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박소연, 뮤지컬 인생 2막 "이젠 준비됐어요"


입력 2016.02.15 19:20 수정 2016.02.18 00:41        이한철 기자

5년간 얻은 가장 큰 깨달음 "내 삶의 주인은 나"

뮤지컬 '투란도트'로 중앙 무대 컴백, 활동 본격화

배우 박소연이 뮤지컬 '투란도트'를 통해 오랜 만에 서울 관객들을 찾아온다. ⓒ 데일리안 이한철 기자 배우 박소연이 뮤지컬 '투란도트'를 통해 오랜 만에 서울 관객들을 찾아온다. ⓒ 데일리안 이한철 기자

박소연, 투란도트 그 자체

"참 장하고 자랑스러운 작품이죠."

뮤지컬 ‘투란도트’가 5년간의 숙성 과정을 마치고 17일부터 디큐브 아트센터에서 첫 서울 장기공연에 돌입한다.

세계 4대 오페라로 꼽히는 푸치니의 '투란도트'를 바탕으로 했지만, 배경과 음악이 전혀 다른 창작 뮤지컬이다. 무엇보다 세계무대에 진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드러낸 터라 공연계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11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을 통해 초연된 이후 줄곧 이 작품의 성장 과정을 함께 해온 박소연(투란도트 역)은 "참 장하고 자랑스러운 작품"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열린 국제 뮤지컬 행사에 참여한 작품인데, 그 자체로 의미 있고 대견하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박소연 개인에게도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다. 2009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됐던 '로미오앤줄리엣' 이후 무려 7년 만에 서울 대극장 무대에서 팬들과 만나기 때문이다. 박소연은 이번 공연을 통해 활동 폭을 더욱 넓혀나갈 계획이다.

"저한텐 중요한 터닝 포인트 같아요. 그동안 지방에서 주로 활동했는데 중앙 무대로 와서 컴백할 수 있다는 자체가 정말 기뻐요. '투란도트'는 제가 가장 어려울 때 시작했고, 세상으로 다시 나오게 해준 작품이죠. 그래서 너무나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 같아요."

이번 무대에선 투란도트 캐릭터 자체에 대한 변화가 커 박소연의 연기가 갖는 비중도 그만큼 높아졌다. 앞선 공연에서의 투란도트가 무대 뒤쪽에서 모든 걸 조절하는 꼭두각시 같은 이미지였다면, 이번 공연에선 무대 앞쪽으로 나와 투란도트가 겪는 내면의 갈등과 감정선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해야 한다.

여러모로 부담이 큰 박소연이지만 "오페라에 비해 뮤지컬이 좀 더 박진감 넘쳐서 사람들이 보다 쉽게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브로드웨이에서도 작품이 히트하기까지는 여러 번의 테스트와 시연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죠. 대구가 시험적인 공연이었다면, 서울에서는 보다 완성된 형태로 업그레이드돼 올라가지 않을까 기대돼요."

뮤지컬 '투란도트'는 박소연이 초연부터 줄곧 함께 해온 작품인 만큼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 데일리안 이한철 기자 뮤지컬 '투란도트'는 박소연이 초연부터 줄곧 함께 해온 작품인 만큼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 데일리안 이한철 기자

리사·알리, 달라도 너무 다른 투란도트

화려한 캐스팅도 눈길을 끈다. 투란도트 역에는 박소연 외에도 리사와 알리가 트리플 캐스팅 돼 눈길을 끈다. 오랜 공백기가 있었던 박소연으로선 인지도 높은 두 배우의 존재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지만, 공연 퀄리티만큼은 자신감이 넘친다.

그도 그럴 것이 박소연은 지난해 DIMF에서 이 작품으로 여우주연상의 영광을 안았다. 하지만 박소연은 "누가 더 잘 하거나 어울린다기보다는 서로 다르다는 점이 재밌더라"고 겸손해했다.

"세 배우는 창법부터 모든 게 너무너무 달라요. 음색도 다르고 목소리에서 나오는 성격도 다르죠. 워낙 개성이 뚜렷해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해석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특히 첫 뮤지컬에 도전하는 알리에 대해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투란도트'는 뮤지컬에 입문하는 배우에겐 정말 힘든 작품이에요. 노래와 연기 등 모든 면에서 난이도가 약한 게 아니거든요. 알리도 처음엔 애를 먹기도 했지만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열심히 노력해서 잘 소화해내더라고요."

'투란도트'는 이미 중국 4개 도시에 공연돼 해외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프로젝트'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박소연은 "작품의 배경이 중국이다 보니 정서적 부분에서 중국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에서는 한국과 달리 공연을 볼 때 과자 먹거나 담배 피우기도 한다고 해요. 그런데 우리 공연의 분위기는 달랐어요. 워낙 몰입을 해서 공연을 보게 되니 우려했던 만큼 그렇지 않더라고요."

박소연은 '투란도트' 서울 공연을 통해 본격적인 중앙무대 컴백을 예고했다. ⓒ 데일리안 이한철 기자 박소연은 '투란도트' 서울 공연을 통해 본격적인 중앙무대 컴백을 예고했다. ⓒ 데일리안 이한철 기자

"공연 때문에 불행…노래 안 하려 했죠"

사실 박소연은 한때 은퇴까지 고려했을 만큼, 힘든 시기를 겪었다.

