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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 김선형, 농구공 내려놓고 얻은 것들, 그리고 김장


입력 2015.12.02 09:00 수정 2015.12.03 13:29        잠실학생체육관 = 김평호 기자

“징계 받는 동안 봉사활동 통해 한 단계 성숙”

KGC전 승리 이끈 뒤 그간의 심경 밝혀

서울 SK 김선형. ⓒ KBL 서울 SK 김선형. ⓒ KBL

시련을 딛고 돌아온 김선형은 한 단계 더 성숙해졌다.

1일 프로농구 서울SK-안양KGC전 수훈선수로 선정된 김선형이 인터뷰실로 들어왔다. 김선형은 이날 14득점 7리바운드 6어시스트의 맹활약으로 SK의 승리를 이끌었다.

소감을 묻는 질문에 김선형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도 그럴 것이, 올 시즌 김선형의 첫 수훈선수 인터뷰였다. 2011년 SK 입단 이후 수많은 승리와 함께 인터뷰 또한 수없이 해왔지만 이번만큼은 남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김선형은 최근 대학 시절 불법 스포츠도박을 한 혐의로 정규리그 2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고, 지난달 21일 원주 동부전에서 복귀했다. 그러나 당시 SK는 75-93 패했고, 이후 4연패로 이어졌다. 복귀 이후에도 SK가 부진에 빠지자 마음고생이 심할 수밖에 없었던 김선형이다.

그는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진짜 이기고 싶었다. 그동안 죽기 살기로 했는데도 손발이 잘 안 맞다보니 팀웍도 좋지 않았고, 짜증이 지속되다보니 연패가 길어졌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연습보다는 미팅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며 “경기 전에는 연패팀답게 투지 있게 하자고 선수들과 다짐했다”고 밝혔다.

시즌 초반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서 누구보다도 코트에 서고 싶었지만 막상 복귀하고 나니 걱정이 앞섰다고 고백했다.

김선형은 “복귀하고 나서도 걱정이 많았다. 제가 돌아와서 20경기 동안 팀끼리 맞춘 부분을 망가뜨리지는 않을까. 포인트 가드로서 팀에 녹아들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았다”며 “복귀하고 나서도 득점은 많았지만 경기에서 진 것이 팀을 못 살린 것 같고, 동시에 나도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어 “승리로 반등의 기회를 삼은 것이 개인적으로 좋고, 남은 경기 차근차근 준비해서 좋은 경기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선형이 자신을 응원해주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중증장애인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데일리안 김선형이 자신을 응원해주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중증장애인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데일리안

특히 이날 경기가 열린 잠실학생체육관에는 김선형을 응원하기 위해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와 눈길을 끌었다.

김선형은 출장정지 징계를 받는 동안 경기도 용인에 있는 ‘양지바른’이라는 중증장애인 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이때 도움을 받은 장애인들과 인솔교사 40여명은 경기장 한쪽에 자리를 잡고 김선형을 연호하며 열띤 응원을 보냈다. 김선형에게는 각별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김선형은 “돌아오고 나서 제일 처음 느낀 것은 바로 농구의 소중함이었다”며 “농구만 해오던 제가 다른 봉사활동을 하면서 한 단계 성숙해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계속 응원을 오라고 해야겠다. 너무 고맙고 오히려 그 친구들을 보면서 얻은 게 더 많았다”며 “경기장에 와서 열심히 응원해주셨고, 공교롭게 경기도 이겨서 기분이 더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봉사활동 하면서 근육량이 더 늘었다”며 “근육량이 떨어지면 가서 봉사활동을 더 할까 생각 중”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내일 또 김장한다 해서 가봐야 할 것 같다”며 “정이 많이 들었고, 숙소에서 5분 거리 밖에 안 된다”고 설명했다.

SK 나이츠 관계자에 따르면 김선형은 징계로 봉사활동 120시간을 모두 이수했지만, 앞으로도 시간이 날 때마다 계속 들러 봉사활동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인터뷰를 마친 김선형은 곧장 특별한 손님들과의 만남을 위해 다시 코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김선형을 기다렸다가 “사랑해요 김선형”을 외치며 함께 기념사진 촬영을 했다.

이후 아쉬움 속에 ‘양지바른’의 식구들은 김선형과 작별을 고했다. 그래도 이들은 김선형을 떠나보내는 것이 생각만큼 아쉽지는 않을 것 같다. 코트에서 농구를 하던 김선형이 바로 다음날에는 김장을 하러 다시 오기 때문이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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