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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2015 가을야구' 이성헌과 우상호, 승자는?


입력 2016.02.09 09:22 수정 2016.02.09 09:22        문대현 기자

4번 대결에서 2승 2패 연대 81학번 동기의 맞수

"이번에 지면 끝"이라는 16년 맞수의 페어플레이

서울 서대문갑 지역에서 5번째 총선 맞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이는 이성헌 새누리당 서대문갑 당협위원장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서울 서대문갑 지역에서 5번째 총선 맞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이는 이성헌 새누리당 서대문갑 당협위원장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승 2패. 5차전에서 지는 쪽은 가방을 싸야 한다. 더 이상 남은 경기는 없다.'

지난해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었던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가 그랬다. 각자 2승 2패의 전적을 안고 마산에서 치른 5차전의 승자는 두산이었고 NC는 그 길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5차전을 잡은 두산은 기세를 몰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라이온즈마저 잡고 대권을 차지했다. 5차전은 중요하다. 단순히 그 한 경기 뿐 아니라 그 이상의 결과를 낼 수 있는 발판의 무대가 될 수 있다.

지난해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을 보며 기자는 자연스레 정치권의 모습을 떠올려졌다. 제20대 총선(4월 13일) 출격을 앞두고 있는 이성헌 새누리당 당협위원장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야기와 흡사했기 때문이다. 현재 집권여당과 제1야당에서 서울 서대문갑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은 지난 2000년부터 이어진 4번의 대결에서 2승 2패를 거둔 상태다. 5번째 대결을 준비하는 이들은 모두 "이번에 지면 끝장"이라고 공언했다.

연세대 81학번 동기라는 인연을 가진 두 사람은 제16대 총선에서 1차전을 치렀다. 첫 승자는 이 위원장이었다. 당시 이성헌 후보는 47.0%의 득표율로 45.2%를 얻은 우상호 후보를 꺾었다. 아슬아슬한 스코어였다. 4년 뒤, 리턴매치를 신청한 우 후보는 복수에 성공한다. 46.1%를 획득한 그가 역시 근소한 차로 이 후보(43.8%)를 누른 것.

자존심에 금이 간 이 후보는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다시 마운드에 올랐고 퀄리티 스타트(야구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한 투수가 6이닝 이상 투구하고, 3자책점 이하로 막아 낸 경기)에 가까운 피칭으로 승리를 이끈다. 선거판에 뛰어든 이후 처음으로 그는 절반이 넘는 수치(51.6%)를 얻으며 우 후보(43.5%)를 눌렀다.

19대 총선에서 이들은 4차전을 치렀다. 이미 2승을 거둔 이 후보가 기세를 몰아 3승을 거두고 우 후보에게 안녕을 고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우 후보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우 후보는 예상을 뒤엎고 완투에 가까운 피칭으로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54.4%라는 자체 최고치의 득표율을 기록, 이 후보(45.6%)와는 거의 10%p 가까이 격차를 벌렸다. 5차전을 기다리는 이들의 모습은 프로야구의 모습과 매우 닮았다.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프로야구에 적용되는 홈과 어웨이라는 개념이 이들에게는 없다는 정도랄까.

전생에 어떤 관계였을지 궁금할만큼 질긴 인연을 갖고 있는 두 사람의 속내가 궁금해 설 연휴를 1주일 쯤 앞두고 이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 위원장은 "짝수대 선거에서 늘 이겨왔다"고 자신감을 보였고 우 의원은 "이번이 제일 긴장된다. 배수진을 친 상태"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인터뷰 내내 이들은 각자 다른 주장을 내놓았지만 딱 하나, 같은 목소리를 낸 부분이 있었다. "이번에 지면요? 깨끗하게 짐 싸야죠."