2009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뮤지컬 '로미오앤줄리엣'은 배우 박소연에게 많은 것들을 안겨다 준 작품이었지만, 한편으로 모든 것을 앗아간 작품이기도 했다. 이 작품을 통해 맺은 사랑의 결실은 불과 8개월 만에 '이혼'이라는 달갑지 않은 이름으로 덧씌워졌고,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던 뮤지컬배우로서 박소연의 삶도 뿌리째 흔들렸다.

무엇보다 편견 어린 따가운 시선들은 마음 여린 박소연에겐 견디기 힘든 것들이었다. 그 무엇도 사랑과 이별의 아픔보다 더한 것은 없었다. 박소연은 결국 무대를 떠나야겠다고 결심했다.

"당시엔 아무도 만나고 싶지가 않았어요. 내 스스로가 점점 폐쇄적인 사람으로 변해갔던 것 같아요."

그렇게 6개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사실상 칩거생활을 이어가던 박소연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건 우연히 오르게 된 초라한 무대였다. 뮤지컬배우에 대한 뜻을 접었다 하더라도 봉사활동 중 재능기부를 해달라는 거듭된 요청까지 거부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을 노래를 하고 싶지 않았어요. 여러 번 사양했는데 계속 거절하기도 미안해서 무대에 오르기로 했죠."

화려한 조명이나 음향시설이 갖춰진 정식 무대는 아니었지만, 그녀에게 이 공연은 인생을 바꾼 계기가 됐다.

"20분 동안 무슨 생각으로 노래했는지도 모른 채 기계적으로 노래한 것 같아요. 그런데 한 여자 분이 오셔서 '최근에 많이 힘들었는데 노래를 듣는 동안 다 잊게 되더라. 고맙다'고 인사하셨어요. 진짜 생각 없이 부른 노래인데, 그런 노래조차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이후부터 박소연은 "노래를 하라고 태어났나보다. 노래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렇게 용기를 얻은 그녀에게 때마침 찾아온 작품이 '투란도트'였다. '투란도트'는 결과적으로 5년 후 박소연을 중앙 무대로 다시 불러낸 고마운 작품이 됐다. '투란도트' 서울 공연은 박소연의 뮤지컬인생 제2막의 시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사이 삶을 대하는 자세도 달라졌다.

"내 삶의 주인이 비로소 내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타인을 의식하기보다 내가 주인이 돼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요."

한때 주위로부터 "너무 어두워 보인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는 박소연이지만, 이제 그런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웠다. 아픔의 공간들을 행복과 긍정의 에너지로 채울 수 있을 만큼, 성숙하고 강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뮤지컬배우 박소연에게 가장 큰 보람은 노래로 관객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전해줄 수 있다는 점이다. ⓒ 데일리안 이한철 기자 뮤지컬배우 박소연에게 가장 큰 보람은 노래로 관객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전해줄 수 있다는 점이다. ⓒ 데일리안 이한철 기자

"팬들과의 소통, 내가 살아가는 힘"

팬들과의 소통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과거엔 공연만 잘 하면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팬들이야말로 자신을 살게 하는 원동력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팬들이 제 공연으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았다고 얘기해줘요. 그때는 정말 할 일을 잘 해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배우에겐 가장 큰 기쁨이었는데 그거 없이 3~4년을 살았던 거죠."

박소연은 지난해 말부터 페이스북,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을 개설하고 직접 팬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박소연은 이것이 "삶의 활력소"라며 애착을 보였다.

"보통 사람들은 회사에서 일을 열심히 해도 그걸로 박수 받거나 선물을 받진 않잖아요. 그런데 배우들은 공연 후에 꽃다발을 받고 칭찬을 들어요. 예전은 이걸 팬들의 취향 문제 정도로 생각하고 지나쳤는데, 관객들의 반응이 '나를 죽고 살게 할 정도'로 큰 의미를 갖는다는 걸 알게 된 후엔 그렇게 못하겠더라고요."

박소연은 "공연 후 '좋았다' '감동적이었다'는 말을 들으면 마음속에서 사랑의 감정이 끌어 오른다"면서 "안부 글이 올라오면 늦더라도 모두 답글을 달고 소통하려 한다"고 말했다. 특히 좋은 글은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읽는다. 그게 살아가는 힘이다"며 웃었다.

배우로서 팬들의 사랑에 보답할 길은 역시 좋은 공연으로 찾아가는 것뿐이다. 그만큼 앞으로 활동에 대한 각오도 남다르다. "아직 활동하는 줄 모르는 공연 관계자들이 많아요.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걸 이제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전 이제 준비됐거든요."

배우가 가장 원하는 건 역시 '캐스팅' 소식일 수밖에 없다. 박소연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무조건 큰 작품, 흥행에 성공하는 작품이 아니라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작품'에 함께 하고 싶다는 게 박소연의 바람이다. 그것은 곧 박소연을 오랜 기간 잊지 않고 기다려온 팬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좋은 작품도 중요하지만, 작은 작품이라도 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요. 제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역할,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5년이란 긴 시간만큼, 성숙하고 강해진 박소연이 그리는 뮤지컬 인생 제2막은 어떤 모습일까. 확실한 것은 박소연이 '투란도트'를 통해 힘찬 날갯짓을 시작했다는 점, 그리고 흩어졌던 팬들이 박소연 곁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한철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