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굽신거리며 건배하는 한국 대통령들의 파티 매너


입력 2016.01.30 16:31 수정 2016.01.30 16:31        데스크 (desk@dailian.co.kr)

<신성대의 이제는 품격>신사와 웨이터, 등대와 플래시

똑바로 선 지도자 원한다면 우리 스스로 똑바로 서야

식당에 가면 먼저 장내를 한 번 훑어본다. 그 중에 혹 신사(숙녀)라도 있을까 싶어서다. 그런 사람이 눈에 띄면 아무래도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여 몸가짐을 바로 하게 되고 대화를 하더라도 언성을 낮춘다.

글로벌 비즈니스 매너를 알면 그렇게 멀리서 한번 쓱 둘러만 보는 것만으로도 장내에 있는 인물들의 품격이나 사회적 위치, 출신 배경까지 대충 스캔할 수 있다. 굳이 가까이에서 세세한 테이블 매너를 체크하지 않아도 의자에 앉은 폼과 몸을 세운 자세만 보고도 가능하다.

“웨이터는 서서 와인을 따른다!”

예전에 어떤 친구가 식사 자리에서 자기도 근자에 와인강습에 나가 배웠다며 와인을 직접 따랐다. 척하니 웨이터한테 배운 솜씨다. 실은 그 친구뿐만 아니고, 한국인 99%가 와인매너를 서비스업 종사자 출신 와인전문가(소믈리에는 와인담당 웨이터)들에게서 배운 탓에 글로벌 비즈니스 본선 무대에 서자마자 바로 아웃 당하고 만다. 한 번도 주인장 매너를 익힌 적도 없고, 그에 대한 인식조차 없다보니 그걸 구별하는 안목도 없다.

주인장 매너와 서비스 매너! 신사와 웨이터! 당연히 친구가 될 수도 없고, 진실한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수 없다. 한국의 재벌 오너나 CEO, 전직 고위관료, 심지어 전직 대통령이 글로벌 사교모임에 들어갈 수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당장 제 돈으로 현지 유명 인사들과 식사 한 번 하자고 해도 그들이 응하지 않는 이유조차 모른다. 공적인 식사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아무리 돈이 많다 해도 하인 출신과 한 테이블에 앉아 식사한다는 게 즐거울 리 없기 때문이다.

웨이터가 귀한 신사들과 같이 테이블에 앉아 식사하며 와인을 따러 본 적이 없을 터, 와인 병을 잡는 자세에서부터 금방 드러난다. 이때 그 웨이터는 물론 그에게서 배운, 주인장 매너를 익힌 적이 없는 짝퉁 신사는 그 차이를 눈치 채지 못한다. 이 ‘대수롭지 않은’ 매너가 한국의 모든 재벌 회장은 물론 대통령까지 오염시켜 글로벌 왕따로 만들어 놓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건배하는 이명박 대통령.ⓒ청와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건배하는 이명박 대통령.ⓒ청와대

“물건에 대해 주인장 의식을 가져야!”

지하철에서 주인장 폼으로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사람이 건너편에 앉아 있으면 나도 모르게 다리를 모우고 긴장한다. 대개의 한국인이라면 “아니 내 물건에 내가 주인이면 그만이지 무슨 ‘의식’까지?” 하고 반발할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비즈니스 매너의 시각으로 보자면 한국인들에게서 주인의식을 찾아보기란 극히 어렵다. 당연히 주인장 매너가 뭔지도 모른다. 모르니 물어서 배울 생각조차 못하고 매번 당한다.

