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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방 아니면 경연? 양지만 찾는 예능 '한숨'


입력 2016.02.06 09:10 수정 2016.02.06 10:08        이한철 기자

모험·도전보다 안정적인 시청률 집착 '쏠림현상'

식상해하는 시청자 늘자 방송가 대안 찾기 골몰

MBC '복면가왕'의 인기는 음악 경연프로그램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 MBC MBC '복면가왕'의 인기는 음악 경연프로그램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 MBC

다양성보다 안정적 시청률? 지나친 쏠림현상

예능프로그램의 쏠림 현상, 언제까지 계속 될까.

최근 시청자들 사이에선 "TV만 틀면 '쿡방' 아니면 '음악 경연'이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많다. 실제로 채널을 돌리다 보면 셰프나 연예인들이 요리를 하거나 가수나 일반인들이 노래로 자웅을 겨루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부터 더욱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음악 경연 프로그램은 2011년 MBC '나는 가수다'를 시작으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나는 가수다'는 시들었지만, 다양한 콘셉트의 변종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수년째 지상파 3사는 물론, 케이블 채널까지 점령하고 있다.

'쿡방'도 마찬가지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를 필두로 '백종원의 3대천왕' '수요미식회' '집밥 백선생' 등 수많은 요리 관련 프로그램이 경쟁하듯 생겨나고 있다. 무엇보다 입담까지 겸비한 백종원의 등장은 예능에 셰프 신드롬을 일으킨 촉매제가 됐고, 각 방송사에서 '백종원 대항마 찾기' 경쟁이 펼쳐지면서 더욱 불을 지폈다.

설 연휴에 선보이는 프로그램들을 살펴봐도 이 같은 트렌드와 흥행코드가 고스란히 반영됐음을 엿볼 수 있다. 탄탄한 팬덤을 갖춘 아이돌들이 음악이나 요리와 만나면 어느 정도 시청률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지를 찾아가려는 속성이 그대로 반영된 탓이다.

지난해 추석에도 선보였던 MBC '듀엣가요제'는 8일 다시 한 번 시청자들을 찾아가며 '전국노래자랑' 아이돌 버전인 KBS2 '전국 아이돌 사돈의 팔촌 노래자랑'(8일 방송)도 돌아온다.

SBS는 두 편의 새로운 음악 예능을 준비했다. '판타스틱 듀오(9일 방송)'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가수와 듀엣에 도전하는 프로그램이고, '보컬 전쟁: 신의 목소리'(10일 방송)는 프로 가수에게 아마추어 일반인이 도전하는 콘셉트다.

'쿡방'도 만만치 않다. MBC가 선보이는 '요리 원정대(6일 방송)'는 연예인 요리원정대(문희준 신봉선 샘 해밍턴 샘 오취리 김상혁)가 지역 곳곳을 다니며 특산물과 식재료를 공수,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셰프들과 한 팀을 이뤄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하는 야외 리얼 요리 배틀 프로그램이다.

SBS는 '먹방'으로 대결을 벌이는 '먹스타 총출동(8일 방송)'을 선보인다. 이휘재와 이영자가 MC를 맡았고, 먹는 것에 일등이라는 정준하 이국주 최현석 오세득이 출연한다.

백종원의 등장이 한국 예능계에 '쿡방'이라는 새로운 대세를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BS 방송 캡처. 백종원의 등장이 한국 예능계에 '쿡방'이라는 새로운 대세를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BS 방송 캡처.

다양성은 어디로? 식상해하는 시청자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언제까지 요리하고 먹기만 할 거냐"는 비아냥거림과 볼멘소리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고정 시청층을 확보하면서 안정성을 갖추긴 했지만, 외연 확장에는 이제 한계가 온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물론, 쿡방과 음악 경연 프로그램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지금도 다양한 콘셉트의 예능이 시도되고 있고 또 존재한다. 다만 쿡방과 음악 경연과 맞서 또 다른 축을 형성할 만큼 안정적인 힘을 갖추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다른 포맷의 프로그램의 부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쏠림현상에서 오는 거부감이기 때문이다.

예능계 일각에선 올해를 기점으로 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방송계가 변화하려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시청자들에 의해 결국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가장 주목받는 코드는 역시 '힐링'과 '여행'이다. 어지러운 정치권과 어두운 사회상에 지친 시청자들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찾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tvN '꽃보다 청춘' 시리즈에 대한 열광적인 반응인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대, 30대, 40대 등 공통의 관심사와 정서를 지닌 이들이 팀을 이뤄 떠나는 콘셉트가 시청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응답하라 1988' 시리즈의 주인공들이 소환돼 방송을 앞두고 큰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아직 미흡하긴 하지만 '집방'도 잔잔한 호평을 받았다. JTBC '헌집 줄게 새집 다오'는 출연자의 집을 스튜디오로 고스란히 옮겨와 리모델링을 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tvN '내방의 품격'은 셀프 인테리어 비법을 알려준다. 반려견과 이들을 돌보는 남자들의 좌충우돌을 그린 채널A '개밥주는 남자'도 대안 예능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밖에 tvN '응답하라 1988' 열풍과 맞물려 예능계에서도 추억의 아이템들도 주목받고 있다. 이미 SBS '런닝맨'이 '엑스맨'을 잠시 부활시켰고, JTBC '아는 형님'에서도 '공포의 쿵쿵따'를 비롯한 게임을 선보여 큰 웃음을 줬다.

시청자들은 다양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원한다. 뭐가 잘 되니 한쪽으로 쏠리는 지금과 같은 방송계 추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어떤 신개념 프로그램들이 2016년 반란의 주인공이 될지 주목된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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