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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헬로비전 인수합병' 부러워하면 지는거쥬?


입력 2016.02.03 07:09 수정 2016.02.06 12:00        이강미 기자

<이강미의 재계산책>민간자율빅딜에 외부 개입…미래부, 눈치보다 ‘원샷법’ 역행우려

경쟁업체 ‘다리걸기’ 대신 신사업 창출로 글로벌 경쟁력 갖춰야


참여연해 회원이 지난달 19일 서울 중구 을지로 SKT타워 앞에서 SKT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참여연해 회원이 지난달 19일 서울 중구 을지로 SKT타워 앞에서 SKT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문제를 두고, 이동통신업계가 어수선하다.

민간기업간 자율적인 M&A 문제를 둘러싸고, 경쟁업체간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면서 심지어 시민단체와 정치권까지 개입해 사회·정치적 쟁점으로 부각시키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어 우려된다.

특히 해당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여론을 의식한 듯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면서 공정회까지 열겠다고 하자, 일각에서는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는 ‘원샷법(기업활력제고특별법)’의 기본취지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원샷법은 대기업간 자율 M&A절차를 간소화함으로써, 기업들이 신속한 사업재편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CJ의 경우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기 위해 미래 성장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판단되는 방송플랫폼의 매각을 원하고 있다. SK텔레콤 역시 한계에 다다른 통신시장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통신·미디어 융복합 및 합종연횡으로 새로운 신사업 창출을 목표로 CJ헬로비전 인수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

이에 경쟁업체들은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합병할 경우 통신에 이어 방송영역으로까지 시장장악력을 확대하는 등 시장질서를 무너뜨린다며 강력반발하고 있다.

이강미 산업부장 이강미 산업부장
‘생존’을 위한 양측의 주장은 수긍할만하다. SK텔레콤-CJ헬로비전간 M&A를 바라보는 경쟁사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시장점유율 1위인 SK텔레콤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경우 시장잠식을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SK텔레콤으로서도 성장한계점에 다다른 시점에서 생존돌파구를 찾기 위한 좋은 먹잇감이 생겼는데, 이를 놓칠 순 없는 입장이다. 실제 이통3사의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 사상유례없는 첫 동반 매출 감소라는 흑역사를 기록할 만큼 통신·케이블 등 미디어 시장은 성장정체기에 접어들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본질은 외면한채 자사 이기주의에 빠져 반시장경제적이고 반기업정서를 부추기는 정치논리들을 끌어들여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한 업체는 최근 좌편향 시민단체가 이번 이슈에 대해 의도적으로 편향된 설문조사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대신 배포하면서까지 SK텔레콤의 M&A를 방해, 업계의 빈축을 샀다. 여기에 정치권까지 개입해 일부 사업자의 일방적 주장만을 대변하는 토론회를 잇따라 개최하는 등 이전투구양상을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번 M&A심사를 미루는가 하면, 심지어 이에대한 여론까지 수렴하겠다며 공청회까지 준비하는 등 ‘눈치작전’을 펼치고 있다. 사업자들끼리의 이전투구에 정부와 정치권마저 휘둘리고 있는 꼴이다.

하지만 두 기업이 자율적 합의에 의해 결합을 하겠다고 하는데 해당기업의 의지보다 여론을 의식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원샷법’을 통한 기업들의 선제적 사업재편으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정부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케이블TV 시장이 이미 성장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발적 사업재편에 해당하는 CJ헬로비전 M&A를 막는 것은 시장에 대한 지나친 간섭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번 M&A를 반대하는 경쟁업체들도 자칫 반시장주의, 반산업주의 정서를 선동하는 좌파 진영 논리에 편승해 자사의 이익만을 취한다면 위기에 빠진 방송통신산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특히 자신들도 SK텔레콤처럼 시장확대와 신사업 진출을 위해 M&A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세계는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등 해외기업들은 다양한 ICT사업을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통신 1, 2위 업체인 버라이즌과 AT&T은 인수합병을 통해 미디어 및 모바일 광고 기술 확보에 나섰다. 특히 방송법에 적용을 받지 않는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은 OTT(Over the Top: 인터넷 TV) 서비스를 등장시켰는가 하면, 다양한 IoT(사물인터넷) 서비스들이 제공되는 등 방송시장 획정과 시장지배력 가늠은 무의미한 상황이 돼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까지 우물안 개구리처럼 서로를 헐뜯고만 있을 것인가. 기업간 M&A는 시장경제 원리에 맡겨야 한다. 시민단체와 정치권까지 끌어들이면서까지 경쟁업체 다리걸기에 골몰하기 보다는, ICT 융합에 맞춰 글로벌경쟁력을 갖춰야 할 때다. 정치권도 말로만 규제개혁을 외치고, 재벌규제 등 공익성을 빌미로 시장을 통제하고 규제를 강화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강미 기자 (kmlee50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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