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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축구' 게리 네빌, MSN 앞에서 치욕


입력 2016.02.06 07:20 수정 2016.02.06 07:22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바르셀로나와의 ‘코파 델 레이’ 준결승서 0-7 대패

감독 부임 이후 프리메라리가에서 5무 3패 부진

바르셀로나전 대패로 지도자 인생의 위기를 맞은 게리 네빌. ⓒ 게티이미지 바르셀로나전 대패로 지도자 인생의 위기를 맞은 게리 네빌. ⓒ 게티이미지

말을 잘하는 것과 실제로 해보는 것의 차이는 너무도 컸다.

게리 네빌 발렌시아 감독이 지도자 인생에 두고두고 남을 희대의 굴욕패를 당했다.

네빌 감독이 이끄는 발렌시아는 4일 오전(한국시각)에 열린 바르셀로나와의 ‘2015-16 코파 델 레이’ 준결승 1차전 원정 경기에서 0-7이라는 믿기 어려운 ‘베이스볼 스코어’로 완패했다. 루이스 수아레스(4골), 리오넬 메시(3골)에게 소나기골을 허용하며 한 경기에서 두 명의 선수에게 동시에 해트트릭을 당하는 치욕도 경험했다.

네빌 감독은 바르셀로나의 뛰어난 측면 공격을 의식해 풀백 자원만 네 명을 투입하는 파격적인 전술을 시도했지만 돌아온 것은 엄청난 재앙이었다.

공격도 수비도 아무 것도 풀리지 않은 발렌시아는 바르셀로나의 일방적인 파상공세 속에 자기 진영에 갇혀서 수비에만 급급하다가 정신없이 두들겨 맞았다. 2차전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점수차를 감안할 때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이를 뒤집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날 경기가 발렌시아 구단과 네빌 감독에게 안긴 타격은 컸다. 발렌시아가 한 경기에서 7골 차 패배를 당한 것은 무려 2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아무리 상대가 바르셀로나이고 누캄프 원정이었음을 감안해도 나름 라리가 명문을 자부하던 발렌시아로서는 치욕에 가까운 결과다.

발렌시아는 이미 네빌 감독 부임 이후 프리메라리가에서 5무 3패로 8경기 연속 무승에 그치며 극도의 부진에 빠져있다. 준결승까지 진출한 코파 델 레이는 그나마 유일하게 우승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네빌 감독에게는 최후의 보루나 마찬가지였지만 이마저도 무너졌다.

앞서 네빌이 지난해 12월 돌연 발렌시아의 지휘봉을 잡는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많은 이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은퇴 이후 잉글랜드 대표팀 코치를 역임한 것이 지도자 경력의 전부일 만큼 경험이 일천한 지도자다. 더구나 선수 시절에도 해외는 커녕 맨유 밖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원클럽맨이었다.

이달 초 성적 부진으로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감독이 사임한 발렌시아는 팀 분위기를 수습할 수 있는 검증된 베테랑 감독의 영입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뜬금없는 네빌의 감독 선임은 발렌시아의 구단주인 싱가포르 출신 갑부 피터 림과의 개인적인 친분과 동업관계로 인한 ‘낙하산’ 인사라는 의혹을 피할 수 없었다. 그나마 성과가 좋았다면 모든 비판을 불식할 수 있었지만 유감스럽게도 네빌은 지휘봉을 잡은 이후 역주행을 거듭하고 있다.

한편, 네빌 감독은 2011년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 잉글랜드 대표팀 코치이자 축구방송 해설가로 활약했다. 해설가로서의 네빌은 ‘독설’로 유명했다. 그야말로 ‘모두까기’ 인형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상대팀과 감독, 선수를 가리지 않고 퍼붓는 그의 독설은 이미 널리 소문이 자자하다.

심지어 네빌은 친정팀인 맨유를 상대로도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으며 루이스 판 할 감독과 불편한 사이에 놓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네빌은 자신이 그토록 비판하던 현장의 감독과 선수들의 고충을 뼈저리게 체험하는 중이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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