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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그리브스 뺨치는 ‘월드글래스들’의 거룩한 계보


입력 2016.02.13 09:40 수정 2016.02.13 19:08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월드클래스 빗대어 부상 잦은 선수들 월드글래스-유리몸으로 불러

전설적인 하그리브스 외 최근 리버풀 스터리지가 확실히 자리매김

월드글래스 레전드 하그리브스(오른쪽). ⓒ 게티이미지 월드글래스 레전드 하그리브스(오른쪽). ⓒ 게티이미지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

리버풀 전설 빌 샹클리가 남긴 명언. 하지만 이 말을 살짝 비틀면 “몸이 받쳐주지 않으면 클래스도 소용없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건강한 몸 상태가 유지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스포츠에서 흔히 세계적인 선수를 가리켜 ‘월드클래스’라고 한다면, 팬들 사이에서는 잦은 부상으로 화제가 되는 선수를 가리켜 ‘월드글래스(유리몸)’라는 별칭으로 부른다. 대부분이 부상 이전에서는 뛰어난 재능으로 주목받았던 선수라는 점에서 더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국내 팬들에게 '월드글래스'라는 신조어를 처음으로 각인시킨 장본인은 바로 박지성의 맨유 팀 동료였던 오언 하그리브스다.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재능으로 바이에른 뮌헨과 맨유 등 유수의 명문클럽에서 활약했으며 월드컵에도 두 번이나 출전했다.

하지만 실력에 비해 잔부상이 잦았던 하그리브스는 2008-09시즌을 앞두고 양쪽 무릎 수술을 시작으로 기나긴 부상의 터널에 빠져들었다. 2010-11시즌 11라운드 울버햄턴과의 부상 복귀전에서 출전 5분 만에 부상으로 다시 쓰러진 것은 지금도 전설로 회자된다.

아스날의 토마스 로시츠키도 지난달 30일 번리와의 FA컵에 5개월만의 부상 복귀전을 치르다가 20분 만에 전치 6주의 부상을 입고 교체 되며 ‘하그리브스의 재림’이 무엇인지 보여주기도 했다.

하그리브스의 잦은 부상에 지친 맨유는 결국 2011년 하그리브스를 방출했다. 하그리브스는 맨유의 지역 라이벌팀인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했지만 2011-12시즌 단 1경기만을 뛰며 다시 방출당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독일의 축구 천재로 꼽히던 세바스티안 다이슬러도 월드 글래스를 논할 때 빠지면 서러운 선수다. 어린 시절부터 무릎이 좋지 않았던 다이슬러는 무릎 수술만 5차례나 밟으며 선수생활 내내 그라운드보다 더 오랜 시간을 병원에서 보냈다. 거듭되는 수술과 재활에 지친 다이슬러가 은퇴를 선언한 시점은 2007년 1월로 당시 그의 나이는 고작 27세에 불과했다.

조나단 우드게이트는 레알 마드리드 팬들이라면 이를 갈만한 이름이다. 우드게이트는 2004년 2000만 유로(약 275억 원)를 들여 우드게이트를 영입했지만 잦은 부상으로 첫 시즌 단 1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이듬해는 복귀전부터 자책골을 기록하고 퇴장 당했고, 결국 2006년에는 미들즈브러로 이적했다.

우드게이트는 지금도 레알의 역사상 최악의 선수영입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다. 최근엔 바르셀로나에서 활약 중인 토마스 베르마엘렌의 행보를 보며 우드게이트의 향수를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밖에 마이클 오언, 레들리 킹, 토마스 로시츠키, 게리 네빌 등도 유리몸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선수들이었다. 로빈 판 페르시와 아르연 로번 등은 젊은 시절 유리몸으로 악명을 떨쳤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뛰어난 실적으로 이를 어느 정도 극복했다.

오늘날 이 시대 최고의 월드글래스는 누구일까. 리버풀의 다니엘 스터리지, 에버튼의 스티븐 피에나르, 아스날의 잭 윌셔, 유벤투스의 사미 케디라, 마르세유의 아부 디아비 등은 그야말로 ‘숨만 쉬어도 아프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그라운드보다 병원이 더 친숙한 선수들이다.

독보적인 선수는 스터리지. 2015년 이후에만 무려 네 번의 장기부상을 당하며 리그 경기에는 고작 12차례 출전에 그쳤다. 계속되는 부상 병동에 지친 리버풀은 스터리지의 이적을 고려하고 있다.

최근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스터리지가 리버풀에 몸담은 4년간 무려 1군 등록일의 50%가 훌쩍 넘는 614일을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부상 부위도 허벅지와 발목, 햄스트링, 종아리, 엉덩이, 무릎 등 다양하다. 진정한 하그리브스와 다이슬러의 계보를 잇는 이 시대의 진정한 ‘월드글래스’라고 할만하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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