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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젊은 인재 나몰라라 당밖 인사는 엄지척


입력 2016.02.07 10:36 수정 2016.02.07 10:36        장수연 기자

젊은 인재 외부서 수혈하는 정당에 좌절하는 청년 당원들

"기반 닦아봤자 결국 외부서 들어온 인재가 당원 걷어내"

지난 2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공천 설명회에 참석한 21명의 청년 예비후보들은 경선 비용 마련 문제, 경선투표 시 압축되는 인원 수, 당협위원장의 당원 명부 독점 문제 등 정치 신인들이 겪는 고충을 토로했다. ⓒ연합뉴스 지난 2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공천 설명회에 참석한 21명의 청년 예비후보들은 경선 비용 마련 문제, 경선투표 시 압축되는 인원 수, 당협위원장의 당원 명부 독점 문제 등 정치 신인들이 겪는 고충을 토로했다. ⓒ연합뉴스

정당에서 선거철만 되면 등장하는 '반짝 청년 띄우기'가 다시 시작된 모양이다. 새누리당은 최근 공천 설명회를 열고 21명의 청년 예비후보들(40세 미만)에게 당의 공천룰을 설명하고 포부를 직접 듣는 자리를 가졌다. 더불어민주당도 인재영입위원을 모두 30·40대로 배치했다.

그러나 '헬조선' '흙수저' 등으로 비유되는 심각한 청년 문제의 당사자를 정치 영역의 주체로 끌어들이려는 이러한 시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좋은 정치인으로 성장할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좋은 정치인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에는 '청년위원회'라는 기관이 있다. 구체적으로 새누리당은 당 사무처 부서로 청년국, 당내 조직으로 중앙 및 시도청년위원회, 미래세대위원회, 대학생위원회가 있고 더민주는 청년·장애인·여성 이슈를 담당하는 사무처 기구 생활정치국과 전국청년위원회, 대학생청년위원회를 두고 있다.

각 조직들은 각종 청년단체와의 유대 강화, 청년지도자 발굴 양성, 청년 여론 수렴, 각종 선거시 전위 조직으로 당 후보자 지지 분위기 고양, 타당 청년조직 활동 대응 등 기본적인 청년 정당활동 기능을 담당한다.

하지만 활동의 지속가능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정치인 육성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홍보용으로 그치는 경우가 다수였기 때문이다.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이준석·손수조 '청년 마케팅'을 펼쳤고, 더민주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은 공개 오디션으로 '청년 비례대표'를 뽑아 김광진·장하나 의원을 만들었지만 일회성에 그쳤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이러한 한국의 청년정치는 '정치 후속세대를 길러내는 것'을 정당의 적극적 역할로 인식하는 유럽·미국과는 상반된다. 스웨덴 사회민주당은 당내 기관으로 ABF(노동자교육기관), 봄메쉬빅(청년정치학교)을 운영한다. 이 교육기관은 정치지망생들이 당의 이념을 공유하고 정치 실무를 익히며 기존 당원들과 유대를 쌓을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한다. 브란팅, 한손, 에를란데르, 팔메 등 사민당 출신 역대 총리는 이들 교육기관을 거쳤다.

이를 바라보는 여야의 청년당원과 학생위원은 답답함과 불안감이 섞인 솔직한 목소리를 냈다. 특히 연일 이어지는 외부 인재 영입 소식을 접하는 더민주의 학생 위원은 깊은 좌절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오창석씨 입당식에서 오씨와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오창석씨 입당식에서 오씨와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 참여의 욕구를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2014년 1년간 더민주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전국대학생위원이 되어 전북과 서울에서 활동한 정도원 씨(29)는 "당시의 새정치민주연합 전국대학생위원회는 20대 대학생 예비정치인을 키워내고 육성하는 요람은 켜녕 조직을 유지하고 독자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해서 운영해 나갈 힘조차 없는 그런 조직이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전대위 사무처도 들어가봤고, 위원회 내 일종의 비상대책위원회와 같은 TF도 들어갔지만 모든 것들이 선거법과 정당 조직의 현실적인 한계 때문에 전액 사비로 이뤄졌다. 물론 정치참여에 필요한 비용을 되돌려받거나 보좌관들처럼 실익을 생각한다면 감히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며 "그런데 결과는 아무런 성과도 소득 없이 나이 때문에 전국청년위원회로 옮겨가야 했다"고 말했다.

정 씨의 "우선 전대위의 위원들이 현직 대학생들이 위주다 보니 여러가지 대학 학사일정에 전대위 활동에 뛰어들 엄두를 못냈고, 전대위와 전청위 사이에 대학생 당원과 청년당원의 기준과 경계선을 놓고 중앙위에서 갑론을박을 하게 됐으며, 다른 위원회와 달리 전대위는 중앙위원회임에도 불구하고 당비보조나 예산책정이 되지 않았다. 물론 중앙위원회에서 전대위원장이 배석자로 참석하는 경우도 미비했던 걸로 기억한다"고 했다.

이어 청년위원회의 허술한 구조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그는 "전대위 전북지부의 경우, 분명히 작년 5월까지 모든 인적구성을 다 마치고 전북도당 산하 청년위원회로 결성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는데, 도당위원장이 갑자기 도당 청년위 인적구성을 기습적으로 끝내놓았다고 했다"며 "지역의 청년위 지위와 처지가 굉장히 한심하고 정당이란 공조직의 체계가 이만큼 허술해보인 적도 없었다. 굉장히 좌절했다"고 당시의 심경을 털어놨다.

정 씨는 "결론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건 당내의 인재들, 예비 청년 정치인들을 육성하고 아카데미나 정치스쿨, 청년보좌관같은 청년당원들이 직접 당내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제도를 많이 만드는 것이 외부인사 깜짝영입보다 더 옳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에게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얘기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더민주에서 이러한 기회가 제시된다면 다시 전대위 시절처럼 적극 뛰어들 생각도 있다고 했다.

새누리당 미래세대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20대 남성은 "당에서 외부 인재영입으로 변호사들을 4명씩이나 영입해서 알고 지내던 당원끼리 떠들썩했던 적이 있다. 그런 방식의 인재영입에 대해 우리는 배신감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20대 때부터 대학생위원회, 중앙청년위원회에 참여해서 열심히 뛰고 기반을 닦아봤자 결국에는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이 기존에 당에서 육성되던 당원을 걷어내 버리고 자리를 차지한다"고 짚었다.

새누리당 청년당원인 20대 여대생은 "저같은 기반 없는 사람도 경선에 동등하게 참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누리당 상향식 공천제도를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바람이 있다면 당에서 공천을 받을 수 있는 사람으로 키워줬으면 한다. 청년당원들을 위한 제대로 된 교육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에 대해 냉소를 느낄 때도 있다. 청년당원으로 계속 남아 결국 정치인이 돼서 당을 바꿀 수 있을까 생각해보지만 그 위치까지 갈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장수연 기자 (telli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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