 없어…신차거품 빠져야 검토 가능"

쉐보레 임팔라(Impala) ⓒ한국지엠 쉐보레 임팔라(Impala) ⓒ한국지엠

한국지엠 노사가 준대형 세단 임팔라의 국내생산 여부를 결정할 기준이 되는 판매대수를 놓고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노조측은 회사가 임팔라 국내 판매량이 연 1만대 이상이면 국내 생산을 한다고 해놓고 다시 3만대로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회사측은 애초에 기준점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한국지엠 노조)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세르지오 호샤 사장(현 회장)을 비롯한 한국지엠 경영진은 여러 차례에 걸쳐 임팔라의 국내 생산을 공언한 바 있고, 월 1000대 연 1만대를 판매한다면 국내 생산을 하겠다는 수치까지 제시한 바 있다”면서 “하지만 회사측은 기존의 공표를 뒤집고 연 3만대를 판매해야 국내생산의 사업타당성이 양호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같은 발표는 한국지엠이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면서 “손쉬운 말바꾸기는 노사간의 신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노조는 그동안 고용안정, 수익성 증대, 내수시장 점유율 확대, 브랜드 이미지 제고, 한국지엠의 국내 존속에 대한 신뢰성 강화 등을 위해 임팔라의 국내생산을 요구해 왔다.

지난해 임금협상 당시에도 번외 안건을 통해 회사측에 임팔라의 국내 생산을 요구해 ‘임팔라 수입판매 3개월 후 국내생산 검토에 착수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후에도 다양한 공식, 비공식 경로를 통해 임팔라의 국내생산을 요구했다고 노조 측은 밝혔다.

나영선 한국지엠 노조 교육선전실장은 “회사측이 2014년 말부터 월 1000대, 연 1만대 판매시 임팔라 국내생산을 여러 차례 공언해 놓고 지난달 중순 미래발전위원회(한국지엠의 노사협의체)에서 한국에서 생산하려면 연비와 안전 규제를 맞추기 위한 비용이 추가로 투입돼야 해 연간 3만대 이상 판매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 바꾸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회사측은 미국에서 생산되는 임팔라의 경우 한미 FTA 조항에 따라 미국의 환경 및 안전규제에 맞게 생산된 모델을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판매해도 되지만, 국내에서 생산할 경우 한국 환경 및 안전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추가로 연구개발비가 투입돼야 하는 만큼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더 많은 판매량이 확보돼야 한다는 논리로 노조 설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나 실장은 “임금협상 합의서에도 포함된 내용(출시 후 3개월 뒤 임팔라 국내생산 검토)을 막상 약속한 시기가 닥쳐 노조가 강하게 요구하니 말 바꾸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회사측을 비난했다.

지난해 9월부터 본격 판매가 시작된 임팔라는 올 1월까지 5개월간 8000대 이상, 월평균 1600대 이상 팔리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노조측에서 주장하는 ‘월 1000대 판매시 국내생산 공언’이 사실이라면 이미 기준을 넘은 것이다.

하지만 회사측은 월 1000대, 연 1만대 판매를 임팔라 국내생산의 기준점으로 제시한 적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한 최근 판매실적에는 신차효과(새로 출시된 모델 판매가 일시적으로 급등하는 현상)가 반영된 만큼 일상적인 판매실적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임팔라 출시 당시 세르지오 호샤 회장이 판매 목표로 알페온 연간 판매량인 4000대보다 3~4배정도 많이 판매하겠다고 목표치를 제시한 게 ‘월 1000대 판매시 국내생산’으로 오인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당시 언론에 잘못된 내용들이 보도되면서 노조가 이를 회사의 공식 입장으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임팔라를 국내에서 생산하려면 투자비가 얼마나 들고, 국내에서 어느 정도를 판매할 수 있을지 추정이 가능해야 하는데, 지금은 신차 효과 등 변수가 많아 수치를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임팔라는 계약 물량을 다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는 출시 초기 신차효과가 상당부분 반영된 것으로, 일단 신차효과가 제거된 뒤 일상적인 판매실적이 파악돼야 국내 생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한국지엠은 전체 생산의 80%를 수출하고 있지만, 임팔라는 내수 중심으로 판매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생산하려면 기본적인 베이스(판매실적)이 어느 정도 돼야 한다”면서 “현재로서는 판매 추이를 지켜보면서 (임팔라 국내 생산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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