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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총참모장 죽이고 인민무력부장 살리고 '왜?'


입력 2016.02.11 17:07 수정 2016.02.11 17:25        하윤아 기자

리영호 리영길 총참모장은 처형 인민무력부장은 원로대우

전문가들 "정통 군부 세력에 대한 장악력 여전히 불안정"

지난 1월 5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조선인민군 대연합부대 포사격 경기 관람 당시 리영길 군 총참모장이 수행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1월 5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조선인민군 대연합부대 포사격 경기 관람 당시 리영길 군 총참모장이 수행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 집권 이후 총참모장 자리에 앉은 군부 권력 엘리트들이 줄줄이 숙청되는 등 비극적인 결말을 맞고 있다. 북한 인민군의 작전권을 총괄 지휘하는 총참모장은 북한 군부 권력의 핵심이지만, 김정은 집권 이후 잦은 교체 양상을 보이면서 ‘정통 군부’에 대한 푸대접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북 소식통의 전언에 따르면 김정은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고 알려진 리영길 북한군 총참모장이 지난 2~3일 개최된 당 중앙위원회·군당위원회 연합회의를 전후해 ‘종파분자 및 세도·비리’라는 죄목으로 처형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소식통의 전언이 사실일 경우, 리영호-현영철-김격식에 이어 리영길까지 김정은 시대 총참모장직을 수행했던 인물 4명이 연이어 숙청된 셈이다. 리영호와 현영철은 반당·반혁명분자로 몰려 각각 2012년 7월, 2015년 4월에 처형됐으며 김격식은 지난해 5월 암성중독에 의한 급성호흡부전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시대 들어 총참모부 외에도 군부의 핵심조직인 인민무력부의 책임자들도 빈번히 교체돼 왔다. 실제 김정은은 김영춘을 시작으로 김정각-김격식-장정남-현영철-박영식 순으로 인민무력부장을 총 5차례나 바꿨다.

다만 역대 인민군 총참모장들이 대부분 처형된 데 비해 인민무력부장에서 해임된 인물들은 여전히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김영춘과 김정각은 인민무력부장에서 해임되며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원로 대우를 받았고, 장정남은 비록 대장에서 상장으로 강등됐지만 5군단장으로 중부전선을 지휘하며 군 수뇌부로 복귀를 노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총정치국의 책임자는 단 한차례만 교체됐다. 김정은 집권 초기 총정치국장으로 임명됐던 최룡해는 지난해 5월 보직에서 해임된 이후 부침을 겪었지만 현재 정치국 위원으로 권력 상층부에 자리하고 있고, 그의 뒤를 이어 총정치국장 자리에 오른 황병서는 지금까지 부동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야전 출신의 정통 군부가 대대적으로 숙청·처형되거나 강등되는 등 부침을 겪고 있다면 정치군인들은 여전히 굳건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통군인보다 정치군인들을 총애하는 북한 최고지도자의 의중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군부 핵심 직책의 변동이 잦은 것은 물론 정통 군부 세력에 대한 처형이 지속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것과 관련, 김정은이 여전히 정통 군부 세력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갑식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11일 ‘데일리안’에 “김정은의 권력이 강하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군부 권력이 안정적인 방향으로 가지 않고 지속적으로 숙청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아직까지 김정은의 정치체제 즉, 군에 대한 당의 통제에 대해 군 내부에서 완전히 동의하지 못하고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선군을 강조했던 김정일 시대와 달리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당이 군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권한과 이권이 줄어든 야전 출신 군인들의 크고 작은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김정은으로서는 반발 세력들을 솎아내고 새로운 시스템을 받아들이는 세력들로 군을 재정비하기 위해 군 핵심조직의 책임 인물들을 자주 교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실장은 “공개적으로는 보신주의와 복지부동, 김정은에 대한 눈치 보기가 강화될 여지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북한 군부의 불안정성이 잠복돼 있기 때문에 군에 대한 김정은의 장악력 역시 안정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도 본보에 “김정일 시대 선군정치에 비해 당의 영도력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군부의 불만이 있을 것”이라면서 “리영길을 포함해 아직도 숙청이나 처형이 지속되고 있고 더욱이 가혹하게 처벌하는 것을 보면 군에 대한 장악이 확실하게 돼 있지 않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박영호 강원대 초빙교수 역시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4년간 정통 군인 출신의 최고 직위인 총참모장을 자주 교체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김정은의 군부 장악력이 아직은 불안정한 모습”이라며 “김정은 본인으로서는 군부를 장악했기 때문에 언제라도 처형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군부 권력을 확실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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