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헬로비전 인수합병' 부러워하면 지는거쥬?
<이강미의 재계산책>민간자율빅딜에 외부 개입…미래부, 눈치보다 ‘원샷법’ 역행우려
경쟁업체 ‘다리걸기’ 대신 신사업 창출로 글로벌 경쟁력 갖춰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문제를 두고, 이동통신업계가 어수선하다.
민간기업간 자율적인 M&A 문제를 둘러싸고, 경쟁업체간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면서 심지어 시민단체와 정치권까지 개입해 사회·정치적 쟁점으로 부각시키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어 우려된다.
특히 해당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여론을 의식한 듯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면서 공정회까지 열겠다고 하자, 일각에서는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는 ‘원샷법(기업활력제고특별법)’의 기본취지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원샷법은 대기업간 자율 M&A절차를 간소화함으로써, 기업들이 신속한 사업재편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CJ의 경우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기 위해 미래 성장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판단되는 방송플랫폼의 매각을 원하고 있다. SK텔레콤 역시 한계에 다다른 통신시장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통신·미디어 융복합 및 합종연횡으로 새로운 신사업 창출을 목표로 CJ헬로비전 인수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
이에 경쟁업체들은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합병할 경우 통신에 이어 방송영역으로까지 시장장악력을 확대하는 등 시장질서를 무너뜨린다며 강력반발하고 있다.
‘생존’을 위한 양측의 주장은 수긍할만하다. SK텔레콤-CJ헬로비전간 M&A를 바라보는 경쟁사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시장점유율 1위인 SK텔레콤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경우 시장잠식을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SK텔레콤으로서도 성장한계점에 다다른 시점에서 생존돌파구를 찾기 위한 좋은 먹잇감이 생겼는데, 이를 놓칠 순 없는 입장이다. 실제 이통3사의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 사상유례없는 첫 동반 매출 감소라는 흑역사를 기록할 만큼 통신·케이블 등 미디어 시장은 성장정체기에 접어들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본질은 외면한채 자사 이기주의에 빠져 반시장경제적이고 반기업정서를 부추기는 정치논리들을 끌어들여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한 업체는 최근 좌편향 시민단체가 이번 이슈에 대해 의도적으로 편향된 설문조사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대신 배포하면서까지 SK텔레콤의 M&A를 방해, 업계의 빈축을 샀다. 여기에 정치권까지 개입해 일부 사업자의 일방적 주장만을 대변하는 토론회를 잇따라 개최하는 등 이전투구양상을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번 M&A심사를 미루는가 하면, 심지어 이에대한 여론까지 수렴하겠다며 공청회까지 준비하는 등 ‘눈치작전’을 펼치고 있다. 사업자들끼리의 이전투구에 정부와 정치권마저 휘둘리고 있는 꼴이다.
하지만 두 기업이 자율적 합의에 의해 결합을 하겠다고 하는데 해당기업의 의지보다 여론을 의식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원샷법’을 통한 기업들의 선제적 사업재편으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정부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케이블TV 시장이 이미 성장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발적 사업재편에 해당하는 CJ헬로비전 M&A를 막는 것은 시장에 대한 지나친 간섭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번 M&A를 반대하는 경쟁업체들도 자칫 반시장주의, 반산업주의 정서를 선동하는 좌파 진영 논리에 편승해 자사의 이익만을 취한다면 위기에 빠진 방송통신산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특히 자신들도 SK텔레콤처럼 시장확대와 신사업 진출을 위해 M&A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세계는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등 해외기업들은 다양한 ICT사업을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통신 1, 2위 업체인 버라이즌과 AT&T은 인수합병을 통해 미디어 및 모바일 광고 기술 확보에 나섰다. 특히 방송법에 적용을 받지 않는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은 OTT(Over the Top: 인터넷 TV) 서비스를 등장시켰는가 하면, 다양한 IoT(사물인터넷) 서비스들이 제공되는 등 방송시장 획정과 시장지배력 가늠은 무의미한 상황이 돼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까지 우물안 개구리처럼 서로를 헐뜯고만 있을 것인가. 기업간 M&A는 시장경제 원리에 맡겨야 한다. 시민단체와 정치권까지 끌어들이면서까지 경쟁업체 다리걸기에 골몰하기 보다는, ICT 융합에 맞춰 글로벌경쟁력을 갖춰야 할 때다. 정치권도 말로만 규제개혁을 외치고, 재벌규제 등 공익성을 빌미로 시장을 통제하고 규제를 강화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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