앞에서 말한 와인매너에서 주인장 매너인지 하인 매너인지는 그가 와인병(物格)을 완전하게 장악하고 있는지 그러지 못한지를 보고 구별한다. 일상에서 음료수 병마개 따는 동작을 보고도 알 수 있다. 이는 컴퓨터나 핸드폰 등 간단한 도구를 다룰 때도 마찬가지다. 아래 사진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나 광고 모델처럼 바른 자세에서 물건을 다루는 것은 그가 평소에 주인장으로서 살아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많은 한국인들처럼 자라목으로 컴퓨터나 핸드폰에 머리를 박는 것을 자연스런 것으로 받아들이며, 혹 목뼈가 비뚤어질 염려 때문에 자세를 바로 세우는 게 바람직하다는 말밖에 안한다. 그것만으로도 한국인들 모두가 하인격으로 살아왔음을 짐작한다. 누구도 바른 자세가 ‘사람(인격)’임을 얘기해주지 않은 것이다. 고정된 물건의 자세한 모양이나 글씨를 읽어야 할 경우 어쩔 수 없이 눈을 가까이 가져 갈 때에도 고개를 먼저 들이미는 사람은 신사가 아니다. 상체를 최대한 바르게 세워 몸 전체를 가져가야 한다. 그게 주인격이다.

“등대는 움직이지 않고 비춘다”

바닷가 등대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바른 자세로 빛을 쏘아 뭇 배들을 인도한다. 반면에 플래시는 스스로 물건을 찾아다녀야 한다. 주인장 매너와 하인격 매너의 차이가 바로 그와 같다 할 수 있다. 물격에 인격을 맞추는 것과 인격에 물격을 맞추는 것과의 차이겠다. 가령 박근혜 대통령은 의자에 앉을 때 언제나 의자 끝에 엉덩이를 걸터앉아 좌불안석이다. 심리적으로 분석하자면 한 번도 주인의식을 가져보지 못한 사람이다. 주인장으로 살아온 사람이라면 엉덩이가 의자의 구석진 곳까지 닿도록 의자를 당겨 앉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파에 쩍벌남으로 앉는 한국 남성들 역시 하인격으로 소파에 인격을 맞추려다 보니 팔다리를 쫙 벌려 앉게 되는 것이다. 소파가 커거나 말거나 한 쪽으로(상대방쪽) 앉아 두 손을 팔걸이에 올려놓아야 한다. 전철에서 좌우 옆자리가 비었어도 그냥 단정하게 제 자리 면적만 차지하고 앉아 가는 것이 주인장 매너다. 남이 흉볼까봐 무서운 때문이 아니라 자기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다.

인격과 물격에 대한 확고한 인식 결여, 주인의식과 하인근성의 차이에 대한 인식 부재! 기실 의자는 그렇게 앉도록 설계되어 있지만 한국인들은 대개 삐딱하게 배를 내밀고 앉는다. 당연히 허리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의자 하나도 주인장으로서 온전히 장악하지 못하는 사람의 인격이란? 당연히 신사가 될 수 없다. 한국인의 갑(甲)질, 장(長)질 근성도 그런 데서 나오는 것이겠다. 기실 그 본바탕은 을(乙)이기 때문이다.

바른 자세, 즉 주인장 자세가 나오지 않는 한국의 배우, 탤런트, 가수, 스포츠 스타는 물론 심지어 슈퍼모델까지 글로벌 광고 모델이 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이 아닌 사람이 만들고 권(사용)하는 상품을 누가 탐내겠는가? 한국의 일등 상품이 일류가 못 되고 명품이 될 수 없는 원인도 거기에 있다. 덩달아 이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광고 디자이너나 종사자들 때문에 한국광고기업이 글로벌 광고시장에 발을 못 붙이는 것이다.

자라목은 하인격임의 표시. 누천년 굽신배(拜)가 몸에 밴 탓이다. 한국의 갑(甲)들이 밖에 나가면 신사가 될 수 없는 이유, 제대로 밥을 얻어먹을 수도 살 수도 없는 이유다. 명품을 아무리 사 모아도 허기진 이유다. 글로벌 오피니언들은 대통령의 자라목 하나로도 대한민국의 국격을 평가한다. 나라를 똑바로 세울, 똑바로 선 지도자를 원한다면 우리 자신들부터 바로 서야 한다. 그런 게 진짜 혁명이다.

글/신성대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