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한국야구 '오타니' 놓치고 있나


입력 2016.02.12 09:47 수정 2016.02.13 09:42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오타니, 당장 메이저리그 통한다는 평가

류현진-김광현 이후 특급 투수 계보 끊겨

한국은 류현진-김광현 이후 오타니와 같은 특급 투수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은 류현진-김광현 이후 오타니와 같은 특급 투수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 연합뉴스

일본 투수 오타니 쇼헤이(21·니혼햄)는 지난해 열린 야구 국가대항전 프리미어12를 통해 국내 팬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한국은 이 대회에서 초대 챔피언에 올랐지만 한일전에서 오타니에게 2경기 연속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특히, 오타니가 마운드에서 내려간 이후에야 구원투수들을 공략하며 4강전 역전승을 일궈낼 수 있었다.

우승은 차지했지만 당시 대회를 지켜본 국내 야구전문가들은 한일 야구계의 엇갈린 미래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감추지 못했다.

메이저리거 한 명 없이 자국리그 출신, 그것도 오타니처럼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 위주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에 성공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여전히 30대 위주의 베테랑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심했다. 마운드는 불펜의 힘과 벤치의 운용전략으로 겨우겨우 버텼지만 쓸 만한 선발투수가 없어 애를 먹었다.

한 야구인은 “이번엔 겨우 이겼지만 앞으로 세대교체 여부에 따라 한일 양국의 수준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오타니는 프리미어12 이후 국제적으로 이름을 떨쳤다. 어떻게 보면 일본의 우승 실패와 별개로 프리미어 12의 최대 수혜자중 한명이라고 할 만하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에서도 현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오타니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표하고 있다.

오타니는 11일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연습경기에 등판했다. 프리미어12 이후 한국 선수들과는 첫 만남이었다. 오타니는 2이닝 1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비시즌임에도 여전히 변함없는 구위를 뽐냈다. 최고 스피드는 무려 시속 157km까지 찍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오타니가 지금 당장 메이저리그에 진출해도 충분히 통할 만한 구위를 가졌다고 평가한다. 이미 일본인 투수로서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던 마쓰자카 다이스케나 다르빗슈 유 이상의 투수가 될 수 있는 재능을 지녔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이는 곧 오타니가 역대 최고의 일본 출신 투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타니에 대한 부러움은 곧 한국야구의 현실에 대한 자성으로 이어진다. 한국은 지난 겨울 박병호, 김현수, 이대호같은 메이저리거들을 대거 배출했다. 하지만 오승환을 제외하면 모두 타자 출신이라는 것이 눈에 띈다. 90년대 원조 메이저리거 1세대로 꼽혔던 박찬호, 김병현, 서재응 등 대부분이 투수 출신이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야구는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등 소위 87~88년생 세대 이후 특급 선발 투수의 계보가 끊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많은 이들은 그 근본 원인으로 후진적인 아마추어 학원야구의 시스템을 거론한다. 성적 지상주의의 학원 시스템에 노출돼 혹사당하고 겨울철인 1~2월에도 각종 대회에 차출되는 것이 아마추어 에이스 투수들의 현실이다.

오타니나 류현진 같은 선수들은 한국에서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재능으로 평가받는다. 일본에서는 짧게는 2~3년에 한 번씩 등장하는 특급 유망주들이 한국에서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지, 혹은 있는 재능조차 잘못된 시스템 속에서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할 시점이다.

이경현 기자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경현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