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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 많은 국민의당, 산으로 갈까 바다로 갈까


입력 2016.02.05 09:02 수정 2016.02.05 09:10        전형민 기자

<기자수첩>5·18 민주묘지 참배서 지나친 '그림만들기'에 '눈살'

대전 창당대회장 500m 앞 시장 냅두고 6km밖 시장 찾아

안철수,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를 비롯한 의원들과 당원들이 4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데일리안 전형민 기자 안철수,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를 비롯한 의원들과 당원들이 4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데일리안 전형민 기자

안철수·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첫 지방일정으로 또 다시 호남을 찾았다. 범야권의 지도부라면 응당 통과의례가 된 광주 5·18 묘지 방문과 김대중 컨벤션센터 방문 일정이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지역의 예비후보들과 현역 의원들의 지나친 '그림만들기'에 '본말전도'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입춘인 4일 오전, 광주 북구에 위치한 5·18 민주 묘지는 아침부터 100여 명에 이르는 인파로 흡사 장터처럼 북적였다. 이들은 국민의당 지도부와 함께 묘역을 참배하기 위한 광주 지역 예비후보들이다. 이들은 묘역임을 감안해 국민의당을 상징하는 녹색 패딩이나 자신의 이름을 홍보하는 어깨띠를 두르지는 않았지만, 안·천 공동대표를 기다리며 취재를 위해 현장에 나온 기자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명함을 나눠주며 이름 알리기에 열을 올렸다.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가 장내에 도착하자 장내 혼란은 더 심해졌다. 출마를 앞둔 예비 후보자들은 두 공동대표가 타고 온 차에서 내려 방명록을 작성하러 가는 50여m 동안 인사하고 악수하는 것은 물론 악수를 한 채 자신이 데리고온 수행원에게 '빨리 사진 찍으라'며 재촉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러한 '소란'은 다행히도 두 공동대표들이 방명록을 작성한 다음에는 정리됐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비대위체제 출범과 우후죽순으로 생겼던 범야권 신당의 지도부들의 잦은 방문으로 이런 분위기에 익숙해진 5·18 묘역 관계자들이 방명록 이후 장내를 정리해 차분하게 참배광장으로 인도했기 때문이다.

안철수,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와 소속 의원, 당원들이 4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았다. 이날 몰린 100여명의 인파로 인해 참배 전 묘지 관계자들이 질서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데일리안 전형민 기자 안철수,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와 소속 의원, 당원들이 4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았다. 이날 몰린 100여명의 인파로 인해 참배 전 묘지 관계자들이 질서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데일리안 전형민 기자

그러나 '그림만들기'는 분향과 묵념으로 이어진 참배 직후에도 이어졌다. 원래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는 추모탑 참배를 마친 후 김대중 컨벤션센터로 이동해 장하성 교수와 함께 '경제토크 콘서트'를 가질 예정이었다. 국회에서 오후 2시에 국민의당 창당 후 첫 본회의가 예정되었던 만큼 본회의 참석을 위해 오전에 광주 일정을 끝내고 상경하려는 빡빡한 일정이다.

하지만 이런 일정은 참배 직후 즉흥적으로 변경됐다. 바로 얼마 전 타계한 독일 언론인 위르겐 힌츠페터 씨의 묘소가 제2묘역에 있으니 참배하자는 주변의 권유에 의해서였다. 하지만 위르겐 힌츠페터 씨의 묘소는 가족들의 반대로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고 그의 분향소만 금남로에 위치한 5·18민주화운동기록관 1층에 마련되어있을 뿐이다.

결국 이 사실을 5·18 민주묘지내 '역사의 문'을 지나고 나서야 관계자로부터 전해들은 지도부는 묘역으로 이동해 이한열 묘와 박관현 묘를 방문하고 참배했다. 갑작스런 동선 변화에 미리 움직여 자리를 잡으려는 취재진과, 이동하는 두 공동대표와 함께 '그림'에 나오려는 정치인, 예비 정치인들로 엄숙해야할 묘역은 아수라장이 됐다.

안철수,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4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한 뒤 망월동 5.18 구묘역을 찾아 이한열 열사의 묘를 참배하고 있다. ⓒ데일리안 전형민 기자 안철수,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4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한 뒤 망월동 5.18 구묘역을 찾아 이한열 열사의 묘를 참배하고 있다. ⓒ데일리안 전형민 기자

유명 정치인과의 동행이나 사진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예비후보들에게는 자신의 인지도를 넓히는 큰 자산이 된다. 이는 여야를 막론하고 통용된다. 여당에서 '진박 마케팅'이라며 박근혜 대통령과 악수하는 사진을 포스터로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3일 남대문 시장을 방문했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함께 사진을 찍고 조금이라도 더 화면에 나오기 위해 시간을 끌다가 보다못한 한 시민이 '이제 좀 나가달라'고 말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사실 현재 정국의 돌풍인 국민의당 지도부와 함께하는 모습을 위한 '그림만들기'는 지난 2일 창당대회에서도 볼 수 있었다. 애당초 이날 일정은 오후 2시에 대전에서 중구에 위치한 한밭실내체육관에서의 창당대회를 제외하면 다른 일정이 없었지만 전날 늦게 오후 1시 대전 동구 가양동에 위치한 신도시장 방문일정이 잡혔다.

대전 신도시장은 1시간 뒤 창당대회가 열릴 한밭실내체육관과 6km정도 떨어진 곳으로 자가용을 이동해도 20여분이 걸리는 지역이다. 반면 한밭실내체육관과 불과 1km도 떨어지지 않은 지역에 부사전통시장이 위치하고있다.

굳이 신도시장을 택한 이유에 대해 최원식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시장이 사람과 물류의 중심이라는 상징성이 있어서 시장을 택한 것이고 지역의 사정은 중앙에서 잘 모르니 지역의 추천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후보를 위한 '그림 만들기'라는 지적은 불 보듯 뻔하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2일 오후 대전광역시 동구 가양동 신도시장을 방문해 분식집 상인이 건넨 튀김을 맛보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2일 오후 대전광역시 동구 가양동 신도시장을 방문해 분식집 상인이 건넨 튀김을 맛보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 관계자들도 이런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사공이 너무 많다. 일정만 해도 짜는 사람이 너댓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뜸했다. 그는 "지역에서 자기 정치하려는 사람도 많고, 전혀 논의되지 않은 일정이나 어젠다를 마치 전부 논의가 된 것인양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는 창당대회 무렵부터 '최소 인원으로 최소한의 시간 만에 창당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최소 인원, 최소한의 시간 등 타이틀보다는 얼마나 제대로된 정당, 얼마나 새정치하는 정당을 만드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

'양당 구조 타파'와 '새정치'를 외치는 국민의당이 '낡은 정치'의 양당이 주요 선거 전략으로 사용해 온 '그림 만들기'를 어떻게 극복해낼지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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