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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파문’ 임창용, 현란한 뱀직구에 달린 주홍글씨


입력 2015.12.02 10:28 수정 2015.12.02 10:30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보류선수 명단 제외로 사실상 방출..수사 단계로 선뜻 나설 팀도 없어

레전드의 안타까운 결말 분위기..지도자로 나서도 주홍글씨 남아

임창용은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20여년 공들여 쌓아온 야구인생의 명예를 송두리째 날려버릴 위기에 처했다. ⓒ 삼성 라이온즈 임창용은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20여년 공들여 쌓아온 야구인생의 명예를 송두리째 날려버릴 위기에 처했다. ⓒ 삼성 라이온즈

세이브왕 임창용(40)이 결국 삼성 라이온즈에서 방출됐다.

삼성은 지난달 30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제출한 2015년 KBO리그 소속선수 중 2016년 구단별 재계약 대상인 보류선수 명단에서 임창용을 제외했다. 사실상의 방출이다.

삼성으로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삼성은 지난 한국시리즈에서 도박 의혹에 휩싸인 임창용과 윤성환, 안지만 등 투수진 핵심전력 3명을 엔트리에서 제외했고 결국 그 공백을 메우지 못한 채 두산에 완패하며 통합 5연패의 꿈이 좌절됐다.

임창용은 지난달 25일 마카오에서 불법 도박을 했다는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도박장 운영업자로부터 임창용이 마카오에서 수 억원대 원정 도박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이를 추궁했고, 임창용도 일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창용의 혐의가 모두 사실로 인정될 경우 사법처리도 불가피하다. 삼성은 이미 2차 드래프트 보호선수 명단에서도 임창용을 제외하며 결별을 예고했다.

보통 프로야구 구단이 물의를 일으킨 선수들에게 내릴 수 있는 처벌로 임의탈퇴와 보류선수 제외가 있다. 임의탈퇴는 1년간 연봉을 받지 못하고, 원 소속구단의 동의 없이는 야구계 복귀나 이적이 불가능한 제도다. 지난해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된 뒤 구단에 보고하지 않았던 정형식이 삼성으로부터 임의탈퇴 징계를 받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보류선수 제외는 아무 조건이나 제약 없이 풀어주는 것을 의미한다. 원칙적으로는 다른 팀이나 해외로의 자유로운 이적이 가능한 신분이다. 하지만 임창용에겐 사실상 임의탈퇴와 큰 차이가 없다.

이미 임창용은 최근 2차 드래프트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도 이름이 빠졌지만 어느 구단도 임창용에게 관심을 표하지 않았다. 어느덧 불혹에 접어든 나이에 도박 파문으로 야구계의 이미지를 실추시켰고 법적인 처벌까지 받을 수도 있는 선수를 선뜻 데려갈 구단은 없다.

이는 일본-미국 등 해외 구단들도 마찬가지다. 임창용의 나이를 감안할 때 결국 이번 방출은 은퇴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임창용과 함께 원정 도박 의혹을 받은 윤성환과 안지만은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됐다. 임창용과 달리 아직은 혐의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방출까지는 유보했지만 이들 역시 향후 수사 진행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 계약 파기나 방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임창용은 1995년 프로에 데뷔한 이래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활약했다. 선동열-김용수-구대성 등의 계보를 잇는 국내 최강의 마무리 투수 중 한 명으로 군림했고, 일본 무대에도 진출해 최초로 한일 통산 300세이브를 기록하기도 했다.

짧기는 했지만 메이저리그 마운드도 밟았다.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뱀직구와 배짱넘치는 경기운영, 역경을 극복한 도전 정신 등으로 팬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임창용은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20여년 공들여 쌓아온 야구인생의 명예를 송두리째 날려버릴 위기에 처했다. 수많은 위기와 고난을 극복해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를 감싸줄 여론도, 동정의 여지도 보이지 않는다.

훗날 지도자 등으로 야구계에 복귀하는데도 이번 도박파문은 두고두고 남을 주홍글씨가 될 전망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레전드로서는 최악의 결말을 맞이하고 있어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한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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