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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 한중FTA 농어촌 기금, 사실상 '준조세'


입력 2015.12.01 09:41 수정 2015.12.01 09:57        박영국 기자

정부 "자발적 모금"이라지만 재계 "금액 정해놓고 자발적?"

30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상정돼 재석 265, 찬성 196, 반대 33, 기권 36 으로 가결 처리 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30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상정돼 재석 265, 찬성 196, 반대 33, 기권 36 으로 가결 처리 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달 30일 한중FTA 비준 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연내 발효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여야정 합의’ 과정에서 삽입된 ‘농어촌 상생협력사업 기금’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자발적 기부금’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강제성을 띤 ‘준(準)조세’로 변질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농어촌 상생협력사업 기금’은 그동안 농어업 분야에서 한중FTA 발효의 반대급부로 주장해 왔던 ‘무역이득공유제’의 대안으로 마련됐다.

한중FTA로 이득을 본 사업자들이 이득의 일부를 한중FTA로 피해를 보는 농어촌 지원기금으로 내놓도록 한다는 내용의 무역이득공유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고, 기술적·법리적 문제 등으로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질적으로 한중FTA 발효로 어떤 기업이 어느 정도 이득을 봤는지 정량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안으로 마련된 ‘농어촌 상생협력사업 기금’은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총 1조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농어촌 상생협력사업에 투입하는 것으로, 재원은 민간기업과 공기업, 농·수협 등의 자발적 기부금을 통해 조성된다.

정부는 농어촌 상생협력사업 기금의 재원 마련 과정에 대해 ‘자발적’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미 구체적인 목표액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강제성을 띨 수밖에 없어 일종의 ‘준조세’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한중FTA 비준 동의안 처리를 위해 야당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진 부채를 기업들이 짊어지게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아무리 ‘자발적’이라는 전제가 깔려도 정부가 기금 마련에 나서면 기업들이 가만히 있으면 불이익을 당할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1위기업이 얼마를 내면 그 뒤로 기업 순위별로 줄줄이 액수를 정해 발표하는 일이 있어왔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최근의 경우 정부가 청년일자리대책 관련 기금인 ‘청년희망펀드’를 만들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시작으로 재계 서열별로 차례차례 기부가 이뤄진 전례가 있다.

기금 마련을 놓고 논란이 일자 산업부는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자발적 기금’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산업부는 “무역이득공유제 대안(농어촌 상생협력사업 기금)은 준조세 또는 사실상의 무역이득공유제가 절대 아니다”고 강조하면서 “기업 등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농어업계와의 상생협력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민간의 자발적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라고 ‘자발적 기금’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그간 기업 등이 개별적·산발적으로 추진해 오던 상생 협력활동을 기금신설을 통해 체계화해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고, 자발적 기부 활성화를 위한 강력한 인센티브 부여를 통해 민간의 자발적 시스템 구축을 측면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어촌 상생협력사업 기금 기부에 대한 인센티브로는 7%의 세액공제, 법인세 기부금 손금산입, 동반성장지수 가점 부여 등을 제시했다. 동반성장지수 우수기업은 공정거래 실태조사를 1년간 면제받으며, 공공입찰 사전심사시 가점부여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목표액(10년간 1조원) 미달시 정부 재정지원은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면서 또 다시 기업에게 부담을 줬다.

산업부는 해명자료에서 “‘기금 조성액 목표미달시 정부가 조치를 강구한다’는 문구는 기금조성 목표 달성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의 표명으로, 기업들도 적극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정부가 1조원 마련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으니 기업들이 적극 참여해달라”는 강력한 메시지인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목표액을 정해놓고 ‘자발적’ 운운하는 것은 어폐가 아닌가 생각된다”며 “결국 그룹별로 울며겨자먹기로 일정액씩 내놓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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