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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남사친-'여사친'에 열광하는가


입력 2015.12.02 10:08 수정 2015.12.02 10:11        부수정 기자

'풍선껌'·'너를 사랑한 시간' 등 문화 콘텐츠

'사랑과 우정 사이'…최근 연애 결혼관 반영

배우 정려원 이동욱 주연의 tvN '풍선껌'은 어릴 적부터 친구인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다룬다.ⓒtvN 배우 정려원 이동욱 주연의 tvN '풍선껌'은 어릴 적부터 친구인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다룬다.ⓒtvN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를 대변했던 '썸'은 가고 '남사친' '여사친'의 시대가 왔다.

'남자 사람 친구' '여자 사람 친구'를 줄여 부르는 '남사친', '여사친'은 연인은 아니지만 늘 내 곁에 붙어 있는 '연인 같은' 존재를 지칭한다.

친구라고 관계를 규정하지만 언제든지 사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남녀 사이라는 의미다.

특히 최근 드라마, 영화 등에선 '남사친'과 '여사친'을 소재로 한 작품이 각광받고 있다. 올 초 개봉한 영화 '오늘의 연애'를 비롯해 KBS2 '프로듀사', SBS '너를 사랑한 시간', 온스타일 '처음이라서', tvN '풍선껌' 등이 그렇다.

'오늘의 연애'에서 준수(이승기)와 현우(문채원)는 18년 지기 죽마고우다. 가족과도 같은 두 사람은 서로를 꿰뚫어 보는 편한 사이. 술에 취해 주사를 부리는 현우를 부축하는 것도 '남사친' 준수고, 현우가 실연당했을 때 그녀의 곁에서 위로해준 것도 준수다. 입에 담기 힘든 욕을 하는 현우를 사랑스럽게 봐주는 사람도 준수뿐이다.

하지원 이진욱 주연의 '너를 사랑한 시간'도 '오늘의 연애'와 비슷한 전개다. 하나(하지원)와 원(이진욱)은 17년 동안 친구로 지낸 동갑내기 남녀. 외모, 능력 다 갖춘 '훈남훈녀'다. 하나에게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원은 슈퍼맨처럼 어김없이 나타나 '남사친'에 대한 판타지를 만들어냈다.

'프로듀사'의 공효진 차태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어릴 적부터 친구였던 두 사람은 이런저런 사랑의 성장통을 겪은 끝에 그래도 내 인연은 곁에 있는 남사친, 여사친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올여름 종영한 배우 하지원 이진욱 주연의 SBS '너를 사랑한 시간'은 어릴 적부터 친구인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담았다.ⓒSBS 올여름 종영한 배우 하지원 이진욱 주연의 SBS '너를 사랑한 시간'은 어릴 적부터 친구인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담았다.ⓒSBS

현재 방영 중인 '풍선껌'은 남사친, 여사친의 세밀한 감정을 담았다. 베스트셀러 '그 남자 그 여자'의 저자 이미나 작가의 드라마 데뷔작인 이 작품은 과거 상처를 지닌 행아(정려원)와 리환(이동욱) 이야기다.

서로의 상처를 누구보다 잘 아는 두 사람은 가장 힘들 때,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를 보듬어주고 위로한다. 아무리 멋지고 능력 있는 사람이 다가와도 두 사람의 사이는 깨기 힘들 정도로 특별하다. 연인보다 더 끈끈한 가족 같은 관계인 탓이다.

이들 작품이 보여주는 이야기 구도는 뻔하다. 어릴 때부터 친구였던 두 남녀의 이야기를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는 식으로 보여준다. 풋풋했던 사랑과 아련한 추억,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지점이다.

메시지도 예상 가능하다. 돌고 돌다 결국엔 무슨 일이 있어도 옆에 있어주는 '남사친', '여사친'과 이루어진다.

사실 '남사친', '여사친'은 과거 드라마, 영화에서도 자주 등장했다. 특히 '남사친'은 더욱 그렇다. 여주인공을 말 없이 지켜봐 주는 남자 캐릭터는 언제나 여성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고민하던 남녀 주인공 역시 비슷한 형태로 나온 바 있다.

지난해 유행했던 '썸'도 그렇듯 '남사친', '여사친'은 최근 젊은이들의 연애, 결혼관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포세대'(연애·결혼·출산·인간관계·집 마련 포기)라는 말이 나올만큼 팍팍한 현실에 이성과 깊은 관계를 맺지 않으려는 청춘의 암울한 현실을 나타낸 것이라는 얘기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남사친', '여사친' 열풍은 작년 '썸' 열풍과도 비슷하다"며 "결혼을 전제하지 않고 편하게 친구로 만나는 관계와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달라진 연애·결혼관을 표현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여성 시청자들이 '남사친'에 열광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인한테는 예쁜 모습만 보여줘야 하는데 '남사친'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받아준다는 판타지가 있다"며 "잘 생기고 로맨틱하면서 여자의 모든 걸 이해해주는 사람이 '남사친'인데 이런 '남사친'에 대한 열망이 대중문화에 반영된 듯하다"고 짚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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