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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연대' 더민주-정의당, 또다시 재현되는 악몽


입력 2016.02.09 09:21 수정 2016.02.09 09:21        이슬기 기자

더민주 예비후보들 "수년간 지역 다져놨는데 또 양보 강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최근 야권연대를 위한 협의체 구성에 합의한 가운데, 특정 지역 예비후보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최근 야권연대를 위한 협의체 구성에 합의한 가운데, 특정 지역 예비후보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4.13 총선을 3개월여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선거 연대를 위한 범야권 전략협의체를 구성한 가운데, 향후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적잖은 갈등이 예상된다. 특히 정의당 간판급 선수들이 출마할 지역의 더민주 소속 예비후보들은 벌써부터 '공정 경선'을 촉구하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재인 더민주 대표와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달 25일 선거 연대 논의 등을 위한 범야권 전략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해당 협의체는 앞서 20일 심 대표가 신년기자회견에서 제안한 것으로, 단순히 선거에 국한되지 않고 정권교체를 위해 범야권이 정책과 비전, 프로세스를 공동으로 마련하자는 목적이라는 게 정의당의 설명이다.

앞서 국민의당이 천정배-박주선 세력과 손을 잡고 '야권 재편'을 내세우고 있지만, 더민주와의 선거 연대에 대해선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자칫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로 승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런만큼 더민주로선 1차적으로 정의당과의 연대를 붙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서울 노원병과 경남 성산을 두고 고심하던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이 1일 성산구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더민주 경남도당엔 비상이 걸렸다. 선거공학적 판단만으로 더민주 신인들이 또다시 단일화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현재 더민주에선 경남도 정무부지사를 지낸 허성무 예비후보가 이미 출사표를 내고 선거 준비에 한창이다.

노 전 의원은 이날 창원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노동자, 서민의 땀과 눈물과 애환이 서려있는 그곳이 노회찬의 고향"이라며 "정권교체를 위한 영남벨트, 창원에서 시작하겠다. 노회찬이 '경남정치 1번지' 창원에서부터 대한민국을 바꿔나가겠다"고 출마 의지를 밝혔다. 이에 앞서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창원시 성산구 사파동으로 부인, 모친과 함께 주소를 이전했다.

일찍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지역 민심을 다져온 허 예비후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노 전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인 노원병을 버리고 여러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창원성산을 선택한 결정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 오로지 당선만을 위해 내려온 건가. 그동안 땀흘려 지역구을 일구어 온 후배들의 노력은 알고 있느냐"고 질타했다.

특히 노 전 의원의 출마 선언과 함께 더민주 중앙당 차원에서 허 예비후보의 공천을 배제한다는 유언비어가 나도는 데 대해 "선거 때만 되면 반복되는 야권 단일화에 유권자들은 이제 식상해한다"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전 지역구에 모든 후보를 공천한다는 방침을 이미 천명했다. 흑색선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8년을 기다렸는데..." 또다시 드리운 단일화 악몽

야권연대 선언에 '폭탄'을 맞은 건 수도권도 마찬가지다. 심 대표의 지역구인 고양 덕양갑의 경우, 지난 19대 총선 당시 후보 단일화 경선 패배로 본선 출마조차 하지 못했던 더민주 박준 지역위원장이 다시한번 도전장을 내민 지역이다.  그는 "8년을 기다렸다"며 무조건적인 후보 단일화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 예비후보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평소엔 지역활동도 안 하고 상대 당을 공격만 하다가 선거때만 되면 빌붙기하면서 후보자리를 차지하면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 총선 때 심 대표가 돈을 주고 선거원을 고용다고 주장, 심 대표가 허위사실유포로 고발 의사를 밝히자 관련 녹취록을 전격 공개하며 맞선 바 있다. 

여론조사 방식의 문제도 지적했다. 지역에서 아무리 성실히 활동해도, 여론조사로 단일후보를 결정할 경우엔 무조건 '이름 들어본 사람'에 투표하는 인지도 평가가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심상정 대표가 만약 평소에도 지역에서 성실히 했다면 마음으로라도 양보해 줄 수 있다는 마음이 들었을 거다"라며 "지역에서 하나도 한 것도 없으면서 선거때만 되면 알박기하고, 다른 지역에서 '정의당 후보낸다'는 식으로 협박하면서 우리 후보도 못 내게 하고, 동네 주민들도 이런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인 예비후보들 사이에선 당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간 후보단일화로 뽑힌 이들의 경쟁력부터 재고해봐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터져나온다.

실제 지난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후보로 출마한 심 대표의 경우,  손범규 새누리당 후보를 170표 차로 따돌리고 가까스로 당선됐다. 그런만큼 이번 선거에선 승리를 자신할 수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 서울 은평을은 통합진보당 천호선 후보가 1459표 차로 새누리당 이재오 후보에 패한 바 있다. 아울러 이 지역에선 후보 공천을 신청했던 민주통합당 고연호 예비후보가 돌연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하고 자살을 시도하는 사태가 발생, 천 후보로 야권 단일화가 검토되는 데 불만을 품고 자살기도를 했다는 추측이 제기됐다.

'야권연대 불복' 사태가 벌어졌던 파주을 역시 당시 민주통합당과 야권연대를 통해 단일후보가 된 통합진보당 김영대 후보가 무소속 박정 후보에게 자리를 내줬지만, 결국 황진하 새누리당 후보에 패배했다. 이에 야권에선 "다 이긴 선거를 야권연대때문에 졌다"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당 주류 의원실 한 관계자는 "후보 단일화를 하려면 각 당의 단수후보가 결정돼야 하는데, 내부 경선을 다 치르고 올라온 사람한테 이런 식의 단일화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며 "아무리 지역에서 열심히 해도 이른바 '소수당 배려지역' 중 전략공천이 되는 지역엔 예비후보들이 양보를 강요당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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