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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폭력시위 생중계가 평화시위를 낳았다


입력 2015.12.19 10:24 수정 2015.12.19 10:25        데스크 (desk@dailian.co.kr)

<굿소사이어티 칼럼>공적 책임감 부여와 함께 공로도 인정해야

지난 11월 14일 주말,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민주노총 포함 53개 야권 시민사회단체가 벌인 이른바 ‘민중총궐기’는 종편채널을 타고 시청자 안방에 생생히 전달됐다. 화면에는 복면을 하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시위 참가자들, 경찰버스를 밧줄로 묶고 여러 사람이 당기는 모습이 보였다. 심하게 흔들리는 경찰버스 위에는 방패를 들고 몸을 겨우 지탱하면서 날아오는 돌을 막고 있는 경찰들의 모습도 보였다.

평화시위를 할 것이라는 당초 민주노총 주장과 다르게 쇠파이프, 갈고리, 사다리 등 살상무기로도 충분히 기능할 수 있는 장비들을 처음부터 소지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종편이 실시간 생방송으로 전달한 이후로 언론들은 이날 시위를 앞 다퉈 보도했다. 논조에 따라 관점은 조금씩 달랐다. 대부분은 이날 민중총궐기가 폭력시위였던 점을 강조했지만 좌파언론들은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몰아 보도했다. 일부는 ‘폭력시위’ 대 ‘과잉진압’이라는 양비론 구도로 보도했다.

‘민중총궐기’ 생중계한 공로는 역시 종편

11월 18일 인터넷 매체 '데일리안'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여론조사 업체 알앤써치가 15일 16일 양일간 조사한 결과, 서울지역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평가가 전주(44.8%) 대비 16.3%p 상승해 61.1%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 같은 결과가 민중총궐기 집회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라는 점에서, 불법폭력 집회에 시민들이 큰 불편을 느끼면서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로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치로는 잡기 어렵겠지만 나는 이 여론조사 결과에 종편의 민중총궐기 보도가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종편사들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하지 못한 시위현장의 모습을 생생히 전했고, 신문사나 인터넷 언론이 사진 몇 장에 담지 못하는 그날의 현장을 있는 그대로 전했다. 그 덕분에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했지만 많은 시민들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에서 봤던 멤버 그대로인 단골 시위꾼들의 민낯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등 야당 정치인들은 ‘경찰의 살인진압’ 이라며 경찰 살수차 예산까지 깎겠다고 덤비지만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좌파언론도 마찬가지로 경찰의 대응문제로, 차벽 위헌 시비를 제기하지만 별다른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시민들이 안방에서 시위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종편 방송을 통해 직접 목격했기에 야당이나 이른바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살인진압’이라는데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찰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혼수상태인 것으로 알려진 시위 참가자의 문제도 좌파 언론이 계속 이슈화하고 있지만 잘 먹히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시청률 지상주의의 덫에서 자유롭지 못한 그들

마찬가지로 야당이 민중총궐기 집회 이슈에서 계속 경찰의 진압문제만 따지는 게 선거에서 도움이 될 리가 없다. 야당 내부에서도 폭력시위는 눈감고 경찰만 문제 삼으면 중도성향 지지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나는 민중총궐기 집회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특히 서울에서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크게 올라간 결과에, 이런 야당 내 소수 의견대로 민중총궐기에 대한 수도권, 중도층의 민심이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이날 집회의 실체적인 모습을 생생히 전달한 종편의 역할이 적지 않다.

종편을 논하면서,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 대해 이렇게 큰 비중을 두어 설명한 것은 이유가 있다. 민중총궐기 집회 보도야말로 종편의 존재이유와 가치를 잘 설명해주고 있어서라는 생각에서다. 만약 종편이 없었다면 민중총궐기 집회의 실체를 많은 국민이 알 수 있었을까?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시위참가자를 앞세운 좌파언론의 선동에 많은 사람들이 속고 있진 않았을까?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때 만약 종편채널들이 민중총궐기 보도 하듯 똑같이 보도했다면 어땠을까? 그렇게 장기간 온 나라가 휘청거릴 수 있었을까? 글쎄, 잘 모르겠다.

이제는 공영방송이 여론을 주도하고 선동하는 시대는 지났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다. 하나의 사건이 발생해도 다각도로 분석하고 보도한다. 어떤 사람들은 종편이 지나치게 선정적이라고 말한다. 충분히 공감한다. 올해 메르스 사태 때의 지나친 호들갑, 작년 세월호 사태 때의 지나친 신파 모두 종편의 선정보도의 그늘이다. 자극적인 보도로 시청자를 끌어들이려는 시청률 지상주의가 낳은 폐해라는 지적에도 어느 정도 공감한다.

하지만 종편은 지상파가 무시했던 시청자의 숨은 욕구를 채워줬다. 지상파가 외면한 낮 시간대 숨은 1인치를 찾아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1년 12월 개국 이후 좌파 미디어계뿐 아니라 우파 전문가 일부도 곧 망할 것이라는 전망을 비웃듯 종편4사는 0%대 시청률에서 2015년 현재 7%대 시청률(종편채널 종합시청률)을 바라보고 있다. 불과 4년도 안 돼 나타난 현상이다. 이에 따라, 광고 매출 시장에서도 종편 잠식 현상도 보인다.

11월 8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최근 '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의 방송사업매출 추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종편계열은 1965억원에서 2275억원으로 연평균 7.6% 증가한 데 반해 지상파 계열은 연평균 0.5%의 증가율로 제자리걸음을 했고, ‘복수종합유선·방송채널사용사업자(MSP)’와 보도채널 계열은 오히려 각각 5.8%와 13.3%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양날의 칼, 종편 채널

이 결과에 따르면, 광고매출이 시청자의 선호도를 반영하는 만큼 종편이 보도채널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점을 알 수 있다. 연합뉴스TV가 종편과 동시에 개국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종편이 실제로는 보도전문채널인 YTN의 시장을 잠식한다는 분석이 가능해 보인다. 극히 일부의 사례로 비약하는 건지 모르지만 시청자들은 민중총궐기와 같은 굵직한 이슈 보도에서 YTN 채널이 아닌 종편으로 채널을 돌리고 있다는 방증은 아닐까?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노조를 주도하는 지상파와 YTN과 같은 보도채널이 보여주지 않던 생생한 시위 현장을 종편이 전해주면서 미디어의 왜곡현상은 조금은 나아졌다. 그렇다고 종편이 끼치는 부정적 영향이 괜찮다는 뜻은 아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상파 4개사와 종편 4개사가 2015년 5월11일부터 일주일 동안 편성한 1416개 프로그램과 시청률(닐슨코리아 기준) 등을 조사한 결과, 종편 채널, 특히 TV조선과 채널A의 시사보도프로그램 편성비율이 65%이상, 시청점유율은 80% 안팎으로 나타났다. 뉴스와 정치토크쇼 의존도가 가장 높았다. 바꾸어 말하면, 종편이 민중총궐기와 같은 정확한 보도가 아니라 잘못된 의제설정이나, 과도한 선정주의로 흐를 때 메르스 사태 때와 같이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사회불안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종편에 좀 더 공적 책임감을 부여하는 방향의 미디어 정책으로 컨트롤해야 한다고 본다.

종편 채널은 양날의 검과 같다. 그 동안 눌려 있던 소심하고 점잖은 보수의 목소리를 들려주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잘만 쓰면 큰 힘이 된다고 믿는다. 14일 민중총궐기의 집단 시위를 보도한 종편이 자기존재를 분명히 증명했다고 본다.

글/박주연 폴리뷰 편집국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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