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가족으로 시작해 남편찾기 낚시로 끝난 '응팔'


입력 2016.01.17 06:58 수정 2016.01.17 10:35        부수정 기자

따뜻한 이야기 성공했으나 극 후반부 남편찾기 몰두

'어남류' vs '어남택'…개연성 허술하다는 지적도

남편찾기보다 가족 이야기에 중점을 뒀다는 신원호 PD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이 16일 쌍문동 골목길 사람들의 마지막 이야기를 담으며 종영했다. 동일이네, 성균이네를 비롯한 골목친구 5인방은 쌍문동을 떠나 또 다른 삶을 예고했다.

선우(고경표)와 성보라(류혜영)는 동성동본이라는 위기에도 불구하고 끈끈한 사랑을 바탕으로 결혼했다. 지난 방송에서 사랑을 확인한 택(박보검)과 덕선(혜리)은 굳건한 사랑을 재확인했다.

현재 시점에서 덕선(이미연)과 택(김주혁)은 행복했던 쌍문동 골목길 시절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겼다. 쌍문동 골목길은 모두에게 청춘이자 행복의 상징이었다고 드라마는 전했다.

혜리 류준열 박보검 주연의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16일 마지막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tvN 혜리 류준열 박보검 주연의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16일 마지막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tvN

따뜻한 이웃·골목길 5인방 감동 '훈훈'

지난해 처음 방송한 '응팔'은 2015년판 '한 지붕 세 가족' 같은 드라마를 표방, 1988년 서울 도봉구 쌍문동을 배경으로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따뜻한 가족 이야기를 담았다.

드라마는 동일이네 가족(성동일 이일화 성보라 성덕선 성노을), 성균이네 가족(김성균 라미란 김정봉 김정환), 쌍문동 골목친구 5인방(덕선 정환 선우 택 동룡)을 주축으로 했다.

가족극을 표방한 '응팔'은 팍팍한 요즘 사회에선 볼 수 없는 이웃 간의 정, 골목친구들끼리의 우정을 보여줘 큰 호응을 얻었다. "놀이터에 친구가 없다", "학원에 가야만 친구를 사귈 수 있다", "워낙 흉흉한 사건 사고가 잦아 이웃을 믿을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응팔'이 전한 이야기는 감동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피 한 방울 안 섞였지만 이웃의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모습, 슬픈 일은 같이 슬퍼하고 기쁜 일은 내 일처럼 기뻐하는 장면, 서로의 집을 드나들며 밥을 함께 먹는 장면 등은 지나간 시절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남 일에 무관심한 우리 자신을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쌍문동 5인방의 활약도 깨알 재미였다. 어렸을 때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우정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일. 특히 학업, 취업, 결혼 생활 등으로 나 살기만 급급한 지금, '응팔'이 보여준 우정은 판타지를 자극했다. 힘든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찾는 게 친구요, 내 아픔을 위로하는 것도 친구다. 가족에게도 털어놓지 못 한 비밀을 알고 있는 이도 내 친구다.

매회 다른 에피소드를 통해 '응팔'이 놓지 않았던 건 그 시절 가족, 이웃, 친구 간의 가슴 따뜻한 정이었다.

가족극을 표방한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지나친 남편찾기로 비판을 받았다.tvN'응답하라 1988' 화면 캡처 가족극을 표방한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지나친 남편찾기로 비판을 받았다.tvN'응답하라 1988' 화면 캡처

'어남류' vs '어남택' 파로 나뉜 남편찾기 설정

잘 나가던 '응팔'은 극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남편찾기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남편찾기는 '응팔'만의 특권이자 재미요소다. 아무리 가족극을 표방한다지만 첫 회부터 덕선의 남편찾기는 시작됐다.

덕선의 첫사랑 선우가 극 초반에서 탈락한 이후에는 정환(류준열)과 택으로 좁혀졌다. 정환과 택이 덕선을 짝사랑했고 덕선은 정환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택 역의 박보검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판세는 뒤집혔다. 정환의 분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택이 유력한 남편 후보로 급부상했다.

결말이 가까워지면서 온갖 스포일러 기사자 나왔고 인터넷에서는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 파와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최택) 파로 나뉘어 설전을 벌였다.

이는 '응팔'이 남편찾기를 너무 끌었기 때문이다. '응칠'과 '응사'에서도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남편이 밝혀졌으나 적어도 두 편은 남녀 주인공의 열애 과정이 나왔던 터라 남편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제작진이 던져 놓은 '떡밥'도 '낚시질'도 매끄럽게 보였던 이유다. 그러나 '응팔'은 종영 2회전까지 남편을 공개하지 않고 수많은 '떡밥'을 던져 시청자를 상대로 '낚시질'을 계속했다. 극적 재미를 위해선 어느 정도의 '낚시'는 필요하지만 '응팔'은 정도가 심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결국 19회에서 공개된 남편은 정환이 아닌 택이었다. 인터넷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택이 남편이 돼서 화난 게 아니라 개연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정환을 좋아했던 덕선이 그동안 단 한 번도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다가 택의 키스로 마음을 돌렸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는 것이다. 마지막회에서도 덕선이 택과의 첫 키스 이후 감정 변화가 섬세하게 그려지지 않은 건 아쉬운 부분. 덕선을 한 순간에 수동적인 여성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미연과 김주혁의 행동, 대사를 통해 던져 놓은 떡밥도 시원하게 풀리지 않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츤데레'(겉으로 무뚝뚝하나 속은 따뜻한 사람을 뜻하는 일본식 신조어)인 듯한 김주혁은 택이 아닌 정환이와 어울린다는 의견도 있다.

결방한 동안 작가가 내용을 바꾸었다는 누리꾼들의 추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남편찾기에 대한 제작진의 지나친 '낚시'는 '응답' 시리즈가 풀어야할 숙제로 남게 됐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부수정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