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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자극하라" 요즘 뜨는 재개봉 영화 '명암'


입력 2016.02.09 07:58 수정 2016.02.09 08:57        이한철 기자

문화계 복고 열풍-관객 마인드 변화 '새 트렌드'

원년 못지않은 인기몰이..일부 우려의 시선도

영화 '이터널 선샤인'은 최근 10년 만에 재개봉돼 원년보다 2배 많은 31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 허리우드클래식 영화 '이터널 선샤인'은 최근 10년 만에 재개봉돼 원년보다 2배 많은 31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 허리우드클래식

최근 들어 재개봉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흥행 성적도 좋아 영화계의 한 축을 이루는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신드롬'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영화 팬들의 반응이 뜨겁다.

'이터널 선샤인', '러뷰 액츄얼리' 등 개봉한 지 10년이 넘은 영화는 물론이고, 불과 2년 전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인터스텔라'까지 재개봉 행렬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재개봉한 '이터널 선샤인'은 첫 개봉 당시부터 무려 두 배 많은 31만 명의 관객을 모아 재개봉 영화 열풍에 더욱 불을 지폈다.

과거 DVD나 블루레이로 소장하던 영화 마니아들을 상영관으로 다시 불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재개봉 영화의 인기는 여러 가지 요인이 결합된 예견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선 디지털 리마스터링 기술이 발전하면서 예전에 상영했던 명작을 보다 좋은 화질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이 활성화됐고, 이는 재개봉에 대한 팬들의 욕구를 자극한 결정적 원인이 됐다. 좋은 영화일수록 재관람을 원하는 충성도 높은 수요층이 존재하는데, 재개봉 영화를 통해 이를 입증한 셈이다.

또 최근 문화계 전반에 일고 있는 복고 열풍이 걸작 영화의 재개봉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극대화된 복고 문화에 대한 관심이 영화계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관객들의 마인드도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과거엔 영화는 오로지 신작만을 생각하기 마련이었지만, 이 같은 고정관념이 사라져가고 있다. 재개봉 영화가 활성화되면서 영화도 책처럼 언제든 다시 꺼내 볼 수 있는 콘텐츠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망도 밝다. 재개봉 영화는 각 영화사로부터 이제 비수기 틈새시장에 적잖은 수익을 안겨다줄 효자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 대형 투자·배급사들이 동시에 시장에 뛰어들면서 스크린 확보에도 큰 어려움이 없다. 이에 따라 2016년에도 재개봉영화는 장르와 시대를 불문하고 더욱 활성화될 조짐이다.

마케팅 전략도 신작 못지않다. 지난달 14일 개봉한 '인터스텔라'와 '매드맥스'는 일반 상영관이 아닌 아이맥스 스크린에서 독점 공개하며, 최상의 화질로 작품을 재관람하고 싶어 하는 관객들의 욕구를 자극했고, 이는 두 번에 걸친 재상영으로 이어졌다.

'인터스텔라'의 경우 2014년 개봉 당시 아이맥스 좌석점유율이 90%를 웃돌았다는 점을 간파한 홍보 전략이 적중했다.

이 같은 재개봉 영화 열풍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그간 블루레이나 DVD, TV를 통해 접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 걸작들을 스크린을 통해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중장년층 관객들에겐 과거의 감동을 스크린을 통해 다시 한 번 느끼며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을 제공해주며, 미처 영화를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관객들에겐 소문으로만 들었던 작품을 큰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영화사 또한 VOD시장에서의 상품성 증대와 홍보 효과를 누리며 2차·3차에 걸친 상업적인 이득을 챙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198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홍콩 영화 '영웅본색'이 국내 개봉 30주년을 맞아 18일 재개봉된다. ⓒ 조이앤시네마 198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홍콩 영화 '영웅본색'이 국내 개봉 30주년을 맞아 18일 재개봉된다. ⓒ 조이앤시네마

하지만 우려의 시선이 없는 건 아니다. 재개봉 영화가 활성화되면서 가뜩이나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했던 독립·예술 영화들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재개봉 영화들은 극히 제한된 스크린만 배정받았던 독립·예술 영화들과 스크린을 나눠가질 가능성이 높다. 재개봉 영화 시장이 올 들어 더욱 가파른 성장을 거듭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자칫 다양성 영화들의 설 자리를 빼앗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작품들의 면면을 보면 이 같은 두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먼저 198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홍콩 영화 '영웅본색'이 국내 개봉 30주년을 맞아 오는 18일 재개봉한다.

뿐만 아니라 한국 네티즌이 뽑은 역대 영화 평점 1위(다음, 외화기준)에 빛나는 영화 '쇼생크 탈출' 또한 개봉을 앞두고 있다.

류더화, 량차오웨이 주연의 '무간도' 역시 '홍콩 누아르의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할리우드에서도 리메이크된 걸작인 만큼,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스크린에 복수, 의리 등 남자들의 세계를 담은 작품들이 대세로 떠오른 만큼 '무간도'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높아지고 있다.

신작에 치이며 어렵게 명맥을 유지해온 다양성 영화들이 재개봉 영화와 살벌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어려움에 처한 것이다. 이제는 재개봉 영화의 순기능에만 취할 것이 아니라 역기능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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