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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손’ 추성훈, 그로기 벗어난 태극 투혼


입력 2015.11.29 00:23 수정 2015.11.29 00:53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2라운드 막판 그로기 위기 내몰리며 패배 원인

격투기 대하는 자세 및 한국에 경의 표해 박수

추성훈은 아쉽게 판정패했지만 모두를 감동시킨 투혼을 선보였다. ⓒ 사진공동취재단 추성훈은 아쉽게 판정패했지만 모두를 감동시킨 투혼을 선보였다. ⓒ 사진공동취재단

추성훈(40)이 제2의 조국 대한민국에서 가슴에 손을 얹고 투지를 불살랐지만 끝내 전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추성훈은 28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서울 대회(UFC FIGHT NIGHT SEOUL)' 메인카드 알베르토 미나(33·브라질)와 웰터급 매치에서 난타전 끝에 판정패했다.

과거 K-1 시절부터 등장 음악으로 사용한 ‘Time To Say Goodbye’에 맞춰 옥타곤을 향한 추성훈은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올리며 대한민국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이에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큰 함성으로 추성훈을 연호했다.

유도가 출신 선수들의 맞대결답게 근접전으로 전개됐다. 1라운드는 치열한 공방전이었다. 미나는 긴 리치를 활용해 추성훈과의 거리를 허용하지 않았고, 추성훈 역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로우킥으로 상대 허벅지를 집요하게 공략했다.

승패 향방은 사실상 2라운드에서 갈렸다. 추성훈은 2라운드 초반 펀치와 킥 공격으로 미나를 몰아세우는 듯했으나 미나의 갑작스러운 3연타에 크게 흔들렸다.

미나의 로블로로 잠시 숨을 돌리는 듯했지만 다시 시작된 상대 연타에 바닥에 쓰러졌고 그로기 상태에 내몰렸다. 그대로 경기가 끝나는 듯했지만 때마침 울린 종료 부저로 인해 추성훈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마지막 3라운드는 그야말로 투혼의 연속이었다. 1라운드부터 로우킥 피해가 누적된 미나의 왼쪽 허벅지는 이미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고 이로 인해 스피드가 현저하게 떨어져 있었다.

이를 놓칠 리 없는 추성훈이었다. 3라운드 초반 계속된 연타 공격으로 미나를 휘청거리게 만든 추성훈은 계속해서 안면 펀치를 꽂아 넣으며 포인트를 쌓아갔다. 결국 이를 견디지 못한 미나가 아예 바닥에 드러눕는 전략으로 나서 관중들의 야유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판정 결과는 추성훈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심판들은 2-1로 미나의 손을 들어줬다. 추성훈 입장에서는 TKO패 직전까지 갔던 2라운드 후반이 패인이었다. 그럼에도 고개를 숙인 추성훈에게 관중들은 따뜻한 박수로 위로를 보냈다.

사실 불혹의 나이에 옥타곤에 서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추성훈이었다. 특히 전날 열린 계체량 행사를 무난하게 통과했지만 살이 쏙 빠진 모습으로 등장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추성훈은 K-1에 몸담았던 시절, 국내서 열린 다이너마이트 대회서 당시 인지도가 높았던 ‘슈퍼 코리안’ 데니스 강을 무너뜨리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여기에 일본 국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까지 공개되며 두터운 팬덤을 형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국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딸바보’ 이미지를 쌓기도 했다.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시점이지만 추성훈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자신이 출연하던 모든 방송 출연을 중단했고, 곧바로 훈련에 매진했다. 예능프로그램에서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웃음을 선사하는 캐릭터로 자리를 잡았지만 격투기를 대하는 자세만큼은 진지했다.

비록 이번 미나전에서는 아쉽게 판정패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인상적인 경기력은 국내 팬들의 뇌리 속에 강하게 남았다. 판정 결과를 기다리며 대한민국에 경의를 표한 그의 자세는 승패를 떠나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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