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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주? 김광현? 1차 지명, 의외의 확률


입력 2016.02.10 07:27 수정 2016.02.11 11:49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2000년대 들어 1차 지명자 연착륙 확률 낮아져

대졸 아닌 고졸 선수들 입단도 적지 않은 영향

이종범(왼쪽부터)-박재홍-양준혁-김광현-김동주 등은 가장 성공한 1차 지명 선수로 불린다. ⓒ KIA/SK/삼성/두산 이종범(왼쪽부터)-박재홍-양준혁-김광현-김동주 등은 가장 성공한 1차 지명 선수로 불린다. ⓒ KIA/SK/삼성/두산

한 해 약 700여 명의 아마추어 선수들이 프로야구 구단에 입단하기 위해 드래프트에 참가한다. 이 중 10개 구단에 선발되는 인원은 100명 안팎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들 중 1군 무대를 밟는 선수들은 극소수에 그친다.

KBO리그 신인지명회의는 각 구단들이 아마추어 선수들을 지명 영입해 전력을 보강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연례행사로 불린다. 처음 시행된 1983년에는 팀 별 연고지 내 고교 출신 선수들을 무제한으로 1차 지명할 수 있었다. 이후 전력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2차 지명을 활성화했고, 1991년부터 1차 지명 선수는 1명으로 줄어들었다.

90년대 중반에는 유망주들의 무분별한 미국 진출을 막기 위해 고졸우선 지명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고, 2010년은 사상 첫 전면드래프트가 시행된 해이기도 했다. 현재 KBO리그는 연고지 내 1차 지명(1명)을 부활시켰고, 2차 지명은 1라운드부터 10라운드까지 총 10명을 지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1차 지명자들은 입단 때부터 구단은 물론 팬들의 큰 주목을 받기 마련이다. 아마추어 시절, 특출 난 재능을 뽐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라고 프로의 높은 장벽을 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어깨에 짊어진 부담감으로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명 선수가 1명으로 줄어든 1991년부터 지난해까지 1차 지명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들은 약 200여명이다. 이들 중 가장 성공한 선수는 누구일까. 성공의 기준을 딱히 정할 수 없지만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MVP와 생애 단 한 번 기회가 주어지는 신인왕, 골든글러브 수상, 그리고 개인타이틀 획득 여부로 정리했다.

1991년 롯데로부터 1차 지명된 박정태는 악바리 근성으로 자이언츠의 심장으로 불린 선수다. 그는 90년대 최고의 2루수로 활약했고, 골든글러브를 무려 5회나 수상하기도 했다. 이듬해 태평양에 입단한 정민태는 정규 시즌에서의 위력도 대단했지만 한국시리즈 2회 등 포스트시즌 MVP만 3회 수상할 정도로 큰 경기에 강했다.

1993년에는 그야말로 역대급 1차 지명자들이 쏟아진 해였다. KBO리그 통산 부문 기록을 무수하게 작성한 양준혁은 그해 신인왕의 주인공이 됐으며, 역대 1차 지명자들 가운데 가장 많은 골든글러브(8회)를 수상했다. 이종범(MVP 1회, 골든글러브 6회)은 일본 진출 전까지 리그 내 독보적인 선수로 거듭났고, 구대성과 이상훈도 시대를 풍미했던 투수들이었다.

역대 1차 지명자 중 타이틀 획득 선수들. ⓒ 데일리안 스포츠 역대 1차 지명자 중 타이틀 획득 선수들. ⓒ 데일리안 스포츠

2000년대 들어 신인드래프트는 고졸 선수 위주로 재편된다. 대학에 가기 보다는 당장 프로에 뛰어들어 자신의 기량을 선보이고 싶었고, 구단들 역시 거액의 계약금을 안기며 손짓을 보냈다.

하지만 이때부터 1차 지명 선수들의 프로 성공 확률은 크게 떨어지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선수가 KIA 한기주다. '10억팔'로도 주목을 받았던 한기주는 입단 초 2년 연속 20세이브를 돌파하며 무난하게 1군 무대에 연착륙하는 듯 했지만 2008 베이징올림픽 참가 이후 난조에 빠졌다. 이유는 부상이었다. 고교 시절, 대부분의 선수가 그렇듯 한기주 역시 혹사를 피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몸이 상하고 말았다.

2005년 6억 원의 계약금을 받았던 두산 김명제도 1차 지명자 몰락의 또 다른 예다. 김명제는 데뷔 후 부상과 부진을 반복하다 2009년 12월, 음주 교통사고로 사경을 헤매는 일이 발생했다. 결국 복귀가 어렵다는 구단 측의 결정으로 인해 현역에서 은퇴했다. 이들 외에도 5억 원 이상 거액 계약금을 안긴 1998년 해태 강철민, 2001년 삼성 이정호, 2004년 롯데 김수화, 2009년 두산 성영훈 등은 이름조차 생소하다.

이에 대해 많은 야구 전문가들은 대표적인 멘탈스포츠인 야구에서 고졸 유망주들에 대한 큰 기대가 이들의 성장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고교 시절, 전국적으로 이름을 떨쳤지만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하게 되자 점차 자신감을 잃게 됐다는 것. 오히려 이대호(2001년 2차 전체 4번)와 류현진(2006년 2차 전체 2번), 윤석민(2006년 전체 6번), 정우람(2004년 2차 14번) 등 덜 주목 받았던 선수들의 성공 확률이 훨씬 높을 정도다.

또한 야구는 농구나 배구, 축구와 달리 특급 유망주가 당장 프로에 뛰어들어 팀의 주축이 되는 경우가 극히 드문 종목이다. 이유는 역시 다른 구기종목들에 비해 선수들의 성장세가 느린 데다 많은 경험과 강한 멘탈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데뷔 2년 차에 MVP를 거머쥔 김광현의 경우를 제외한다면 8년 만에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한 박병호처럼 오래 지켜보고 관리하거나 주변 환경이 변해야 그나마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역대 1차 지명자들 가운데 MVP와 신인왕을 모두 거머쥔 사례는 아직 없다. 가장 가능성이 높았던 선수는 역시나 데뷔 첫해 30-30 클럽에 가입한 1996년 박재홍으로 홈런과 타점 타이틀을 휩쓸고도 신인왕에 그쳤다.

현역 선수 중에서는 범위가 크게 좁아진다. 홍성흔과 이승호, 김태균, 이용찬만이 1차 지명 신인왕 출신들이지만, 이들 중 김태균을 제외하면 사실상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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