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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걸 '통합여행'이라 쓰고 '명분 쌓기'라 읽는다


입력 2015.12.30 09:39 수정 2015.12.30 09:47        이슬기 기자

권노갑 "가벼이 움직이지 말라 원내대표는 책임지는 자리"

당내서도 "원내대표직도 못하면서...탈당해도 뭐 있나"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탈당 러시’로 내홍을 거듭 중인 가운데, 이종걸 원내대표가 당 바깥의 주요 인사들을 차례로 찾아다니며 때아닌 ‘외출’에 나섰다. 명분상으론 야권의 단결을 위한 ‘통합 여행’으로 규정하되 향후 탈당을 위한 명분 쌓기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사실상 이 원내대표의 탈당은 힘들거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28일 정계은퇴 선언 후 칩거 중인 손학규 전 상임고문을 만나기 위해 전남 강진을 찾았다. 하지만 사전 일정 조율도 없었던 데다 손 고문도 거절의 뜻을 전하면서 만남이 불발되자, 대신 전북 모처로 이동해 정동영 전 의원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저녁 이 원내대표는 “야권 통합에 대해 말씀을 드리려고 했으나 손학규 전 고문께서 ‘오늘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서울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연말에 선배 정치인을 찾아 뵙는 것은 도리 아닌가”라며 “통합여행의 시작 때부터 다른 분들, 제3자를 통해 손 전 고문에게 가능한 때에 연락 드리도록 했다”고도 했다. 손 전 고문과의 향후 만남에 대해선 “추후 일정을 다시 잡도록 하겠다”고만 밝혔다. 앞서 이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표의 당 운영에 항의하며 지난 7일부터 최고위원회의 불참을 선언하고 ‘통합을 위한 여행’을 떠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권노갑 상임고문과도 만나 현 사태와 거취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23일 여의도 소재 음식점에서 이 원내대표를 만난 권 고문은 "이번에 야권이 통합하지 않으면 앞으로 살 길이 없다"며 “가벼이 움직이지 말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원내대표는 같은 날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도 만나 한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눈 뒤 "탈당하는 길만이 통합의 길이라면 탈당할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겨 탈당설에 힘을 싣기도 했다.

이처럼 이 원내대표의 거취에 당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지만, 결국 탈당까지 이어지진 않을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가 당에 대한 최종 책임을 지는 원내사령탑이란 점과 더불어 당내 여론과 지역 여론이 심상치 않은 것을 고려할 때 탈당을 감행해도 얻을 것이 많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여 투쟁을 이끌어야 할 원내대표가 ‘특정계파 대표’로서 공식석상마다 당 대표에 날을 세우며 사실상 당무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어떤 식으로든 책임론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로 인해 탈당파의 ‘반(反) 문재인 집단’ 이미지만 더 짙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부에선 “대표사퇴만 외치지 말고 중진인 본인부터 결단하는 모습을 보이라”는 불출마 요구도 제기됐다. 이 원내대표는 안양시 만안구에서 4선을 지낸 중진 의원이다.

실제 권 고문도 최근 이 원내대표를 만나 "원내대표라는 직은 당의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사람 중의 하나"라며 "가벼이 움직이면 절대 안된다. 끝까지 당을 사수한다는 생각으로 당의 통합을 완수해야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거듭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탈당세로 완전히 기운 호남 지역 의원들의 경우, ‘호남’이라는 지역적 기반이 탄탄해 탈당 후 지역 내 행보도 기대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이 원내대표가 탈당할 경우엔 입지를 보장받기 쉽지 않다는 것이 비주류계 핵심 의원실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또 그간 이 원내대표가 안양교도소 이전을 반대해오면서 일부 지역민의 원성을 산 것도 언급했다. 그간 ‘예비군 중대 박달동 이전’을 전제로 한 안양교도소 이전을 반대했던 이 원내대표는 최근 지역구에서 “교도소 이전에는 찬성한다”면서도 “그러나 예비군 중대 박달동 이전은 안 된다”는 다소 모호한 발언을 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의회 강득구 의장은 "안양교도소 이전 문제는 안양시민의 염원이고 제소자들의 인권도 걸려있는 중대 사안인데, 이 원내대표는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해야 할 역할조차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 원내대표가 한심한 것은 혁신 전대가 안 되면 당을 나갈 것처럼 으름장 놓고, 지금은 눈치만 보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같은 상황을 인식한 듯 일단 이 원내대표는 탈당에 대해선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전날에도 기자들과 만나 “현재로서는 탈당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한편 이 원내대표는 문 대표가 수도권·중진 의원들의 조기선대위안 수용 방침을 밝힌 데 대해선 "많은 의원들이 문재인 대표의 마이웨이를 걱정하고 있다"며 "창피를 주지 않는, 그리고 명분이 있는 2선 후퇴가 된다면 이제 한 번 진전될 수 있는 계기 또는 기회가 될 거라 본다. 실질적인 2선 후퇴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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