이성헌 "사이좋게 주고 받은 승리, 순서상 이번은 내 차례"

이 의원은 28일 오후 '데일리안'과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서 "분위기나 판세가 아주 나에게 유리한 상황"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발이 부르튼다'는 말이 실제로 어떤 것인지 느껴질 만큼 지역 곳곳을 누비며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지역 발전에 필요한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나는 분들마다 나를 격려해주시고 '이번엔 당신 차례'라고 말씀해주신다"며 "여론조사의 경우 조사시점이나 설문 내용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내가 원외 인사임에도 현역 의원보다 앞서는 결과가 나온 조사도 있다. 분위기는 좋은 편"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이 원외 인사임에도 이렇게 자신할 수 있는 이유는 2000년부터 2004년까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8년 간 서대문갑을 이끌었던 경험 덕으로 보인다. 그는 "새롭게 유입되는 젊은 층은 나를 잘 모를수도 있지만 주민 중 70%에 가까운 사람은 모두 나를 알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그는 우 의원을 향해 "인물도 준수하고 당 내에서 대변인도 수차례 맡을 만큼 언변도 뛰어나 나에겐 굉장히 강한 후보"라고 치켜세우면서도 "야당의 무능을 심판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현재 야당 의원들이 워낙 국회에서 활동하지 못 하면서 대다수의 국민이 '19대 국회는 최악'이라며 현역 의원을 교체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위원장은 당선이 된다면 지역 청년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뜻을 내비쳤다. 그는 그는 "국가 청년지원일자리센터를 신촌 쪽에 만들어 인근 청년들에게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고 또 직접 일자리를 만드는 등의 노력으로 청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며 "또 서대문구가 교육도시인데 특히 초등학교 화장실을 조금 더 편리하게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노력을 할 것. 이미 특별 예산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2005년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친박근혜로 분류된다. 그가 이번에 당선이 되면 3선 의원으로 친박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맡을 수 있다. 그러나 그는 "계파 싸움은 국민이 염증을 내는 일이다. 친박이 어떻고 비박이 어떻고 이런 식의 판가름은 지극히 바보 같은 짓"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도 "상향식 공천은 현역에게 유리한 점이 있다는 측면에서 보완책이 필요하다. 어떻게 한꺼번에 모든 것을 바꿀 수 있겠나. 이런 부분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며 "또 우리가 읍소를 해서라도 전문가를 모셔오고 그 분들이 일할 수 있는 보완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김무성 대표가 주장하는 상향식 공천 및 인재영입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이다.

국민의당의 변수에 대해선 "안철수라는 분이 더민주에서 나와 국민의당을 구성하고 있는데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 정치불신층, 무당층 등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고 우려했지만 "일부 호남 유권자가 더민주에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을 볼 때 오히려 새누리당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우상호 "지역발전 이끈 내가 한 번 더…배수진 쳤다"

이 위원장에 비해 우 의원은 상대적으로 유리할 법도 하다. 우선 현역 의원이라는 프리미엄과 함께 현 정권에 대한 심판론이 먹힐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지역의 역대 승부는 '총선이슈'에 따라 갈렸다. 16대에는 이 위원장이 지역발전을 들고 나와 이겼고 17대 때는 탄핵역풍에 휘말린 한나라당이 몰살 당하며 우 의원이 승리했다. 18대에선 다시 야당심판론이 결과를 좌우했고, 19대 땐 정권심판론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

그러나 우 의원은 주의를 놓지 않았다. 28일 본보와 통화한 그는 "사실상 이번에 패배한 사람은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면에서) 이번이 제일 긴장된다. 그래서 배수진을 치고 최선을 다해서 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대문갑은 정치신인이 도전하는 타지역에 비해 현역 프리미엄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며 "이 곳은 정치적 바람이 어떻게 가냐에 따라서 승패가 갈리는 곳이지 사람에 대한 인지도에 대한 평가로 결과가 갈리는 곳은 아니다"라고 인정했다.

