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만 더 불씨 확인하자" 입버릇이었던 소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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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번만 더 불씨 확인하자" 입버릇이었던 소방관
    <의사자, 그 이름을 기억합시다③-김영명 소방장>동료들을 세심하게 챙기던 '참 남다르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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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5-12-13 10:03
    박진여 기자(parkjinyeo@dailian.co.kr)
    ▲ 지난 2001년 3월 순직한 김영명 소방장.김영명 소방관 유가족 제공

    시민단체인 ‘공익희생자지원센터’가 ‘당신의 아름다운 이름을 기억합니다’(푸른사람들)라는 제하의 공익희생자를 기리는 ‘휴먼북’을 지난달 24일 발간했다. 경찰 및 소방공무원, 의사자 등 안전한 사회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이들을 다시 기억하자는 취지다. ‘공익희생자지원센터’는 공익희생자들이 상당수 임에도 불구, 국가차원의 선양사업이 미흡해 ‘휴먼북’을 발간했다. ‘데일리안’은 ‘공익희생자지원센터’가 펴낸 ‘휴먼북’을 토대로 ‘살신성인’의 정신을 실천한 이들을 재조명하는 기획 연재를 시작한다. 그 세 번째 순서로 2001년 3월 순직한 김영명 소방장의 발자취를 더듬어봤다.< 편집자 주 >

    2001년 3월 7일. 부산광역시 연제구의 한 고층빌딩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이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팀 선발대가 큰불을 끄고 연이어 등장한 후발대가 잔불진압에 나서면서 화재 상황이 일사천리로 정리됐다. 모두 철수를 준비하던 그때 꼼꼼하기로 소문난 김영명 소방장이 여느 때처럼 현장에 재진입하는 순간, 건물 내부가 ‘쾅’하는 굉음과 함께 무너졌다.

    김 소방장은 동료들에게 “다시 한 번 확인해보고 나가자. 마지막 불씨가 중요하니까”라는 마지막 말을 남긴 채 잿더미가 된 현장에 갇혔다. 그가 화재현장마다 버릇처럼 내뱉던 “다시 한 번”이라는 말이 그를 삼켜버린 순간이었다.

    김 소방장은 2001년 3월 7일 12시 25분경 부산 연제구 연산5동 소재 인회빌딩 10층 화재현장에서 진압활동을 하던 중 건물내부 붕괴 및 화염에 의한 질식으로 순직했다.

    ▲ 지난 2001년 3월 순직한 김영명 소방장.김영명 소방관 유가족 제공
    사고 당시 김 소방장은 동료들이 “진압 완료된 것 같으니 이제 나가보자”고 철수하는 상황에도 “잠깐만, 마지막 한 번 더 해보고 나가야지. 이쪽은 내가 볼 테니 저쪽 한 번 봐줘”라며 잿더미가 된 현장에 다시 뛰어들었다.

    김 소방장은 1988년 임용된 이후 부산동래소방서에서 자리를 잡았다. 사고 당시 소방경력 13년차의 베테랑이었던 김 소방장은 생전 동료들 사이 ‘남다른 사람’으로 통했다. 건장한 체격의 그가 가진 '반전매력'은 남다른 꼼꼼함과 세심함이었다.

    김 소방장의 동료들에 따르면 김 소방장은 외모만큼 무뚝뚝한 성격이었지만 겁이 많은 동료나 현장 경험이 적은 후배들을 평소 뒤에서 다독이며 세심하게 챙겼다. 뿐만 아니라 현장에 나가서도 다시, 또 다시 ‘마지막 불씨’을 점검하는 것은 늘 김 소방장의 자체 사명이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김 소방장은 생전 소방 업무에 두려움을 느끼던 동료들에게 “소방 일이 힘든 만큼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사명감도 있는 것”이라며 “한 번 힘내봐. 같이 해보자”라고 용기를 북돋아주기도 했다.

    특히 아내 박 씨와 자녀들에게는 더없이 살가운 남편이자 아버지이기도 했다. 2교대 격일 근무를 하는 김 소방장은 출근길에 종종 박 씨를 품에 안고서 “내일봐”라고 다정한 인사를 건넸다. 또 “아빠는 매일 밖에만 나가 있는다”는 자녀들의 투정에 잠잘 시간을 아껴가며 함께 떡볶이를 만들고, 공을 차주던 자상한 아버지였다.

    아내 박 씨는 최근 그리운 모든 심정을 담아 편지 형식으로 일기를 쓰고 있다. 최근 박 씨의 일기장 내용이다.

    “그날, 다른 날처럼 ‘내일봐’라는 말을 그가 하고 나갔더라면 정말 그 다음 날 그를 다시 만날 수 있었을까. 그는 왜 1차 진압이 끝난 건물 안에 다시 들어가 그리도 꼼꼼히 살폈던 것일까.”

    휴먼북 '당신의 아름다운 이름을 기억합니다'에서 김영명 소방장의 이야기를 쓴 박윤주(세종대 1학년) 씨는 "몸바쳐 희생한 김영명 소방장은 누군가의 따뜻한 남편, 아버지, 아들이었다"며 "친숙하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다가왔다. 다른 사람들도 이 이야기를 통해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고 책 집필 소감을 밝혔다.[데일리안 = 박진여 기자][데일리안 = 박진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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