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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토끼를 잡아라' 호남 민심 얻기 경쟁 '불꽃'


입력 2015.12.30 09:12 수정 2015.12.30 10:55        전형민 기자

'열우당은 잘못' 자기반성하며 호소한 천정배

탈당 후 유일하게 광주만 '두 번' 방문 안철수

'기구와 인사'로 수성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야권이 총선을 앞두고 분열하며 전통적인 지지기반이자 '집토끼'였던 호남 민심을 두고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특히 지난 28일 그동안 분열 사태의 추이를 살피던 박지원·김한길 더불어민주당 의원까지 사실상 탈당을 암시하면서 호남 민심의 향방에 따라 호남은 물론 수도권까지 그 분위기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에 호남에서의 야권세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근 당명개정을 통해 '민주당'을 강조하며 향수를 불러일으킨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안철수 무소속 의원발 신당, 호남의 적자임을 자처하며 뉴DJ를 키우겠다고 공약한 천정배 무소속 의원의 국민회의까지 호남을 향한 구애의 손길을 뻗는 분위기다.

당장 호남 민심의 척도인 광주광역시의 현역 의원 구도만 보더라도 한치 앞을 가늠하기 힘든 구도다. 총 8석인 광주광역시 의석 중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범친노로 분류되는 강기정(북구갑) 의원과 탈당의 가능성이 높은 장병완·박혜자(남구·서구갑) 의원만 남아있다. 이밖에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천정배·권은희(서구을·광산을) 의원은 국민회의로, 김동철·임내현(광산갑 ·북구을) 의원은 안철수신당으로 합류가 유력하다.

민심을 향해 손 뻗는 각 당의 연말·연시 행보도 눈여겨볼만 하다. 가장 먼저 호남 민심을 운운하며 광폭행보를 이어가는 주자는 '뉴DJ론'을 주창하는 국민회의의 천정배 의원이다. 천 의원은 DJ의 유전자가 흐르는 뉴DJ들을 발굴해 호남정치의 명맥을 잇겠다고 나서고 있다. 지난 성탄절 연휴인 24일부터 27일까지 이미 광주를 방문했었던 천 의원은 29일에도 광주를 방문했다.

천정배 무소속 의원이 지난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치제도 개혁 토론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천정배 무소속 의원이 지난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치제도 개혁 토론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자기반성하며 지지호소한 천정배

그는 이날 광주시의회 기자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약무호남 시무개혁!"이라며 호남개혁정치 부활에 목청을 높였다. '약무호남 시무개혁'은 임진왜란 당시 "전쟁에 필요한 나라의 군인과 물적 자원을 모두 호남에 의지했으니 만일 호남이 없었다면 나라도 없다"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발언(국가군저 개고호남, 약무호남 시무국가)을 바꾼 것이다.

특히 천 의원은 이날 "열린우리당의 창당에 앞장섰지만 통합에 실패해 민주개혁세력과 호남의 정치력을 약화시켰다"며 자기반성을 하기도 했다. 그는 "기존 야당과 호남의 정치는 심각한 상황을 개선할 어떠한 비전도 능력도 의지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 호남정치의 부활과 복원으로 제 빚을 갚고자 한다"고 말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천 의원은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견제하기도 했다. 그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기득권체제를 스스로 해체시키는 용기있는 결단과 행동을 보여야한다"며 "이런 저런 조건 걸지 말고 솔선해서 먼저 실천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양분된 호남민심의 한 축을 차지한 안철수 의원을 향해서도 "안철수 의원은 호남이 가진 민주주의 역사성을 보다 철저히 구현하기 위해 개혁적 가치와 비전을 선명히 해야 한다"며 "기득권에 찌든 정치인들과 손잡고 도로 새정치연합으로 회귀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탈당 후 안 의원과 함께하겠다는 뜻을 표시한 3선의 김동철·임내현 의원 등을 다분히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지난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을 선언하고 인사하고 있는 안철수 무소속 의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지난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을 선언하고 인사하고 있는 안철수 무소속 의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탈당 후 유일하게 광주만 '두 번' 찾은 안철수

지난 12일 '새정치'를 외치며 탈당 후 2주 만에 신당의 기조를 밝히며 기세를 타고 있는 안철수 무소속 의원도 일찌감치 호남 민심을 추스르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안 의원은 탈당 직후 고향인 부산을 방문했고 바로 다음 행보로 야권의 성지인 광주를 찾았다.

그는 지난 17일에도 광주에서 1박을 하며 '시민네트워크 무등' 창립식에 참석해 '안철수 열풍'의 진원지인 광주를 거점으로 신당 작업을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봇물 터지듯 나오기도 했다. 이는 광주가 야권의 텃밭인 데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에 대한 반감이 큰 지역인 만큼, 대안 야당의 시작점으로 적합하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다만 안 의원은 당분간 호남을 포함한 모든 지방일정이 없다. 이에 대해 안 의원 측은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신당 창준위 발족일의 마지노선인 1월10일까지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짧은 만큼 창준위 발족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기구와 인사로 수성하겠다' 더불어민주당

야권 재편을 기치로 내건 천정배·안철수 신당의 이 같은 공세에 수성의 입장인 더불어민주당은 '기구'와 '인사'로 지켜내겠다는 방침이다. 29일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대위와 관련해 공동선대위원장 체제로 가야하지 않느냐는 당내 공감대가 있다"며 "문 대표는 적어도 선대위원장 가운데 한 분은 호남을 대표하고 상징하는 분을 모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문 대표는 당에 호남특위를 개설키로 하고 특위 위원장 인선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한 당직자는 '호남 민심을 달랠 당 차원의 전략'을 묻는 질문에 "기구(호남특위)와 인사(공동선대위원장)"이라며 "필요하다면 지도부가 호남을 방문해 (민심을 추르를) 용의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들과는 별개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 후 독자행보를 이어가는 3선 박주선 의원은 29일 국회에서 '정권교체를 위한 통합신당추진위원회 회의'를 열고 "각각의 신당추진세력은 주도권, 기득권, 패권주의의 유혹에서 벗어나 호남민심을 정직하게 받드는 하나로 통합된 단일신당 건설에 참여해야 한다"며 호남발 통합신당을 역설했다.

한편 안철수신당은 오는 1월 10일 그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안 의원은 지난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1월10일 창준위(창당준비위원회) 발족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신당의 로드맵을 밝혔다. 이미 창추위(창당추진위원회)를 꾸리고 창당 실무에 들어간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는 다음달 9일 전북도당에 이어 10일에는 서울시당 창당대회 등 시도별 창당작업에 착수하고 31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여는 것을 마지막으로 창당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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