다만 "이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으로 잘 알려져 있고 나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가깝다. 또 서대문구청장과 같은 당이라 서대문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서 박 대통령의 측근이 낫냐, 박 시장의 측근이 낫냐라는 것을 주민들이 생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 대변인을 지내며 박 시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우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펼칠 두 가지의 전략을 공개했다. 그는 "현역으로 있으면서 서울시의 도움을 받아 아현고가도로를 철거했고 홍제동 도로의 유턴 구역을 만들었다"며 "또 서울 내 전철이 들어오지 않는 유일한 지역이었던 연희동에 경전철을 유치했다. 이것은 모두 지역의 숙원사업이었다"라고 했다. 지역 민원 해결의 성과를 내세우겠다는 것이었다.

또 "현재 박 대통령이 나라를 다스리는 데 있어서 경제 분야를 포함해 썩 잘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며 "이 비판적 정서를 묶어서 선거를 치를 것이다. 지금 박근혜 정부가 탄생한 지 3년이 됐기에 정권을 평가하는 정서가 더 커질 것으로 예측한다"고 밝혔다. 예상대로 정권심판론을 꺼내들기로 한 것이다.

더민주 의원들의 탈당 러시에도 굳건히 당을 지키고 있는 그는 3선 의원이 될 경우 지도적 위치에 올라 더 많은 국민의 사랑을 얻는 당으로 탈바꿈 시킬 욕심을 내비쳤다. 우 의원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에 출마할지 원내대표에 출마할지 아직 정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반열에 올라 실제 결정권을 쥘 수 있는 위치에서 당을 변화 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은 당이 조금 안정을 되찾았지만 최근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릴 만한 일이 많았다. 이런 정치로는 국민이 단합할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해졌다"며 "지금은 재선이라 내 목소리를 크게 안 내고 있지만 3선이 되면 당을 바꾸는 주역이 되겠다고 지역 주민들에게 호소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치판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무(無) 네거티브', 아름다운 승부사

원래 선거라는 것은 당내 경선을 붙으면서도 서로 원수를 질 정도로 누군가에게는 냉정하고 가혹한 것이다. 정치권에서 한 번 갈등의 골이 생기면 영원히 회복되지 못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선거에는 상대를 제압하지 못 하면 내가 제압 당한다는 법칙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모습을 보면 모든 정치인이 그렇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장점을 강조하며 시종일관 자신감을 내비치던 이 위원장도 우 의원에 대한 평가를 묻자 "신사이미지", "준수한 인물" 이라는 말로 아낌없이 칭찬했고 결정적으로 "굉장히 강한 후보"라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우 의원 역시 "자주보는 사이라 할 순 없지만 대학 동문이라 이런 저런 모임에서 소주를 기울인 사이"라며 "이 위원장이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그가 내가 지지하는 정당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과일 한 상자 들고 가서 격려를 한 경험이 있다"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특히 우 의원은 "우리는 5번째 격돌을 앞두고 있지만 서로 덕담을 아끼지 않으며 관계를 잃지 않으려 하고 있다. 이는 서로가 굉장히 노력한 결과"라며 "선의의 경쟁을 하는 풍토를 정착시켰다는 것은 두 사람 모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치열하게 경쟁하다가도 상대에 대한 존중을 잃지 않는 이들의 모습에서 '스포츠맨십'이 느껴진다.

지난해 플레이오프 5차전 이후 승장 두산 김태형 감독은 "선수들이 짜임새 있고, 플레이 하는데 있어 굉장히 껄끄러운 상대였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경기 결과 떠나 정말 좋은 승부한 것 같다"며 NC를 치켜세웠고 더 이상의 전진을 멈추게 된 NC의 김경문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잘 했다. 상대를 더 칭찬하도록 하겠다"며 정정당당한 승부의 결과를 인정했다. 페어플레이를 다짐하는 서대문갑의 '16년 맞수' 이성헌 위원장과 우상호 의원의 입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나올 지는 다가오는 4월 14일 확인할 수 있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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